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67270.html?_fr=mt1


“대통령, 청와대 수석들에 미르총장 얘기 들어보라고 말해”
등록 :2016-10-25 18:24 수정 :2016-10-26 00:47


이성한 전 사무총장이 밝힌 ‘미르재단의 힘’
“미르 재단의 한마디, 청와대·문체부에는 어명 
청와대 사람들, 우리를 어려워하는게 느껴져”

청와대 수석조차 어려워하는 재단, 의견 한마디가 정부·공공기관에는 ‘어명’처럼 받아들여진 재단, 그러나 정작 돈을 낸 기업들은 ‘목적 따위에 관심이 없었던’ 재단. 그런 미르재단의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이가 이성한씨다. 그는 권력의 심장부를 보며 느낀 ‘놀라움’과 ‘고통’을 설명하면서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어떻게 미르재단에 참여하게 됐나?
“차은택 감독이 지난해 9월께 참여를 제안했다. 차 감독이 나를 포함해 주요 보직 4명(김형수 이사장, 이한선 이사, 장순각 이사)을 추천한 것은 100% 맞다. 최순실씨와는 2014년 여름 차 감독 소개로 처음 인사했다. 당시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고, 그냥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받았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정부나 이런 데 있는 사람들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최순실씨가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입했다.”

-최순실씨는 미르재단을 언제부터 구상했나?
“2013년부터인가 이런 구상을 했다고 들었다. 당시는 구체적으로 재단법인을 만들고 이런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디테일에는 약한 사람이다. 재단의 큰 상위는 대통령이다. 지금 정권이 지나간 다음에 활동할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재단이 거둔 출연금을 가지고 여러가지 문화사업이 가능하다. 사업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이 주도한 것이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고 들었다.”

-미르재단의 힘은 어느 정도였나?
“우리 재단의 이야기가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안에서 ‘어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힘의 원천은 최순실씨다.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들과 이야기하며 미르 사무총장에게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했을 정도다. 청와대 사람들이랑 둘러앉아 있으면 우리를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휴대전화 전화번호 저장목록을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20여명의 청와대 관계자 이름이 올라 있었다. 그는 “평범한 재단 사무총장의 휴대전화 번호 목록이라는 게 믿겨지느냐”고 물었다.

-케이스포츠재단은 어땠나?
“그쪽은 최순실씨가 100% 했다. 체육 관련 재단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왔다. 최씨가 가장 관심있는 쪽이라 임원 선임 등 모든 부분을 최씨가 맡아 했다.”

-최씨의 힘으로 굴러가는 재단 상황이었다면, 돈을 낸 기업들은 대체 무엇을 한 건가?
“486억이 들어온 재단인데 엉망진창이었다.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이 이뤄졌다. 정상적인 재단처럼 출연자인 기업들에 사업을 설명하려고 하면 오히려 기업들이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한번은 전경련 쪽에서 ‘이 총장, 가식 없이 솔직히 이 재단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정말로 ‘각 회사들이 하지 못하는 일 해나가면서 부가가치 만들고 그것을 나누고…’라고 답했더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좌쪽으로 기울어진 문화계에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 아니냐’고 말하더라. 기업들은 사실 재단에 관심도 없었다. 더이상 자신들을 부르지 않기만을 바라는 눈치였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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