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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상대 승소 곽상언 변호사 "한전 논리에 전국민이 길들여져있어"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7.07.18 16:36:00 수정 : 2017.07.18 17:07:14

한전 전기요금 누진세에 대한 피해보상 승소한 곽상언 변호사. 곽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전 전기요금 누진세에 대한 피해보상 승소한 곽상언 변호사. 곽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하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전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자료와 논리에 빠져 수십년을 지나오다 보니 전국민이 한전 논리에 세뇌됐어요. 이젠 뭐가 잘못됐는지 조차도 모르더군요. 원전 논의도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한전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누진제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을 이끌고 있는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거대기업 한전을 상대로한 전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절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한전은 발전부터 배전, 판매까지 전력산업의 모든 것을 독점하는 세계 유일의 에너지기업이다. 원자력발전을 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지분 100%도 한전이 갖고 있다. 때문에 한전을 통하지 않고는 전력에 대한 어떠한 자료도 구할 수 없다. 

곽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한전을 상대로한 전기요금 누진제 부당이익 반환청구소송에 처음으로 이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이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포효했다. 첫 승리였다. 12개 소송을 걸어 지금까지 6개를 졌다. 한전은 곧바로 항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곽 변호사를 지난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법무법인 인강 사무실에서 만났다. 


-쉽지 않은 소송일텐데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국내에 있는 전력 관련 자료는 대부분 한전이 개입된 거다. 한전이 용역을 줬던지, 한전의 영향력 아래 작성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전의 용역보고서를 갖고 싸우려하니 어려웠다. 자료가 없으니 충분한 연구도 안돼 있더라. 원전을 둘러싼 논란도 한전의 입김이 작용한 보고서를 가지고 논의를 하니 어려운 거다.” 

-한전의 전기료 문제가 무엇이냐 

“한전은 전기판매사업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전의 약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다. 전기소비자는 누진제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거부할 수가 없다. 이러한 누진제는 주택용 전기사용자에게 불합리하도록 설계됐다. 오직 주택용 전기만 고율의 누진제가 적용된다. 주택용 전기사용자는 징벌적으로 폭증하는 요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고, 이게 무서우면 자신의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수준 이하로 전기사용을 하도록 억압당했다. 주택용 전기 누진제에 따른 이익은 한전이 가져갔다. 약관 규제법에 따라 전기요금약관은 무효고, 한전이 얻은 이익은 부당하므로 이를 반환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택용은 누진제로 사용을 억제하고, 그 이익을 산업용에 몰아줬다는 얘기냐

“한전이 제시하는 통계중에 ‘총괄원가’라는 게 있다. 발전부터 송전까지 드는 모든 비용을 합산한 거다. 그런데 각종 전기요금 중에서 총괄원가 이상 납부하는 것은 오직 주택용 전기요금밖에 없다. 한전이 연간 총괄원가 이상 얻는 이익은 2조원인데 이게 모두 주택용 요금이다. 산업용 요금은 총괄원가 기준 2조원 적자를 본다. 그러니까 주택용 흑자로 산업용 적자를 보전한다. 이를 ‘교차보조’라는 말을 쓰는데 쉽게 말하면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돈을 뜯어서 산업체에 준 것 아니냐. 불공정한 요금체계로 인해 주택용 전기 사용자가 그만큼 불이익을 봐 온 것이다.”

-외국과 비교하면 전력사용량이 왜곡됐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면 보통 주택용, 산업용, 공공상업용 전기가 30대 30대 30 정도다. 그런데 한국은 주택용이 13%, 산업용이 52%, 공공상업용이 32%정도다. 그만큼 주택용 전기 사용자들이 전기 사용을 억압당해온 것이다” 

곽 변호사는 한 때 몸이 아파 집에서 휴식을 취했던 때가 있었다. 에어컨을 좀 틀었더니 아내가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며 불평했다. 찾아보니 가정용 전력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으레 그려러니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곽 변호사는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소송을 걸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소송을 시작할 때 반응은 어땠나 

“세뇌교육이 참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일방적으로 한전 논리만 주입당하다보니 한전의 주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 강연에 나갔는데 어떤 법대교수님이 ‘우리집 전기사용료를 확인해 봤는데, 나는 (적게 내고 있어서) 받아들일 만하다. 왜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그 얘기듣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생각하는구나 싶어서.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것과 그것이 부당하다는 것은 다르다. 절도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대해 사형을 내린다고 할 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절도죄를 사형까지 내리는 데 대해 합당하느냐의 문제는 다른 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동을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은 다른 것 아닌가.

통계적으로 보자면 한전의 전력요금체계로 인해 이득본 사람도 있고 손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전의 주장대로 원가보다 적게 요금을 낸다고 하더라도 그게 억압적으로 소비를 줄여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패소했던 이유는 뭐냐 

“재판부는 원고가 주택용 전기 약관을 통해서 어떤 불이익을 받았는 지 증명해 보라고 했다. 원고의 전기사용량은 얼마이고 납부한 전기요금은 얼마인데 그래서 얼마를 손해봤는지 증명하라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한전은 평균적인 전기요금으로 보면 전기사용자의 70% 가량은 원가이하로 적용받고 있다고 주장했고, 그래서 약관을 통해서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재판정에 전기요금 총괄원가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누진구간 및 누진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도 알수 없고, 한전이 과도하게 수익을 가져갔는지도 알수 없으니 한전 주장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 승소한 판결은 어떻게 이긴거냐 

“특별한 것은 없었다. 재판부가 다른 재판부에 비해 ‘판결을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이다. 판결문을 보면 전기 사용자들이 협상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체계 구성이 특정 집단의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형평을 잃거나 다른 집단과 다른 요금체계를 정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부당하다고 봤다. 또 한전이 주장하는 총괄원가는 매출원가와 다른 것으로 총괄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해 한전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봤다. 특히 법원이 총괄원가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과거 감사원은 총괄원가가 과도산정됐다고 지적한 사실을 봐서 한전의 주장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어려운 소송이었을 것 같다. 

“소송을 한다고 할 때 첫 질문이 ‘너 말이 사실이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니가 뭘 아느냐’ 등이었다. 그러다 ‘네 말이 맞다면 과연 네가 이길 수 있느냐’고 하더라. 심지어 아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선배는 ‘그러다 죽는 수 있다. 조심하라’고 걱정도 해줬다. 어떤 사람들은 ‘네말이 다 맞는데 그러다 한전이 파산하면 어떡할꺼냐’고 하더라. 승소한 소송에 따른 한전 배상액은 1억5000만원이다. 6개월치 기준 450만원 돌려받는 분이 가장 많다. 지난 10년간 한전의 부당이익을 모두 회수한다고 해도 4조원이다. 한전이 갖고 있는 부동산 자산이 얼마인데 그런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현재 소송에 몇명이나 참여하고 있나 

“처음 소송은 20명으로 시작한 단독사건이었다. 패소한 6개 소송은 인원이 100명을 넘지 않는다. 승소한 7번째 판결이 1000여명이 참여해 가장 컸다. 현재까지 12개 소송에 참여하거나 추가로 소송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1만명이 넘는다. 지금까지는 과거 6개월치에 대해 소송을 걸었는데 앞으로는 10년치에 대한 부당이득 청구소송을 걸 예정이다. 부당이득 반환소송의 소멸시효는 10년이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전기요금 약관을 개정해 전기요금을 대폭 낮췄다. 때문에 그 이후에 낸 전기요금은 적용이 안 된다. 소송 참여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반환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이 뭐냐 

“한전이 항소하면서 12개 재판이 모두 진행 중이다. 한전은 아직도 개인이 쓴 전기사용량과 납부액 자료를 안 준다. 그걸 알아야 피해액 확정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적법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한전이 적법한 자료는 제출하도록 해달라. 한전은 전력소비자의 전기사용량과 납부액 자료가 없다거나 원고가 너무 많아 자료제출이 늦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나. 돈 걷어갈 때는 귀신같이 제때 걷어가지 않나” 

-가스요금이나 통신요금 등도 문제가 많지 않나 

“물론이다. 가스요금도 들여다 볼까 한다. 일단은 전기요금 소송이 끝나야 하지 않겠나. 모든 무기를 가진 덩치가 거대한 상대와 일합을 벌이려면 분석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데 정보가 한정되니 어렵다. 한전 소송도 2년을 준비했고, 소송한지 벌써 3년이 지났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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