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0629221918905

[팩트체크] 미국차, '무역 장벽' 때문에 팔기 어렵다?
오대영 입력 2017.06.29 22:19 

[앵커]

한미정상회담에서 FTA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입니다. 그런 가운데 이런 발언이 백악관에서 나왔습니다. "양국 간 불균형이 있다" "한국에서 미국산 자동차 판매에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을 콕 찍었고, '장벽'이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무역장벽으로 한국에서 미국차가 팔기 어렵다는 뜻이겠죠. 정말로 '장벽'이 있는 것인지, 트럼프 정부의 이 말을 사실로 볼 수 있는지 팩트체크 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결론이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일부 맞는 내용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단 양국 간에 "불균형이 있다"는 말은 수치상으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FTA 발효 뒤인 2012~2016년 한국차는 미국에서 703억 달러어치가 팔렸습니다. 반면에 미국차가 한국에 수입된 액수는 53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13배 정도 많이 팔고 있는 것이죠.

[앵커]

차이가 많이 나긴 하네요. 실제로 미국차가 다른 수입차에 비해서도 자주 눈에 띄는 편은 아니죠. 그런데 미국은 이게 '무역장벽'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무역장벽이라는 게 관세가 있고 비관세로 볼 수 있는데, 일단 관세는 FTA 발효 이후에 2016년에 완전히 폐지돼 이 부분을 미국이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에 '비관세 장벽'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데, 크게 세 가지 내용입니다.

첫 번째, '연비규제'가 심해서 장벽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리터당 17km, 미국은 16.6km로 규제합니다. 이렇게만 보면 한국이 높습니다.

하지만 EU는 리터당 18.1km를, 일본은 16.8km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걸 '장벽'이라면서 더 낮추라는 것인데, 오히려 파리협약에 의해 기준을 더 높이자는 것이 국제적 약속입니다.

[앵커]

일단 한국이 높은 편이 아니고, 또 미국의 주장은 국제사회의 약속과는 좀 정반대 방향이군요. 두 번째 주장은요?

[기자]

두 번째는 바로 방향지시등의 규제 탓이다, 심하다는 건데.

[앵커]

한국에서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거죠. 방향지시등은 '깜빡이' 말하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그 깜빡이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는 건데 어떤 내용이냐면요, 한국은 법으로 '주황색'을 쓰도록 돼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주황색'과 '빨간색' 둘 다 쓸 수 있죠. 그런데 미국은 한국의 이 규정 때문에 '빨간색' 차량의 수출에 지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FTA 협정에 따라 1년에 2만 5000대 이하의 수입 업체의 경우에는 미국 기준을 규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법만 지키면 되고 한국 규정을 안 지켜도 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국차가 포드인데 8000대 정도였습니다. 미국 업체 중에 그래서 이 규제에 해당하는 업체가 없습니다.

[앵커]

가끔 빨간 깜빡이를 켜는 차들이 있던데, 그게 미국차였군요.

[기자]

네, 빨간 깜빡이를 켜면 브레이크하고 헷갈리잖아요? 그래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분석들도 있죠.

[앵커]

어쨌든 이 역시도 해당이 안 돼 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군요. 다음은요?

[기자]

마지막 주장은 '수리이력', 그러니까 수리를 받은 근거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이게 장벽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차가 출고되면 소비자한테 가기까지, 문제가 생겨 수리하면 반드시 '이력'을 남기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36개 주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도 미국에 수출을 할 때는 같은 요구를 받습니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미국차의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장벽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사실 이런 주장들이 보기에 따라서는 지엽적인 것 같고, 그래서 이런 이유로 '미국차'를 한국에서 팔기 어렵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요?

[기자]

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차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은 무역 장벽"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우리하고 똑같은 말을 했죠.

일본 정부는 "미국 브랜드가 팔리지 않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응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독일 자동차에 대해서는 "매우 불공평하다"고 장벽 문제를 꺼냈고, 오히려 "자유무역은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반박이 나왔습니다.

'무역 장벽' 때문에 한국시장에서 미국차를 팔기 어렵다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답, 바로 이미 자동차 선진국인 두 나라의 반박을 통해 나온 셈입니다.

[앵커]

그리고 모든 걸 떠나서 '깜빡이 색깔' 때문만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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