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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진노, 부메랑 되어 돌아오다
[주장] 대통령의 '진노'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
16.10.29 16:48 l 최종 업데이트 16.10.29 16:48 l 이진우(hi4989)
▲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유독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자주 쓰였던 표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진노(震怒)다. 과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동 발의하여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진노하기도 했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김무성이 자신의 입장을 따르지 않자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며 진노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에도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진노한 바 있다.
왜 대통령이 진노하는 것일까? 의회민주주의가 갖는 본래의 취지는 주먹다짐으로 싸우거나 언성을 높이며 욕하는 대신 국회의사당 내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며 제도의 틀 안에서 대결하고 타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틀에서는 행정부, 입법부와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을 적절히 행사하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이해한다면 굳이 앞서 언급한 사안에 진노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하면 된다.
의회의 권리 행사에 대해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이유를 명시하여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고, 대통령의 권리 행사에 대해 의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된다. 또한 여당 대표 혹은 원내대표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당정협의, 인사권 행사 등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압박하고 견제하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은 진노하고, 여당 대표는 무릎 꿇고 빌고...
대통령이 굳이 진노해야 할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자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오백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군왕(대통령)은 의정부와 사간원(국회)의 건의에 대해 진노하고, 조정에 진입하지 못한 유생(야당)들은 잇따라 상소를 올리며 대궐로 집결하고... 한술 더 떠서 신돈 혹은 정난정과 같은 정치 '야바위꾼'이 스스럼없이 궁궐을 출입하며 민심을 교란시키기까지 했다.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선비들에 대해서는 강경 일변도로 옥사를 일으키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방식만을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매우 지혜로웠다. 군왕이 진노한다는 것은 역모에 준하는 국가 위기 사태를 의미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피를 부르는 대참극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일부 몰지각한 군왕을 제외하고는 결코 공식적인 자리에서 진노하는 것을 삼가야 했다. 왜냐하면 일단 진노를 하고 나면 어떻게든 그 원인을 파헤쳐 발본색원해야만 했으며, 혹 인정에 휘둘려 유야무야 덮었다가는 군왕의 권위와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 그것을 잘 알기에 진노하는 것을 극도로 삼간 것이다.
근대 입헌주의 국가가 탄생하여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나서는 더욱 국정 최고책임자가 진노할 일이 없어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워낙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에 그냥 자신이 가진 권한을 행사하면 될 뿐 굳이 진노까지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티내고 쉴 필요도 없다. 불필요한 오해만 생긴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대통령은 진노했을까? 오백년 전 프레임을 도입하자면 군왕과 다름없는 대통령인 자신에게 '감히'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회민주주의 하에서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지극히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찬반 의견은 엇갈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진노해야 하는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에 관해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이제서야 분명하게 알 것 같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을 다하며 여야 지도자들을 불러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몇몇 강성 의원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전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설득하고... 이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도 늘상 했던 일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거의 일상처럼 하는 일이다. 절친이라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야말로 '국민의 진노' 뼈저리게 느껴야
▲ 언론과 인터뷰하는 최순실씨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가 26일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 연합뉴스
이번에 불거진 '최순실 스캔들'도 스스로를 봉건주의 시대 절대주의 국가 군왕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사단이다. 봉건주의 시대에는 군왕이 진노를 하든, 신돈 혹은 정난정과 같은 정치 야바위꾼을 끼고 돌든, 군왕에 대해 민초들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전근대적 지도자에 대해 유권자가 심판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 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집권여당에 대해 국민은 준엄한 심판을 내린 바 있으며, 이제 내년 대선에서 부정한 권력을 반드시 끌어내고야 말겠다는 결기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자신만이 진노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리어 국민의 진노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진노가 부메랑이 되어 국민의 진노로 되돌아온 셈이다. 과연 입장이 바뀌어보니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혹시라도 "국민은 개·돼지와 다름없다"며 시간만 지나면 사태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헛된 망상으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더 앞선다.
그래서 노파심에 한 번 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군주의 진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백성의 진노라는 것을.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승만이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전두환과 노태우도 그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아니,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12년 전 탄핵 정국에서 온 몸으로 느끼지 않았던가? 더 이상 국민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박근혜의 진노, 부메랑 되어 돌아오다
[주장] 대통령의 '진노'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
16.10.29 16:48 l 최종 업데이트 16.10.29 16:48 l 이진우(hi4989)
▲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
유독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자주 쓰였던 표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진노(震怒)다. 과거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동 발의하여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진노하기도 했고,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김무성이 자신의 입장을 따르지 않자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며 진노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을 때에도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진노한 바 있다.
왜 대통령이 진노하는 것일까? 의회민주주의가 갖는 본래의 취지는 주먹다짐으로 싸우거나 언성을 높이며 욕하는 대신 국회의사당 내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며 제도의 틀 안에서 대결하고 타협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큰 틀에서는 행정부, 입법부와 사법부가 삼권분립의 원칙 하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와 책임을 적절히 행사하며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데에 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이해한다면 굳이 앞서 언급한 사안에 진노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하면 된다.
의회의 권리 행사에 대해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이유를 명시하여 거부권을 행사하면 되고, 대통령의 권리 행사에 대해 의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의결 절차를 밟으면 된다. 또한 여당 대표 혹은 원내대표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당정협의, 인사권 행사 등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여 압박하고 견제하면 된다. 그런데 대통령은 진노하고, 여당 대표는 무릎 꿇고 빌고...
대통령이 굳이 진노해야 할까?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부족'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자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오백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다. 군왕(대통령)은 의정부와 사간원(국회)의 건의에 대해 진노하고, 조정에 진입하지 못한 유생(야당)들은 잇따라 상소를 올리며 대궐로 집결하고... 한술 더 떠서 신돈 혹은 정난정과 같은 정치 '야바위꾼'이 스스럼없이 궁궐을 출입하며 민심을 교란시키기까지 했다.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선비들에 대해서는 강경 일변도로 옥사를 일으키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방식만을 사용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매우 지혜로웠다. 군왕이 진노한다는 것은 역모에 준하는 국가 위기 사태를 의미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피를 부르는 대참극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일부 몰지각한 군왕을 제외하고는 결코 공식적인 자리에서 진노하는 것을 삼가야 했다. 왜냐하면 일단 진노를 하고 나면 어떻게든 그 원인을 파헤쳐 발본색원해야만 했으며, 혹 인정에 휘둘려 유야무야 덮었다가는 군왕의 권위와 신뢰가 땅에 떨어진다. 그것을 잘 알기에 진노하는 것을 극도로 삼간 것이다.
근대 입헌주의 국가가 탄생하여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나서는 더욱 국정 최고책임자가 진노할 일이 없어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워낙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에 그냥 자신이 가진 권한을 행사하면 될 뿐 굳이 진노까지 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티내고 쉴 필요도 없다. 불필요한 오해만 생긴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대통령은 진노했을까? 오백년 전 프레임을 도입하자면 군왕과 다름없는 대통령인 자신에게 '감히' 딴지를 걸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회민주주의 하에서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지극히 감정적이고 모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찬반 의견은 엇갈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진노해야 하는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에 관해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이제서야 분명하게 알 것 같다.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을 다하며 여야 지도자들을 불러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몇몇 강성 의원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전화도 하고 밥도 같이 먹으며 설득하고... 이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도 늘상 했던 일이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거의 일상처럼 하는 일이다. 절친이라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야말로 '국민의 진노' 뼈저리게 느껴야
▲ 언론과 인터뷰하는 최순실씨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가 26일 오후 독일 헤센주 한 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계일보 제공) ⓒ 연합뉴스
이번에 불거진 '최순실 스캔들'도 스스로를 봉건주의 시대 절대주의 국가 군왕으로 생각하지 않고는 결코 벌어질 수 없는 사단이다. 봉건주의 시대에는 군왕이 진노를 하든, 신돈 혹은 정난정과 같은 정치 야바위꾼을 끼고 돌든, 군왕에 대해 민초들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헌정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전근대적 지도자에 대해 유권자가 심판할 수 있는 장(場)이 마련되어 있다. 이미 지난 총선에서 집권여당에 대해 국민은 준엄한 심판을 내린 바 있으며, 이제 내년 대선에서 부정한 권력을 반드시 끌어내고야 말겠다는 결기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자신만이 진노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리어 국민의 진노에 직면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진노가 부메랑이 되어 국민의 진노로 되돌아온 셈이다. 과연 입장이 바뀌어보니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혹시라도 "국민은 개·돼지와 다름없다"며 시간만 지나면 사태가 잠잠해질 것이라는 헛된 망상으로 일을 그르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더 앞선다.
그래서 노파심에 한 번 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군주의 진노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백성의 진노라는 것을.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이승만이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전두환과 노태우도 그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아니,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12년 전 탄핵 정국에서 온 몸으로 느끼지 않았던가? 더 이상 국민을 화나게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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