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49395

MB 정권의 '사이버 트라우마', 댓글부대로 극복했나?
[집중분석-국정원 9대 적폐사건⑤] 민간인 댓글부대 사건
17.08.12 10:33 l 최종 업데이트 17.08.12 13:40 l 글: 구영식(ysku) 그래픽: 박종현(ttto76) 편집: 홍현진(hong698)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국정원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가장 나쁜 선례’였다.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만을 수호했기 때문이다. 그 9년의 시간 동안 일어난 ‘적폐’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국정원 개혁을 얘기할 수는 없다. <오마이뉴스>는 국정원개혁발전위(13개)과 국정원감시네트워크(15개)가 선정한 국정원 적폐사건 목록 가운데 총 9개를 추려서 ‘어떤 사건’인지, ‘무엇’을 재조사해야 하는지를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말]

 시민들이 1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을 TV로 통해 시청하고 있다.
▲  2008년 6월 19일 시민들이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을 TV로 통해 시청하고 있다. ⓒ 유성호

당선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압도할 것 같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표 차이만 530만여 표였다. 당시에는 역대 최대 표차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2008년 5월부터 4개월 동안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열리며 정권을 위기로 몰아간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은 청와대 뒷동산에 올라 촛불시위대가 부르던 노래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책해야 했다.   

"저는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이라는 노래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서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2008년 6월 19일 기자회견 중에서)

그런데 정말 이 대통령은 촛불시위를 보면서 자신을 "자책"하고 "돌이켜보았"을까? 이후 이명박 정부가 '공안통치체제'를 구축해 정권을 유지했다는 점을 헤아리면 오히려 촛불시위가 주는 혁명적 분위기에 '강력한 공포'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2008년 7월) ▲ 대검 공안3과 부활(2009년 3월) ▲ 국군사이버사령부 창설(2010년 1월) ▲ 정부 부처 안보교육 강화(2010년 12월 이후) ▲ 군의 SNS 검열 강화와 대통령 모욕죄 처벌(2012년 3월) 등이 이루어졌다(관련기사 : MB정권은 어떻게 유지됐고, 박근혜는 어떻게 당선됐나). 

이는 촛불시위가 이 대통령에게 안겨준 위기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정보원의 댓글부대 운영도 'MB식 공안통치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국정원 댓글공작 최초 제보자인 전 국정원 직원 김상욱씨는 "이명박 정권은 출발할 때부터 사이버 트라우마를 겪은 것 같다"라며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 이후 사이버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사이버쪽을 강화했다"라고 진단했다. 김씨는 "이명박 정권은 사이버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사이버 범죄집단이 됐다"라며 "그리고 그 사이버 역량을 정권 재창출에 활용했다"라고 말했다.   

'알파팀', 민간인 댓글부대의 시작?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도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도

국정원의 댓글부대는 두 축으로 운영됐다. 한 축은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에서 운영한 '4개의 사이버팀'(혹은 '안보팀')이고, 다른 한 축은 민간인들을 모아 운영한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이다. 전자는 이미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고, 후자는 최근 국정원개혁발전위(위원장 정해구)의 재조사를 통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2013년까지 드러난 민간인 댓글부대의 실체는 'PA'(Primary Agent)로 불리던 '민간인 외부조력자' 1명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대선 직전까지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의 인터넷 댓글작업을 도왔던 이정복씨가 '민간인 조력자'였다. 국정원은 지난 2013년 11월 국정감사에서 이씨에게 매달 280만 원씩 11개월 간 총 3080만 원을 지급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4개의 안보팀'에서 활동했던 70여 명의 요원들이 김하영씨처럼 외부조력자들을 활용했을 경우 '민간인 외부조력자' 규모는 상당히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후 지난 4월 <한겨레21>이 "국정원이 비선 민간조직 '알파팀'을 지원.운영하며 여론을 조작했다"라고 보도하면서 '민간인 댓글부대'의 실체가 처음으로 드러났다(관련기사).

국정원은 촛불시위 직후인 지난 2008년 12월께 젊은 우파논객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를 중심으로 알파팀을 꾸렸다. 알파팀의 팀장인 김성욱 대표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우파매체인 <미래한국>과 <조갑제닷컴>의 기자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현재는 자유통일운동매체인 <리버티헤럴드>를 운영하고 있고, '자유통일-북한 해방을 위한 정치단체'를 지향하는 한국자유연합을 이끌고 있다. 또다른 우파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김 대표는 기독교 우파다"라며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그의 멘토나 다름없다"라고 평했다.

알파팀의 지휘체계는 국정원장-국내정보 파트 요원 김아무개씨-팀장 김성욱으로 이루어졌다. 알파팀 사이에서 국정원과 국정원장은 각각 '학교'와 '교장'으로, 국정원 2차장 산하 국내정보 파트 요원인 김씨는 '국정원 실무자'로, 김성욱 팀장은 'MASTER'(마스터)로 불렸다. 김성욱 팀장 아래에는 댓글작업 실행조직으로 '20대팀'과 '30대팀'이 있었다. 20대팀과 30대팀의 책임자는 각각 김△△ <조갑제닷컴> 기자와 김◯◯ 전 <미래한국> 기자였다. 두 개 팀에서는 책임자를 포함해 각각 4명과 3명의 팀원들이 활동했다. 

알파팀을 최초 보도한 <한겨레21>은 "지금까지는 국정원이 선거 등 중요 정치적 국면에서 여론조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알파팀의 존재를 통해 2008년 12월 이후엔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외주를 주는 방식으로 실시간 거의 모든 사회 현안에 여론공작을 수행해왔음이 최초로 확인됐다"라고 분석했다.    

'조회수' 등 기여도에 따라 원고료 차등지급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원세훈, '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심 공판 출석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7월 10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국내정보 파트 요원인 김씨가 마스터인 김성욱 팀장을 통해 댓글작업 지침('여론대응 관련 지침')을 내려주면 김 팀장은 20대팀과 30대팀의 책임자들에게 이를 전달했다. 국정원은 '김대중 헛소리 비판'과 '이외수 <경향신문> 헛소리 비판', 'MBC-민주당 민노당 비판', '민주노총, 전교조 악행 비판', '노노데모 소송건 천지성 판사 집중 비판' 등 '집중 게재 칼럼 주제'를 제시했다.  

각 팀 책임자로부터 지침을 건네받은 팀원들은 다음 '아고라' 등 주요 포털사이트와 조.중.동 등 보수신문 독자면 등에 댓글을 달거나 글을 기고했다. 활발한 인터넷 공론장이었던 다음 아고라를 시작으로 네이버와 한토마(한겨레 토론 커뮤니티), 조중동 독자투고란 등으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이들은 주로 법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문화방송,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국정원은 이들에게 '웹 사이트 방문자를 증가시켜주는 프로그램'인 VEX(Visitor Exchanger)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또한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조회수 높이는 프로그램을 제작중"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조회수 조작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제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알파팀은 조회수를 올리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광화문 오피시아 빌딩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열기도 했다. 오피시아 빌딩은 우파통일운동단체인 세이지 코리아와 우파매체인 <조갑제닷컴>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이들은 다음에 뉴스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다음 뉴스 블로그 이용자는 1000만 명, 아고라 이용자는 600만 명이라 여론 확산 정도에 차이가 있으니 아고라를 주로, 다음 뉴스 블로그를 부로 하던 전술에서 주부를 전환하라"라는 국정원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김성욱 팀장은 이러한 댓글공작의 실적을 주간단위로 취합해 국정원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2008년에는 인터넷 게시글 1건당 '20대는 2만5000원, 30대는 5만 원'의 고정 원고료를 지급했다가 2009년에는 조회수 등 '기여도'를 기준으로 원고료를 차등지급했다. 

국정원은 특히 다음 아고라에 올린 칼럼을 조중동 독자투고로 보내라고 독려했고, 독자투고가 실릴 경우 글 1건당 20만 원의 특별 원고료를 지급했다. 국정원 직원인 박아무개씨가 지난 2008년 말부터 2009년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1850만 원을 김성욱 팀장에게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알파팀 등 30개 '사이버 외곽팀' 운영

그런데 '알파팀'은 국정원이 운영해온 30개의 '사이버 외곽팀'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가 지난 3일 '적폐청산 T/F'로부터 보고받은 '댓글사건 관련 사이버 외곽팀 운영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팀 등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 민간인을 동원해 30개의 댓글부대를 만든 것이다. '사이버 외곽팀'은 댓글공작 내부조직으로 운영하던 '사이버팀'('안보팀'으로도 불렸다-기자주)에 대응해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즉 내부의 '사이버팀'과 연계해서 활동하는 '외곽팀'이라는 뜻으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국정원개혁발전위는 "사이버 외곽팀의 운영 목적은 4대 포털사이트와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게재해 국정 지지 여론을 확대하고, 사이버 공간의 정부 비판 글들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원세훈 원장은 취임한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국정원 3차장 산하에 있던 심리전단을 독립부서로 편제하고 사이버팀을 2개팀으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같은 해 5월 '다음 아고라'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외곽팀' 9개를 신설했다. 이후 사이버 외곽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지난 2011년 1월에는 알파팀 등 24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 이러한 사이버 외곽팀 확대는 지난 2009년 11월 원세훈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24개 사이버 외곽팀은 지난 2011년 8월 ▲ 다음 '아고라' 담당 14개팀 ▲ 4대 포털사이트(다음.네이버.네이트.야후) 담당 10개팀으로 재편됐다. "사이버 대응 업무 효율성 제고"가 목적이었다. 사이버 외곽팀의 댓글공작 역할을 세분화해 분업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국정원개혁발전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다음 아고라에서 댓글작업을 시작한 것 같고, 다음 아고라를 중심으로 작업했다"라며 "그러다가 (다음 아고라에서 댓글작업하는 팀을) 24개팀으로 늘렸고, 이후 24개팀을 다음 아고라 담당과 포털사이트 담당으로 재편했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1년 3월에는 트위터에 대응할 4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신설했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는 '트위터 대응 사이버 외곽팀'을 6개로 늘렸다(2012년 4월). 댓글공작의 무대를 포털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지난 2011년 10월 4일 청와대는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국정원은 이날 회의 내용을 전달받아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2011년 11월 8일). 원세훈 원장도 같은 해 11월 18일 심리정보국(심리전단)에 'SNS 대응팀을 강화하라'고 지시했고, 12월 SNS 대응팀으로 알려진 '사이버5팀'(안보5팀)을 신설했다. 기존에 알려진 '2012년 2월 확대 개편'보다 앞서서 SNS 대응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이버5팀에서는 4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35명이 활동했다. 

사이버 외곽팀에서 활동한 민간인들은 예비역 군인,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이었고, 이들은 대체로 '보수.친여 성향'으로 분석됐다. 대부분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민간인들이었고, 개인시간을 내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개혁발전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직장을 가지고 있어서 상근하지는 않았고, 시간 나는 대로 댓글작업을 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사이버 외곽팀에 연 30억 원의 국정원 예산 투입 추정

 ‘사이버 외곽팀’ 신설.확대 일지
 ‘사이버 외곽팀’ 신설.확대 일지

국정원개혁발전위는 민간인 댓글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심리전단(심리정보국)에서 관리했다고 밝혔다. 심리전단 네 개(1.2.3.5팀) 팀장 아래에서 네 개 파트(1.2.3.5파트)를 관리하는 파트장이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관리했다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 외곽팀 가운데 하나였던 알파팀은 국정원 2차장 산하 국내정보 파트 직원이 관리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원세훈 원장이 취임하기 전('김성호 국정원장 체제')까지는 국정원 2차장 산하 국내정보 파트에서 알파팀을 관리했지만, 원세훈 원장이 취임한 뒤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으로 확대개편하면서 사이버 외곽팀도 만들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이버 외곽팀의 관리 주체도 심리정보국으로 넘어갔을 수 있다. 

김상욱씨도 "알파팀 때에는 (민간인 댓글부대가) 형식을 다 갖추지 못했다"라며 "김성호 원장은 댓글공작을 조직적으로 하지 않았고, 원세훈 원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댓글공작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이 됐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2차장은 김회선(2008년 3월-2009년 2월).박성도(2009년 2월-2010년 8월).민병환(2010년 9월-2012년 5월).차문희(2012년 5월-2013년 4월)였고, 3차장은 한기범(2008년 3월-2009년 2월).최종흡(2009년 2월-2010년 9월).김남수(2010년 9월-2011년 4월).이종명(2011년 4월-2013년 4월)이었다.   

특히 김상욱씨는 원세훈 전 원장과 민병주 전 심리정보국장의 관계에 주목했다. 김씨는 "2006년엔가 원세훈 전 원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민병주 전 국장은 버클리대로 연수를 왔다"라며 "스탠포드대와 버클리대는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함께 골프를 치곤 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그 이후 민병주 전 국장이 원세훈 전 원장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라며 "다만 민병주 전 국장이 김성호 국정원장의 비서실장을 하다가 전북지부장(2급)으로 내려갔는데 원세훈 원장이 다시 불러 1급(심리정보국장)을 만들어줬다"라고 말했다. 

국정원개혁발전위는 "사이버 외곽팀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댓글사건의 윤곽은 어느 정도 나왔다"라고 밝혔지만, 민간인 댓글부대의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일부 언론들은 "30개팀에서 민간인 3500명이 활동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정원개혁발전위의 관계자는 "30개팀이 운영된 것은 확인된 사실이지만 '3500'은 사람 숫자가 아니라 그들이 사용한 아이디 숫자여서 규모(활동한 인원)는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민간인 댓글부대의 시작으로 보이는 알파팀에서는 김성욱 팀장과 두 개 팀(20대팀.30대팀) 책임자까지 포함해 총 8명이 활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활동한 인원을 계산해보면 30개팀에서 최소한 수백명이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21>은 알파팀에 지급된 원고료가 최소 월 1000만 원은 넘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간 1억 원 이상의 국정원 예산이  민간인 댓글부대에 흘러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알파팀 사례를 헤아릴 때 30개 사이버 외곽팀에 지급된 국정원 예산은 월 3억 원, 연 30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개혁발전위 관계자의 얘기다.     

"국정원에서 팀장에게 돈을 주면 팀장이 팀원들에게 돈을 나눠줬다. 댓글작업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많이 줬고, 적게 한 사람에게는 적게 줬다. 일종의 성과급과 비슷했다. 일부 언론에서 성과급으로 1인당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지급했다고 보도했는데 금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더 조사해봐야 한다."

이 관계자는 "1년에 30억 원 이상 썼다는 것도 명확하지 않다"라며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이버 외곽팀에 지원된 자금이 국정원 특수활동비인지 다른 예산인지는 더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민간인 댓글부대, 박근혜 정부에서도 활동했나?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사이버 외곽팀'으로 불린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을 알고 있었는지, 사이버 외곽팀의 운영에 개입했는지도 쟁점이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김성욱 팀장이 지난 2009년 1월 20일 알파팀 팀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는데, 이 전자우편에 첨부된 '용산 관련'이라는 이름의 한글파일을 작성한 인사가 이아무개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가 알파팀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더 나아가 알파팀을 여론조작에 활용하려 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은 비슷한 시기 용산 참사와 관련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으로 용산 참사를 덮으라'는 '청와대 이메일 지침'을 경찰에 보낸 조직이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던 '십알단'(십자군알바단)과 국정원의 관계도 다시 주목해야 한다. 십알단을 이끌었던 윤정훈 목사는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SNS미디어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윤 목사는 지난 2012년 9월부터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린 뒤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문재인 후보 등 야당 후보를 반대.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실형(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국정원 이아무개씨의 트위터 계정 닉네임 옆에 '십알단'이라고 적힌 사실이 드러나고, 윤 목사가 스스로 "여의도 사무실은 국정원과 관련된 사람이 얻어줬다"라고 증언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윤 목사는 "직접 관리하는 조직원은 50명이고, 기독교조직 등 외곽조직은 많다"라고 말해 '민간인 댓글공작' 조직의 규모가 상당했음을 암시한 바 있다.

김상욱씨는 "당에서는 십알단을 운영.관리했고,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을 움직였다"라며 "그런 점에서 당정청이 한꺼번에 움직였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했던 인사로부터 '우리도 (댓글작업을)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는 청와대도 직접 댓글작업을 했다는 얘기다"라며 "결국 이명박 정부는 여론조작으로 유지된 정권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민간인 댓글부대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활동했는지도 재조사해야 한다. 국정원개혁발전위는 지난 3일 "적폐청산 T/F는 향후 각종 자료를 정밀분석해 관련자 조사 및 사이버 외곽팀 세부 활동내용(2012년 12월 이후 운영 상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민간인 댓글부대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운영됐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얘기로 읽힌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대선 직전에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이 터졌고, 이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민간인 댓글부대를 그대로 유지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와 관련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우회적 증언은 흥미롭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보수단체들이 국정원과 가까웠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멀었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국정원과 보수단체가 같이 일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임하기도 전에 댓글사건이 터지면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수단체나 보수매체를 관리하지 않았다, 담당자만 있는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의 댓글사건으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문제되자 보수 우파를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어버이연합' 하나 키우는 정도에 그쳤다."

국정원개혁발전위는 "사이버 외곽팀 이외 심리전단의 '온라인 여론조작 사건'의 전모도 규명할 예정이다"라고 밝혀 지금까지 드러난 '심리정보국 4개팀'이나 '30개 사이버 외곽팀'과는 다른 여론조작팀이 더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이버 외곽팀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지만 그것 말고도 더 나올 수 있다"라며 "그런 것들도 조사해서 나중에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안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조사하고 조사가 마무리되면 입법문제, 책임자 처벌 문제 등을 마지막으로 논의할 계획이다"라며 "(댓글공작 등) 일부 사건들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서 수사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그는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찰에서 수사할 수밖에 없다"라며 "수사 요청은 마지막에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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