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Tenman/report_last.aspx?CNTN_CD=A0002353189
"자승 총무원장은 역행보살" 선승들이 '장군죽비' 들었다
[불교 적폐청산]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인터뷰
17.08.25 10:15 | 김병기 기자
▲ 용문선원 앞에 선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조선 시대 고승 서산대사가 불교수행 지침서 <선가귀감>(禪家龜鑑)에 적은 한 대목이다.
"중도 아니요, 속인도 아닌 '박쥐 중', 혀를 가지고도 법을 설하지 못하는 '벙어리 염소 중', 중의 모양에 속인의 마음을 쓰는 '머리 깎은 거사', 지은 죄가 무거워 천도(해탈)할 수 없는 '지옥 찌꺼기', 부처님을 팔아 살아가는 '가사 입은 도둑'. 말법 시대에는 가사 입은 도적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진짜 승려는 세속에 머문다."(선가귀감)
가사(袈裟)란 승려가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다. 서산대사가 죽비를 들었던 '가사 입은 도둑들'이 부활했다.
[말법 시대 징후] 현대판 '가사 입은 도둑들'
"용주사 주지가 은처(숨겨둔 아내)가 있고, 쌍둥이 아빠라는 의혹이 제기된 지 4년이 지났어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쓴소리를 한 스님은 징계하면서 이런 일은 방치하고 있어요. 법원은 마곡사 주지의 돈 선거건도 불법을 확인했어요. 종단 내에서 처벌하라고 판결했는데, 총무원은 무시했습니다. 총무원장 선거뿐만 아니라, 주지직과 종회의원 선거도 돈으로 사고팝니다. 그 꼭대기에 자승 원장이 있어요."
▲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지난 17일 경기도 양평군 상원사에서 만난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용문선원장)의 죽비소리다. 수좌회는 전국 선방에서 수행 정진하는 선승 2000여명의 대표 기구이다. 이들은 지난 9일 대구 서봉사에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했다. 원로회의를 거쳐 승려대회가 확정된다면 불교계가 발칵 뒤집어질 일대 사건이다.
"승려대회는 종단이 위기에 빠졌을 때 수좌들이 들고 일어서는 초법적 기구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종단 새 집행부를 꾸립니다. 94년에 서의현 총무원장 3선 출마를 막으려고 승려대회를 했는데 그 때에도 서의현 총무원장을 멸빈하고 새로운 종헌종법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져 후유증도 컸습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의정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자정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그가 우려하는 불교계 적폐는 심각하다.
"자승 원장이 쌍둥이 아빠를 징계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승려 몇 퍼센트가 '은처'를 갖고 있다는 말도 있어요. 종단 정재물(깨끗한 시주물)이 처자식에게 가겠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총무원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돈 선거를 지원해준다는 의혹도 있어요. 선거만 끝나면 '어느 절 주지는 선거에서 한 사람에 얼마씩 돌렸다느니' 하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부처님은 '불살생'을 설하면서 비폭력을 주장하셨는데 총무원은 자승 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 스님을 폭행하고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종단의 일부 언론사(불교닷컴‧불교포커스)들을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취재는 물론 절 출입도 막고 있어요. 박정희 독재 시절에도 이렇게는 안했습니다."
서산대사가 선가귀감에서 말한 '말법 시대'(말세) 징후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경기 양평 상원사에서 만난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머리에 붙은 불을 끄자] 승려대회 결의
여구두연(如救頭燃).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깨달음을 구하라는 불교 용어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종단의 행정 수장으로 제왕적 권한을 가졌죠. 의회 역할을 해야 할 종회와 사법기관인 호계원뿐만 아니라 본사 주지협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자승 원장의 손아귀에 있어요. 여기에 도전하면 징계권을 휘두르고, 다시는 조계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체탈도첩'(멸빈)도 하죠.
수좌회가 3년 전 백양사 도박사건 때 자승 원장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지난 3월에도 은처승이 범람하고, 사찰 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지적하면서 청정 승가로 돌아가자는 성명서를 냈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오히려 10월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원장이 아바타를 세우려고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조계종단의 머리에 붙은 탐욕의 불을 끄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 겁니다."
- 총무원은 승려대회를 개최한 수좌회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100여개 선원 중 10개 선원만 참석했다는 겁니다.
"상투적 문제제기죠. 자승 원장에 줄을 선 반수 이상의 본사 주지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스님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자기들의 갑질은 생각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70여명이 참석했고, 만장일치로 승려대회를 결의했어요. 수좌회 회의에는 비구니 선원 40여개 스님들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방해를 했다는 거죠?
"회의 전날 호법부(조계종의 경찰-검찰격) 직원들이 대구에 모였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회의에 참가하는 스님들을 감시, 회유하려고 그랬겠죠. 대구 동화사에서 대표자 모임을 열기로 했는데, 그쪽에서 곤란한 빛을 보이더라고요. 대구불교사암연합회로 장소를 바꿨습니다. 다음날 연합회도 대관 요청을 거절했어요. 결국 선학원 소속 절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총무원이 수좌회와 소통하지 않고 이렇게 훼방을 놓고 있으니 안타깝죠."
- 승려대회는 언제 열리나요?
"조만간 열릴 장로회의에서 최종 결정합니다."
- 불교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처님의 정법교단이 되려면 종헌종법을 전면 개혁해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와 조사선 시대의 총림과 같이 장소 위주의 교단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1962년 종헌종법에 민주주의 주권을 받아들여 그간 조계종이 기틀을 세우고 운영을 잘해 왔으나, 이제는 부작용이 심해서 다시 부처님 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종헌종법으로는 정치승을 양산할 뿐만 아니라 갈등과 반목이 팽배해서 불교발전에 막대한 지장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법 구현을 위한 '종헌종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근본 개혁을 해야 합니다."
▲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역행보살] 총무원장 선거에 직선제 도입해야
불교계에는 '역행보살(逆行菩薩)'이란 말이 있다. 그릇된 짓의 나쁜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려고 그릇된 짓을 하는 보살을 말한다.
의정 스님은 "불교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수좌들이 신뢰를 받을 정도로 수행을 하지 못한 책임도 있기에 자성한다"면서도 "자승 총무원장은 역행보살"이라고 말했다.
"자승 원장은 약속을 어기고 재임했어요. 총무원장 선거 때 내건 직선제 공약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사리사욕을 채우면서 전횡을 일삼아서 대중들이 종단을 떠나고 있어요. 총무원장 임기 말이 되면 다 내려놓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후임을 세우려고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건 승려로서 할 짓이 아니죠."
의정 스님은 "지금이라도 총무원장 선거 직선제 공약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선거권을 가진 321명의 선거인단(중앙종회의원 81명과 교구본사에서 10명씩 선출해 치르는 간선제) 절반만 돈으로 구워삶으면 총무원장이 될 수 있는 선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종회도 여당이 장악했고, 교구본사에도 자승 원장의 사람들을 심었어요. 이런 선거로는 불교 미래가 없습니다. 직선제를 통해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스님이 총무원장이 된다면 청정 승가 구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년 말 경북 문경 봉암사 앞에서 문을 여는 '문경세계명상마을' 추진위원장이기도 하다.
"불교 입장에서 보면 지구촌은 부처님이 만든 정토(淨土)이죠. 중생들이 수행은 안하고 탐진치(貪瞋癡.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을 일컫는다)에 매몰돼서 지구촌을 예토(穢土 번뇌로 가득 찬 세계)로 만들고 있어요. 역행보살들이 한 몫을 하고 있죠. 종교의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에 찌든 인류를 인도해야 할 시기인데, 종권 다툼이나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수좌회는 이 땅을 부처님 정토로 만드는 데 전력할 겁니다."
▲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상원사 전경. ⓒ 김병기
이날 오전 11시경에 도착한 상원사에는 계곡 물소리와 목탁소리가 가득했다. 의정 스님이 법회를 주관했다. 삼층석탑과 대웅전 뒤쪽에 병풍처럼 서 있는 해발 1117m 용문산에는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걸쳐 있다. 용문선원 앞에 서니 좌청룡 우백호처럼 양쪽 산기슭이 사찰을 거듭 감싸안았다. 확 트인 전망 속에 점 하나를 찍은 듯 문필봉이 솟았다. 의정 스님은 18년째 이곳에서 수행정진을 해 온 대표적인 선승이다.
그와 헤어진 다음날일 지난 18일, 자승 원장과 조계종단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승적을 박탈당한 명진 스님이 조계사 앞 우정총국에서 "자승 적폐 청산"을 위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 소식을 듣자, 전날 의정 스님이 명진 스님을 평가한 말이 떠올랐다.
"부처님 법을 따르려면 지혜와 자비라는 두 날개를 갖춰야 하죠. 명진 스님은 그동안 수행 정진을 해서 지혜가 넘치는 분입니다. 또 수좌들은 주로 수행에만 정진을 하는데, 명진 스님은 절 바깥에서도 중생들에게 자비를 실천해 왔습니다. 두 날개를 갖춘 이 시대의 개성 있는 수행자이자 저의 도반입니다."
의정 스님은 조계종의 초법적 기구인 승려대회를 준비하고, 명진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청사가 있는 조계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두 날개를 펼쳤다. 노동단체, 민주화 운동단체 등도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에 결합했다. 명진 스님 제적 철회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1천인 선언도 추진하고 있다.
조선 시대 서산대사가 '가사 입은 도적들'에게 들었던 장군 죽비를 치켜들었다.
☞[불교적폐청산①] 자승 원장 비판하려다 정신병원 간 스님, 불자들이 나섰다
☞[불교적폐청산②] '조계종 사찰 출입-취재 금지' 당한 기자들... 왜?
"자승 총무원장은 역행보살" 선승들이 '장군죽비' 들었다
[불교 적폐청산]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인터뷰
17.08.25 10:15 | 김병기 기자
▲ 용문선원 앞에 선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조선 시대 고승 서산대사가 불교수행 지침서 <선가귀감>(禪家龜鑑)에 적은 한 대목이다.
"중도 아니요, 속인도 아닌 '박쥐 중', 혀를 가지고도 법을 설하지 못하는 '벙어리 염소 중', 중의 모양에 속인의 마음을 쓰는 '머리 깎은 거사', 지은 죄가 무거워 천도(해탈)할 수 없는 '지옥 찌꺼기', 부처님을 팔아 살아가는 '가사 입은 도둑'. 말법 시대에는 가사 입은 도적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진짜 승려는 세속에 머문다."(선가귀감)
가사(袈裟)란 승려가 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법의(法衣)다. 서산대사가 죽비를 들었던 '가사 입은 도둑들'이 부활했다.
[말법 시대 징후] 현대판 '가사 입은 도둑들'
"용주사 주지가 은처(숨겨둔 아내)가 있고, 쌍둥이 아빠라는 의혹이 제기된 지 4년이 지났어요.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쓴소리를 한 스님은 징계하면서 이런 일은 방치하고 있어요. 법원은 마곡사 주지의 돈 선거건도 불법을 확인했어요. 종단 내에서 처벌하라고 판결했는데, 총무원은 무시했습니다. 총무원장 선거뿐만 아니라, 주지직과 종회의원 선거도 돈으로 사고팝니다. 그 꼭대기에 자승 원장이 있어요."
▲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지난 17일 경기도 양평군 상원사에서 만난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용문선원장)의 죽비소리다. 수좌회는 전국 선방에서 수행 정진하는 선승 2000여명의 대표 기구이다. 이들은 지난 9일 대구 서봉사에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했다. 원로회의를 거쳐 승려대회가 확정된다면 불교계가 발칵 뒤집어질 일대 사건이다.
"승려대회는 종단이 위기에 빠졌을 때 수좌들이 들고 일어서는 초법적 기구죠.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종단 새 집행부를 꾸립니다. 94년에 서의현 총무원장 3선 출마를 막으려고 승려대회를 했는데 그 때에도 서의현 총무원장을 멸빈하고 새로운 종헌종법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벌어져 후유증도 컸습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의정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자정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그가 우려하는 불교계 적폐는 심각하다.
"자승 원장이 쌍둥이 아빠를 징계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승려 몇 퍼센트가 '은처'를 갖고 있다는 말도 있어요. 종단 정재물(깨끗한 시주물)이 처자식에게 가겠죠.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선거 때만 되면 총무원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돈 선거를 지원해준다는 의혹도 있어요. 선거만 끝나면 '어느 절 주지는 선거에서 한 사람에 얼마씩 돌렸다느니' 하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부처님은 '불살생'을 설하면서 비폭력을 주장하셨는데 총무원은 자승 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려던 적광 스님을 폭행하고 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종단의 일부 언론사(불교닷컴‧불교포커스)들을 '해종언론'으로 규정하고 취재는 물론 절 출입도 막고 있어요. 박정희 독재 시절에도 이렇게는 안했습니다."
서산대사가 선가귀감에서 말한 '말법 시대'(말세) 징후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경기 양평 상원사에서 만난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머리에 붙은 불을 끄자] 승려대회 결의
여구두연(如救頭燃).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깨달음을 구하라는 불교 용어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종단의 행정 수장으로 제왕적 권한을 가졌죠. 의회 역할을 해야 할 종회와 사법기관인 호계원뿐만 아니라 본사 주지협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자승 원장의 손아귀에 있어요. 여기에 도전하면 징계권을 휘두르고, 다시는 조계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체탈도첩'(멸빈)도 하죠.
수좌회가 3년 전 백양사 도박사건 때 자승 원장 사퇴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지난 3월에도 은처승이 범람하고, 사찰 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지적하면서 청정 승가로 돌아가자는 성명서를 냈는데 소식이 없습니다. 오히려 10월 총무원장 선거에서 자승 원장이 아바타를 세우려고 한다는 말도 들립니다. 조계종단의 머리에 붙은 탐욕의 불을 끄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선 겁니다."
- 총무원은 승려대회를 개최한 수좌회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100여개 선원 중 10개 선원만 참석했다는 겁니다.
"상투적 문제제기죠. 자승 원장에 줄을 선 반수 이상의 본사 주지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스님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자기들의 갑질은 생각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70여명이 참석했고, 만장일치로 승려대회를 결의했어요. 수좌회 회의에는 비구니 선원 40여개 스님들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 어떤 방식으로 방해를 했다는 거죠?
"회의 전날 호법부(조계종의 경찰-검찰격) 직원들이 대구에 모였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회의에 참가하는 스님들을 감시, 회유하려고 그랬겠죠. 대구 동화사에서 대표자 모임을 열기로 했는데, 그쪽에서 곤란한 빛을 보이더라고요. 대구불교사암연합회로 장소를 바꿨습니다. 다음날 연합회도 대관 요청을 거절했어요. 결국 선학원 소속 절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총무원이 수좌회와 소통하지 않고 이렇게 훼방을 놓고 있으니 안타깝죠."
- 승려대회는 언제 열리나요?
"조만간 열릴 장로회의에서 최종 결정합니다."
- 불교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처님의 정법교단이 되려면 종헌종법을 전면 개혁해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와 조사선 시대의 총림과 같이 장소 위주의 교단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1962년 종헌종법에 민주주의 주권을 받아들여 그간 조계종이 기틀을 세우고 운영을 잘해 왔으나, 이제는 부작용이 심해서 다시 부처님 법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종헌종법으로는 정치승을 양산할 뿐만 아니라 갈등과 반목이 팽배해서 불교발전에 막대한 지장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법 구현을 위한 '종헌종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근본 개혁을 해야 합니다."
▲ 의정 스님(전국선원수좌회 대표) ⓒ 김병기
[역행보살] 총무원장 선거에 직선제 도입해야
불교계에는 '역행보살(逆行菩薩)'이란 말이 있다. 그릇된 짓의 나쁜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려고 그릇된 짓을 하는 보살을 말한다.
의정 스님은 "불교계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그동안 수좌들이 신뢰를 받을 정도로 수행을 하지 못한 책임도 있기에 자성한다"면서도 "자승 총무원장은 역행보살"이라고 말했다.
"자승 원장은 약속을 어기고 재임했어요. 총무원장 선거 때 내건 직선제 공약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사리사욕을 채우면서 전횡을 일삼아서 대중들이 종단을 떠나고 있어요. 총무원장 임기 말이 되면 다 내려놓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후임을 세우려고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도 사고 있습니다. 이건 승려로서 할 짓이 아니죠."
의정 스님은 "지금이라도 총무원장 선거 직선제 공약을 실행해야 한다"면서 "선거권을 가진 321명의 선거인단(중앙종회의원 81명과 교구본사에서 10명씩 선출해 치르는 간선제) 절반만 돈으로 구워삶으면 총무원장이 될 수 있는 선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종회도 여당이 장악했고, 교구본사에도 자승 원장의 사람들을 심었어요. 이런 선거로는 불교 미래가 없습니다. 직선제를 통해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스님이 총무원장이 된다면 청정 승가 구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는 내년 말 경북 문경 봉암사 앞에서 문을 여는 '문경세계명상마을' 추진위원장이기도 하다.
"불교 입장에서 보면 지구촌은 부처님이 만든 정토(淨土)이죠. 중생들이 수행은 안하고 탐진치(貪瞋癡. 욕심, 노여움, 어리석음을 일컫는다)에 매몰돼서 지구촌을 예토(穢土 번뇌로 가득 찬 세계)로 만들고 있어요. 역행보살들이 한 몫을 하고 있죠. 종교의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에 찌든 인류를 인도해야 할 시기인데, 종권 다툼이나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수좌회는 이 땅을 부처님 정토로 만드는 데 전력할 겁니다."
▲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상원사 전경. ⓒ 김병기
이날 오전 11시경에 도착한 상원사에는 계곡 물소리와 목탁소리가 가득했다. 의정 스님이 법회를 주관했다. 삼층석탑과 대웅전 뒤쪽에 병풍처럼 서 있는 해발 1117m 용문산에는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걸쳐 있다. 용문선원 앞에 서니 좌청룡 우백호처럼 양쪽 산기슭이 사찰을 거듭 감싸안았다. 확 트인 전망 속에 점 하나를 찍은 듯 문필봉이 솟았다. 의정 스님은 18년째 이곳에서 수행정진을 해 온 대표적인 선승이다.
그와 헤어진 다음날일 지난 18일, 자승 원장과 조계종단에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승적을 박탈당한 명진 스님이 조계사 앞 우정총국에서 "자승 적폐 청산"을 위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 소식을 듣자, 전날 의정 스님이 명진 스님을 평가한 말이 떠올랐다.
"부처님 법을 따르려면 지혜와 자비라는 두 날개를 갖춰야 하죠. 명진 스님은 그동안 수행 정진을 해서 지혜가 넘치는 분입니다. 또 수좌들은 주로 수행에만 정진을 하는데, 명진 스님은 절 바깥에서도 중생들에게 자비를 실천해 왔습니다. 두 날개를 갖춘 이 시대의 개성 있는 수행자이자 저의 도반입니다."
의정 스님은 조계종의 초법적 기구인 승려대회를 준비하고, 명진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청사가 있는 조계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두 날개를 펼쳤다. 노동단체, 민주화 운동단체 등도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에 결합했다. 명진 스님 제적 철회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1천인 선언도 추진하고 있다.
조선 시대 서산대사가 '가사 입은 도적들'에게 들었던 장군 죽비를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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