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767116.html?_fr=mt2

위기탈출용 ‘최순실 개헌’
등록 :2016-10-24 22:10수정 :2016-10-25 01:07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
국회 시정연설에서 깜짝 제안
“개헌안 마련하겠다” 주도 의지
권력비리 위기 모면용 비판

국정 난맥과 측근 비리 의혹 등으로 지지율 급락의 위기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개헌’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상보다 일찍 나온 박 대통령의 승부수에 여야 정치권은 대의명분과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박 대통령은 24일 2017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심 끝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임기 내 개헌’ 방침을 명확히 했다. 최근까지도 개헌은 민생 현안 등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했던 태도를 180도 바꿔 이젠 자신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그동안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사이 김종훈 의원(무소속·울산 동구)이 뒤에서 ‘나와라 최순실’,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은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 공동취재단.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사이 김종훈 의원(무소속·울산 동구)이 뒤에서 ‘나와라 최순실’,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은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 공동취재단.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임기 안 개헌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시점이 문제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순실씨 의혹 등으로 청와대가 극도의 수세로 몰린 상황에서 던진 ‘정국 반전용’ 또는 ‘위기 모면용’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게 오히려 개헌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이 정부에 헌법 개정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여론의 지지를 끌어낼 동력이 부족할뿐더러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회 논의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개헌안을 직접 마련하겠다는 것 자체가, 개헌을 고리로 남은 임기 동안 정국을 주도하려는 노림수에 가깝다.


임기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해도 쉽지 않은 개헌을 빠듯한 일정에 쫓기며 불과 1년 만에 직접 마무리하겠다는 선언 자체가, 지금껏 박 대통령이 보여줬던 일방통행식 국정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에 찬성하는 여권의 핵심 관계자조차 “지금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건 사실상 야권의 반발을 유도해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정부 주도의 개헌안을 야당이 반대하면, 박 대통령이 국회 책임론을 제기하거나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며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일단 꽉 막혀 있던 개헌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의 의중 탓에 요지부동이었던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주류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게 됐기 때문이다. 개헌과 관련된 국민적 관심이 한층 커지고, 논의 수준 역시 좀 더 깊어지고 다양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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