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021658001

MBC 몰락 10년사 ⑨ ‘손석희’의 시선집중, ‘신동호’의 시선집중
김재영 MBC PD 입력 : 2017.09.02 16:58:00 

MBC 몰락 10년사 ⑨ ‘손석희’의 시선집중, ‘신동호’의 시선집중
MBC 몰락 10년사 ⑨ ‘손석희’의 시선집중, ‘신동호’의 시선집중

지금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아침 시사라디오 분야를 이끌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이 분야의 원조는 2000년에 시작한 <손석희의 시선집중>이었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각종 시사 이슈를 다루면서, 인터뷰를 통해 이슈와 관련된 새로운 뉴스를 생산해내는 이 놀라운 프로그램은 천편일률적이었던 당시 AM 시장(현 표준 FM 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새로운 형식을 개척한 PD의 혜안과 함께, 무엇보다 진행자 손석희의 발군의 인터뷰가 빛을 발했다.

여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이 있는 아침이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등장하는 여야 대표들의 인터뷰에 정치부 기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정도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컸다. 언론인 손석희가 조선일보의 김대중 주필,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등을 따돌리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떠오른 것도 바로 이 프로그램과 함께였다. 2000년에 시작한 프로그램이 10년을 넘겼을 때 MBC 라디오의 상징이 되었다. 워낙 MBC 라디오는 다른 모든 채널들이 다 합친 정도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가진 절대강자였는데, <시선집중>으로 인해 저널리즘의 가치까지 끌어안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졌던 것이 MBC 라디오였다. 

충실한 청취자이자 동료였던 나는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 악독한 사장이 오더라도 <시선집중>을 무너뜨리지는 않겠지’라고 순진하게 믿었다. ‘저 영향력을? 시장의 절대적인 신뢰를? 설마…’라고 생각했다. 청취자의 알 권리를 위한 송곳 같은 질문이 정파적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손석희의 진행은 각종 현안에서 진보인사들이 쩔쩔매는 장면도 여과 없이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MBC 몰락 10년사 ⑨ ‘손석희’의 시선집중, ‘신동호’의 시선집중
MBC 몰락 10년사 ⑨ ‘손석희’의 시선집중, ‘신동호’의 시선집중

■박근혜와의 악연과 축출 

하지만 손석희의 질문은 보수우파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간섭이 노골적으로 되었다. MBC 수뇌부들의 압박은 집요했고, 모욕적이었다. 7년간 매주 출연하던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를 제작진과 아무런 의논 없이 내쫓았다. 김여진-전원책이라는 흥미진진한 진보-보수 논객 간의 토론에서 김여진씨의 출연을 일방적으로 막았다. 심지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의 인터뷰를 몇 시간 전에 강제로 취소시키는 예의 없는 간섭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박근혜 대통령과의 악연이 부각되었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2006년, 당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박근혜 대표에게 ‘IMF 경제위기는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책임’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저랑 싸움하자는 건가요?”라는 유명한 말이 돌아왔다.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과거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던 도중 인혁당 사건에 대해 잘못된 발언을 해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악연을 대통령 박근혜가 가만히 놔두진 않았을 것이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대 당시 굉장히 집요하게 “삼성이 압력을 넣어 JTBC 뉴스에서 손석희를 자르라”고 했다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하물며 자신의 손아귀에 있던 MBC였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마지막 방송을 했다. 13년 만인 2013년 5월이었다. 그리고 3개월 후 <신동호의 시선집중>이 시작되었다. 

만약 MBC가 정상적이었다면 손석희의 후임으로 신동호의 시선집중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4년간 뉴스데스크를 탁월하게 진행했던 박혜진 앵커가 이 전통의 시사프로그램 타이틀 롤을 이어받지는 않았을까. 혹시 젊은 오상진은 어땠을까. 아나테이너와 시사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지 않았을까. 영화 <공범자들>의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황우석 사태 당시 PD수첩의 명MC였던 최승호 PD가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은 상상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미 MBC에서 쫓겨나 있거나 배제된 상태였다. 최승호 PD는 2012년 해고되었고, 박혜진·오상진 등 아나운서 동료들은 그 해 170일 파업이 끝난 후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 등의 집요한 방해 속에서 각종 프로그램의 출연이 막힌 상태였다. 그들 모두를 물리치고 <시선집중>의 왕관을 집어든 사람은 바로 손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 신동호 아나운서였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했다. 일단 ‘숫자’면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당해내지를 못했다. 10%대의 청취율은 3분의 1 수준인 3%대까지 떨어졌다. 라디오 청취자들은 한 번 채널을 정하면 웬만하면 쭉 그 채널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침 6시에 시작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MBC 라디오의 경쟁력을 견인했고, 당연히 광고 수주도 압도적이었다. 신동호의 그것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시선집중>이 몰락하고, MBC 라디오가 동반 추락하는 사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부상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현재 라디오 전체 청취율 2위를 구가하며 예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TBS의 책임자는 MBC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만들었던 주인공 정찬형 PD다. 

시선집중을 관두고 JTBC로 이적한 손석희 앵커의 뉴스가 대중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세월호 비극 이후다. JTBC 뉴스는 세월호 침몰 후 가장 오랫동안 팽목항을 떠나지 않았고, 온 힘을 쏟아 문제에 천착했다. 손석희를 버린 MBC의 수뇌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세월호라는 단어를 꺼낼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세월호 추모로 하고 있는 PD에게 그것을 내리라고 협박했다. 김도인, 노혁진 등 노회한 간부들은 세월호라는 사건에 ‘중립’이라는 허울을 붙여 노골적인 방해공작을 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헌신짝처럼 버린 언론인 손석희는 JTBC에서 절대권력을 무너뜨리는 스모킹건이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구치소로 향했다.

■게시판을 폐쇄한 시선집중 

세상이 바뀌었지만 <신동호의 시선집중>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올 여름 신동호라는 이름이 연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되었다.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이 동료 아나운서들의 TV·라디오 출연을 부지런히 막았던 사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아나운서 신동호에 대한 신뢰는 회복불능 상태에 빠졌다. 현재 <신동호의 시선집중> 청취자 게시판은 폐쇄 중이다. 한국 방송 역사에서 진행자에 대한 항의로 게시판이 도배된 후 아무런 설명 없이 그 게시판을 폐쇄한 만행은 없었다. MBC는 엄연히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이다. 국민의 재산이 국민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곳인 게시판을 폐쇄한 것이다.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손석희의 존재가 사라진 MBC에서 수년 동안 <백분토론> <시선집중> <이슈를 말한다>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의 MC를 도맡아 했지만, 그가 제대로 된 언론인으로 평가받는지는 의문이다. 그가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지만 MBC 김장겸, KBS 고대영 사장이 회장단으로 있는 방송협회는 그렇지 않았다. 9월 4일, 그들은 신동호 아나운서를 방송유공자로 표창한다. 같은 상을 받는다는 김태호 무한도전 PD는 이 상을 거부했다. 이 부조리극은 과연 언제 끝날 것인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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