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506231038341

4대강 물로 가뭄 다 해결한다고?
2015.06.30ㅣ주간경향 1132호

ㆍ<주간경향>, ‘하천수 이용 농촌용수공급사업 마스터플랜 안’ 단독입수 총력 분석

“연평균 강우량은 세계 평균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상시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바닥을 준설해 ‘물그릇’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건기에도 강은 물로 가득 찰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올해 1월 낸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의 한 대목이다. 4대강의 이수(利水) 효과를 강조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12년도에 ‘104년 빈도의 가뭄’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다목적 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수뿐 아니라 홍수를 대비한 치수(治水), 친수와 지역발전 등을 강에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랬을까. 가뭄은 계속되고 있다. 유속이 느려진 강의 녹조현상은 4대강 사업 완공 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다시 가뭄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4대강에 만들어놓은 ‘물그릇’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4대강 물그릇 이후’ 없는 MB 자서전

4대강의 이른바 ‘이수효과’에 대해서 4대강 사업 반대진영 측에서는 추진 당시부터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실제 가뭄지역과 4대강 보 건설지역은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하천학회 고문을 맡고 있는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금방 증명되는 일이다.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이라고 있다. 거기에 보면 물 부족지역이 어디라는 표시가 나온다. 그 데이터와 지금 4대강 사업의 보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겹쳐보면 16개 보 중 5개를 제외하고 11개가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적어도 4대강의 보가 가뭄 대비 이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힘들다.” 올해 가뭄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보면 인천 옆 강화도와 강원도 산간지방에 몰려 있다. 역시 4대강과 무관한 지역이다. 4대강 보의 건설지역과 한발 피해지역이 무관하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총리실 산하에 만들어진 민간기구인 ‘4대강 사업조사 평가위원회’에서도 동일하게 내려진 결론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과거 최대 가뭄 발생 시 용수부족량 발생 지역과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사용가용수량 지역이 불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보의 위치선정 기준 및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다시 앞서의 이명박 대통령 자서전. “4대강의 16개 보는 이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을 뿐, ‘4대강 물그릇에 가득찬 물’을 어떻게 해서 가뭄 때 공급하겠다는 말은 없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다. 현 정부 전의 일이니까 눈치를 보는 것이다. 3개 지역에서만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왜 전부 다 하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농림축산식품부 쪽 사람이 한숨을 쉰다. 4대강의 ‘4’자만 들어가도 물먹을 것이라면서….” 이종배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6월 16일, 이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2012년 8월에 4대강 물을 활용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도 현재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주간경향>에 농림부 내부문서를 제시했다. ‘4대강 연계 농업용수 확보 마스터플랜 수립’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 문서에 따르면 2013년도 2월부터 12월까지 4대강 물이 필요한 농촌지역에 대한 자원조사를 한 다음, 2014년 6월까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6월 16일 강화 교동도 삼선리 일대의 논이 말라 바닥이 갈라져 있다. 한 농민은 바닥을 보인 개천물이라도 이틀 동안 퍼올려 봤지만 뿌리조차 적시지 못했다며 마른 담배만 피워댔다. / 이준헌 기자

4대강 후속 미비 ‘현 정부 눈치보기’ 때문?

이 마스터플랜은 2009년 7월에 나온 ‘4대강 마스터플랜’과는 구분된다. 간단히 말해, 후속사업에 대한 마스터플랜이다. 국토부, 농림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에서 이 마스터플랜을 두고 논의가 되었다는 것은 여러 군데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논의내용 등과 관련해서 부처 간에 오간 문서 등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되어 왔다. 새누리당 이 의원 측은 “마스터플랜이 대단한 것은 아니고 기자에게 제공한 2쪽짜리 실행계획이 전부”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마스터플랜 안은 따로 존재했다. <주간경향>은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통해 이 마스터플랜(안)을 단독 입수했다. 종전에 일부 언론을 통해 내용이 일부 보도된 적은 있지만 마스터플랜 안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고자료까지 총 18쪽으로 된 이 문서는 “지난해 2월 관계부처 협의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최종적인 계획은 아니다”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이름은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으로 변경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4대강 보들의 활용방안에 맞춰져 있다. 이종배 의원실 측이 주장한 “전 정부 사업 추진에 대한 눈치보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11개 보에서 20지구, 1만2428 헥타르의 농지를 선택해 ‘사업 시행 여건이 양호한 지구 3곳’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20년에 평가를 거쳐 2021년부터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본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에 들어가는 총 사업비는 1조913억원으로 잡혀 있다.

4대강 물의 농촌용수 공급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안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저수지 저류형’은 양수시설을 신설, 보강해서 기존 저수지를 채운 다음 다시 가뭄지역으로 농촌용수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송수관 공급형’은 기존 4대강 인근 수리시설을 보강하고 통·폐합해 송수관을 통해 공급한다. 마지막으로 ‘하천여과수 공급형’은 하천 주변 지하수 부족 지역에 양수공을 만들어 하천 여과수를 공급, 지하수 수위를 높여 4계절 내내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한다는 계획이다.

<주간경향>이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 제목에는 4대강이 빠져 있지만 4대강 지역 11개 보에서 확보한 물을 1만2428 헥타르의 4대강 인근 물부족 농지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 이미경 의원실 제공

2.9% 물부족 해결 1조913억 타당할까

그런데 이 문서를 검토해보면 여러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선 첫째로 안의 근거가 되는 물부족 수치. 문서는 사업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 근거로 ‘4대강 수계 물부족 면적 현황’이라는 표를 제시하고 있다. 표에 따르면 전국의 수리답, 즉 경작되는 논의 전체 규모는 96만 헥타르다. 이 중 4대강 수계에 해당하는 수리답은 48만1000 헥타르. 전체 경작면적의 50%가 ‘4대강 수계’에 해당하는 논이다. 그런데 “10년 빈도 가뭄 시 용수가 부족한 논”은 42만2000 헥타르로 전체 논의 44%를 차지한다. 문제는 다음 수치다. 4대강 수계 중 20만2000 헥타르, 즉 42%에 해당하는 곳이 물이 부족한 논이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정리해본다면, 10년 빈도의 가뭄이기 때문에 10년에 한 번은 4대강 수계의 약 42%가 물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맞는 수치일까.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주변에는 가뭄이 생기지 않았고, 수계의 고지대는 다른 루트로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4대강 주변에는 이미 4대강 사업 전부터 농림부가 양수장이나 수로 등 많은 사업을 이미 해놓았다”며 “갑자기 2013년 지역 자원조사를 통해 물부족 지역이 나타났다고 하면,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부족 농경지라고 주장하는 지역의 데이터가 과장되었거나 부풀리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허재영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하기 전에도 물이 부족한 지역은 그다지 없었다. 하천수 공급사업이라는 것이 정말 물부족 지역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는 사업인지, 아니면 4대강 사업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사업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는 후자 쪽의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간경향>과 함께 해당 문서를 검토한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부위원장은 “문서상으로만 봤을 때 건설비용만 1조913억원이 투여될 가능성이 높은데, 차후 유지관리비는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것은 없다”며 “사실 가뭄이 문제가 되는 것은 봄철의 단 며칠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쓰기 위해 그런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0일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덕마을 고랭지 배추 재배 현장에서 배추 모종에 물을 뿌리고 있다.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더 의문이 드는 부분은 경제적 타당성 내지는 사업 효과다. 안은 활용가능한 하천수로 ▲취수지점이 신설 보의 상류에 위치하여 추가 확보된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 ▲물부족 면적이 100 헥타르 이상으로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 ▲취수원 수질이 농업용수 수질기준을 만족하는 지역으로 들고 있다. 11개 보에서 20지구 1만2428 헥타르라는 사업적합지역은 그렇게 선정된 것이다. 그런데 이 면적은 마스터플랜 안이 제시하고 있는 ‘4대강 수계 물부족 지역’의 몇 %나 차지하는 것일까. 전체 20만2239 헥타르의 6.1%에 불과하다. 다시 전국의 물부족 농경지 42만2296 헥타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치면 2.9%밖에 되지 않는다. 이철재 부위원장은 “4대강 사업이 끝나면 전국의 가뭄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막상 스스로 내놓은 수치조차도 물부족 지역의 2.9%밖에 커버할 수 없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더 나아가 그 사업에 1조913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더 지출해야 한다면 애초에 4대강 사업이 가뭄대책이 될 수 있었는지 마땅히 재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임기 내 완공’이라는 목표를 완성한 이명박 정부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22조원이다. 하지만 ‘물그릇’에 담은 물의 이용계획 등을 포함하면 그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개 지구에 1조913억원이라고 하지만 전기 비용 이외에도 그 사업범위가 확대되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박창근 교수는 “4대강 후속사업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도 문제지만, 이수와 관련된 부분은 당초 4대강 사업 내에 포함되었어야 할 사업”이라며 “설령 사업에 타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받아들이기로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 비판에 대한 반박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 / 경향자료 사진

“건설비용만 집계된 것 맞다”

문건을 작성한 정부당국은 어떻게 설명할까.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반과 관계자는 그동안 마스터플랜 안이 비공개로 작성되어온 것과 관련해 “실체가 없는 것을 가지고 밖으로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해온 것”이라고 답했다. 애초 지난해 6월까지 수립 예정이었던 마스터플랜 최종안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전 정부에서 이뤄진 사업이라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환경영향평가 작업이 늦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일정이 늦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물부족 전답 수치와 관련해서는 “실제 용역을 수행한 농어촌공사 쪽에서 진행한 일이라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고 답했다. 마스터플랜 작성을 총괄한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물부족 통계가 과장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2013년 조사작업을 할 때 각 지역의 통계연보를 발췌해 만든 자료로, 실제 현장조사를 하면 달라지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면서 “숫자로 장난을 치거나 부풀린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4대강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와 관련, 이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20개 지구가 선발되었지만 2013년 자원조사 당시 처음 요청했던 40개를 경제적 타당성을 고려해 절반으로 줄인 것”이라며 “선정된 20개 지구는 4대강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 대신 저수지 둑 높이기를 한다든가 관정을 새로 뚫는 등의 다목적 용수개발비에 비해 물을 끌어오는 것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고 조사가 된 지역”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문서에 따르면 사업을 지구별로 나눴을 때 ‘다목적 용수개발’에 비해 경제성이 유리한 지구는 15지구, 불리한 지구는 6지구로 나타났다고 되어 있다. 그는 “건설비용으로만 1조913억원이 들어가고 양수기 등 시설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 등 비용 부분은 포함 안 된 것이 맞다”며 “그 부분에 대한 비용을 농어촌공사가 부담해야 할지, 아니면 시·군이 부담해야 할지 결정은 차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국 사업이 시행된다면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불가피해진다.

마스터플랜 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2012년 충남도지사가 정부에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자원을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공급하는 방안’을 건의했다는 경과보고다. 2012년 당시 충남도지사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안희정 지사다. ‘104년 만의 가뭄’이 충남과 경기, 전남·북 등 서해안 일대에 닥친 것으로 평가되는 2012년 6월 28일 당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안 지사가 ‘가뭄 해소와 관련해 4대강 물 활용방안을 마련해보자’고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허재영 교수는 “당시 안 지사가 이 대통령과 화상통화 직후 문의를 해와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댐이 없는 것처럼 눈 감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는 취지로 건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 후 충남도의 경우 수자원종합계획을 만들 때 추가적인 보나 댐 건설 없이 기존에 있는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했고,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는 판단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주간경향>에 “결국 1조913억원을 들여 4대강 용수공급사업을 하더라도 가뭄과 관련해서는 그 정도밖에 해결 못한다는 것을 마스터플랜은 드러낸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애초에 홍수와 가뭄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는 4대강 사업이 아무런 해결책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들과 이미경 의원실은 4대강 용수공급 마스터플랜 안이 공개됨에 따라 관련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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