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실장, 블랙리스트 보고받고 기뻐하며 “그대로 추진하라” -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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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실장, 블랙리스트 보고받고 기뻐하며 “그대로 추진하라”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입력 : 2017.01.31 21:07:00 수정 : 2017.01.31 23:49:08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78)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으로부터 이념 편향적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방안을 보고 받고 기뻐하며 그대로 추진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김 전 장관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보면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이념 편향적인 것, 너무 정치적인 사업에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김 전 장관을 질책하면서 “문체부 사업 중에 그런 것이 있는지 살펴보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다.

이에 김 전 장관은 송수근 당시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에게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했고, 송 실장은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정리했다.

김 전 실장이 이 내용을 김 전 장관으로부터 보고 받은 것은 그해 10월 21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김 전 장관의 보고 내용에 기뻐하면서 보고서 내용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즉시 송 실장에게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송 실장은 매주 1회 TF 회의를 하면서 김 전 실장과 김 전 장관에 보고를 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며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또 그해 9월에는 “천안함 프로젝트가 메가박스에서 상영되는 것은 종북세력의 의도”라며 “이 영화의 제작자와 펀드 제공자는 용서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