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5898

녹조 핀 금강, '가시박 제거' 위해 제초제까지 살포?
[현장] 죽은 물고기 둥둥... 공주시 담당자 "제초제 살포한 적 없어"
15.08.14 18:24 l 최종 업데이트 15.08.14 18:24 l 김종술(e-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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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보 인근에 피어오른 녹조로 주변의 돌들까지 파랗게 물들어가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이 끝나면서 창궐하기 시작한 녹조가 금강 전역을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에 가로막힌 강물은 마치 녹색페인트를 뿌려 놓은 것처럼 보였다. 녹조가 가득한 강물에는 죽은 물고기까지 둥둥 떠다니고 있다. 늪에서만 자라는 마름 수초가 연안을 뒤덮고 있다. 또 가시박 제거를 위해 뿌린 농약으로 주변이 노랗게 타들어 가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트위터를 통해 '104년만에 가뭄을 이겨낸 4대강, 사업 전과 비교할 때 최대 79% 지역에서 더 맑은 물이 흐릅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광복절 임시공휴일인 14일, 여행을 떠나는 행락객들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를 빚는 이날, 정부의 말처럼 4대강의 수질이 좋아졌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종보를 찾았다.

절정을 맞은 여름 날씨 덕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는 강한 햇볕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위를 걷노라니, 금세 땀범벅이 되고 속옷까지 흠뻑 젖었다. 수자원공사 보트를 정박해 놓은 선착장은 녹조로 뒤덮여 마치 잡초밭처럼 보였다. 물가에 다가갈 수록 강물이 썩어가면서 풍기는 악취로 숨을 쉬기 어려웠다.

준공과 동시에 고장이 나 한겨울에 잠수부가 물속에 들어가 수리를 했던 세종보 전도식 가동보 틈새에선 여전히 물이 새고 있었다. 수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바닥에서도 누수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콘크리트 보와 하류 물 밖으로 툭툭 돌출된 사석보호공에선 민물가마우지만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썩은 물고기만 둥둥... 마름수초로 뒤덮인 쌍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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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상류 500m 지점에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요트 선착장에 녹조가 가득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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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보 수자원공사가 사용하는 보트선착장에도 녹조로 뒤덮여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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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 마름 수초와 녹조가 뒤섞여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당시, 세종보 상류 500m 구간에는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요트선착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출입구에는 붉은 글씨로 '백제보 상, 하류 1km 이내는 보 수문개방시 빠른 유속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수상레저안전법 제25조 및 재난 안전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26조, 같은 법 제41조에 의거 수상레저·물놀이·낚시금지 구역입니다'란 문구가 적힌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요트 선착장 입구는 자물쇠로 채워져 차량 출입이 불가능했다. 보 주변과 마찬가지로 요트 선착장도 온통 녹조와 부유물로 가득했다. 세종보 건너편에도 붉은 글씨의 경고판이 즐비하다. 보 주변에 세워진 경고판만 어림잡아 100여 개가 넘어 보였다. 더위 탓일까? 대형 주차장은 텅 비어있고 잘 포장된 자전거도로에는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이용객들이 눈에 띌 뿐이었다. 

공주보 인근 수상공연장에선 녹조 제거를 위해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마이크로버블기만 윙윙윙 소름을 내고 있었다. 주변의 상황도 세종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물엔 녹조가 가득하고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니니면서 썩고 있었다. 기계에 유입되는 부유물을 차단하기 위해 수자원공사에서 설치한 오탁방지막 때문에 주변은 온통 마름 수초로 덮여 있었다. 

인근 쌍신공원도 늪지대 펄 층에서 잘 자라는 연꽃과 마름 수초로 뒤덮여 있었다. 바람이 하류에서 상류로 불면서 떠밀려온 녹조가 계속 폭을 넓히고 있었다. 죽은 물고기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물고기 사체에서는 구더기도 볼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 인근 누렇게 타버린 풀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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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시 검상동 검상천 주변부터 이인면 만수리까지 3km 가까이 풀들이 누렇게 타버렸다. 누군가 외래종인 가시박 제거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여 제초제를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 김종술

부여로 향하는 자전거 도로인 공주시 검상동 검상천 주변부터 이인면 만수리까지 3km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풀들은 누렇게 타버렸다. 누군가 외래종인 가시박 제거를 위해 차량을 이용하여 제초제를 뿌린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한 제보자는 "5~6일 전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파란색 1톤 차량 화물칸에 하얀색 큰 물통을 싣고서 농약 뿌릴 때 사용하는 호스를 이용하여 강변에 농약을 뿌리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당시에 자전거를 멈추고 보면서 물었더니 '가시박이 꽃 피기 전에 뿌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보니까 지난번에 농약을 뿌린 장소가 누렇게 타버린 것을 보았다"며 "제초제는 식물만 죽이는 것이 아니고 바람을 타고 호흡기로 유입되면 사람에게도 치명적인데 제초제를 뿌리고 알림판도 설치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임시 공휴일인 탓에 담당자와의 연락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공주시 안전관리 담당자는 "사람들도 수시로 다니는 장소에 어떻게 제초제를 뿌리겠느냐"며 "제초작업 비용에서 농약구입은 불가능하다, 개인 돈으로 할 이유도 맹세코 농약 사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백제보도 멀리서 녹조가 보일 정도로 녹조에 덮여 있었다. 특히 이곳은 보 상류뿐 아니라 보 하류 인근에서도 녹조가 목격될 정도였다. 홍보관 인근에서 쉬고 있던 한 자전거 이용객은 "자전거 도로에 그늘이 없어서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며 "중간마다 음수대와 쉴 수 있는 그늘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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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보, 세종보, 쌍신공원 등 인근에 죽은 물고기가 간간이 눈에 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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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하류에도 녹조가 피어오르면서 강물을 뒤덮고 있다. ⓒ 김종술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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