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142236365&code=940301 
* "누명 쓴 내동생, '미행당하는 것 같다' 후 연락 끊겨"은 경향신문 전면에 노출된 제목입니다.

최 경위 유족 “대한민국, 1970~1980년대로 회귀하는 것 같다”
누명 쓴 내동생, '미행당하는 것 같다' 후 연락 끊겨
박홍두·경태영·이삭·박용하 기자 phd@kyunghyang.com  입력 : 2014-12-14 22:36:36ㅣ수정 : 2014-12-14 23:43:16

14쪽 유서 중 가족 내용 뺀 8쪽 공개
“억울하게 누명…정치권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죽음 직전 ‘검찰 퍼즐 맞추기 수사’ 통화”…경찰은 ‘침통’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45)의 형은 “정치권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최 경위의 죽음 직전 통화 내용 등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가 짜맞추기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두 경위’ 구속영장 기각했는데…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 경위(앞)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이 회유하려했다는 암시를 담은 유서와 함께 13일 숨진 채 발견됐다. 최 경위와 한모 경위가 12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 경위의 형 최요한씨(56)는 14일 오후 최 경위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유서를 공개하면서 “우리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다”며 스프링노트 14쪽의 유서 중 가족에게 남긴 내용을 뺀 8쪽을 공개했다. 최씨는 “그 내용을 보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회유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내 동생이 손수 적은 것이다. 그걸 참고해서 정확히 보도해달라”고 했다. 유서 일부분은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다. 최씨는 “마지막은 복사가 제대로 안됐다. 원본은 이천경찰서에 있다. 그것도 감식이 끝나면 원본을 받아야 한다. 그것을 잘 봐야 한다. 세상에 잘 알려달라”며 회견을 마쳤다. 그는 질문은 받지 않았다. 

최씨는 앞서 지난 13일 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생은 자기네가 한 일이 아닌데 누명을 뒤집어씌우니까 죽음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 동생이)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며 “대한민국이 1970~198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자리에서 최 경위의 사망 전 통화 내용과 마지막 행적도 공개했다. 최씨는 “동생은 얼마 전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는) 퍼즐 맞추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행적을 두고 “어제(12일) 새벽 2시 구치소에서 나와 오전 9시 변호사 사무실로 갔다. (내가) 전화를 시도했으나 상담 중이라고 끊은 뒤 얼마 안 있다가 전화가 왔는데 불안감에 ‘미행을 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며 “마지막 통화에서 ‘너무 힘들면 차를 버려라. 내가 데리러 가겠다’ 말했지만 ‘괜찮다’고 하고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빈소가 차려진 명일동성당에는 친·인척과 동료 경찰관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매형 한모씨는 빈소 앞에서 경향신문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에 원망을 쏟아냈다. 그는 “가족들이 너무 힘들다. 늘상 보면 검찰청에 갔다오면 자살하고 그런 사건이 많았는데 이래서 되겠냐.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말 내내 침통한 분위기였다. 일부 간부들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했다. 한 경찰청 간부는 “동료 경찰관의 죽음에 다들 침통해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조직에 타격이 가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법원도 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그의 죽음을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 (검찰 수사가) 석연치가 않다”고 했다. 그는 “사건 본질은 문건 내용이다. 최 경위는 가운데 낀 전달자일 뿐”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하기 전 강원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명됐다. 자살 직전 번개탄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 최 경위는 누구

최모 경위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학원 논술 과목 강사를 하다가 1999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다. 그는 서울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서 일했다. 정보과에서 경장에서 경사로 특진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부속실에서 근무했고, 2013년부터는 서울청 정보1분실로 자리를 옮겨 활동해왔다. 

최 경위는 정보업무를 오래한 ‘정보통’은 아니었지만, 발이 넓고 주변 사람들과 원만히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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