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김원치, 판사 서 성
(페이스북 / 최강욱 / 2011-12-31)

▲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져 있다. ⓒ오마이뉴스

영웅은 떠나 별이 되었다.

한 때 그의 동지였던 이들, 심상정과 박노해의 거처를 불지 않는다는 이유로 알몸상태에서 갖은 고문을 당했던 오늘의 ‘실세’ 김문수와 이재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김근태의 영정 앞에 떳떳이 설 수 있을까? 변절에 대한 숱한 변명과 궤변을 이제는 진솔하게 마음속으로나마 사과할 수 있을까?

고문 피해를 밝히며 수사를 촉구하는 김근태의 호소를 애써 외면한 채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것”이라며, 고문경관을 처벌하기는커녕 김근태를 속속들이 빨갛게 물든 공산주의자로 몰아갔던 정권의 개. 사냥개로서의 사명에 충실하여 결국 검사의 별이라는 검사장으로 출세를 거듭한 검사 김원치.

후일까지 “고문사실에 대하여는 피의자 김근태의 주장만이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할 하등의 자료가 없었으며 관련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피의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변명한 대단한 김원치.

물론 이근안의 고문사실이 밝혀져 처벌받은 뒤까지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은 대한민국 검찰. 법정에서 고문 사실을 호소하는 피고인 김근태의 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그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7년을 선고한 판사 서 성. 그리하여 김원치가 변명하고 기댈 언덕을 만들어 준 괴물. 그토록 탁월한 ‘재판 능력’을 바탕으로 사법부의 요직을 섭렵하며 후일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 과거사를 반성한다면서도 검찰의 잘못일 뿐 법원은 어쩔 수 없었다며 짐짓 헛기침만 날리는 대한민국 법원.

이들은, 이 조직은 김근태의 죽음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설마 자신들의 ‘품위 넘치는 삶’과 김근태의 신산한 삶을 비교하며 안도감에 휩싸이진 않았겠지. 그저 덮이고 말았을 일을 굳이 밝혀내 자신들의 명예에 흠집을 낸 사람으로 김근태를 기억하진 않겠지. 그들이 누리는 달콤한 삶과 권력이 결국 김근태의 헌신과 희생을 딛고 이루어진 것이란 점을 부인하진 않겠지. 최소한의 도리를 아는 인간이라면, 설마 지금은 진심으로 천벌을 두려워하겠지.

자신을 알아 달라며, 출세한 자신에게 즉각적인 존경과 복종을 표현하라며 아랫사람을 을러대다 결국 억지 화해까지 만들어낸 변절자들은 지금도 자신의 삶이 김근태의 그것보다 나은 것이라 자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 아니겠지.

심문을 했을 뿐 고문을 하지 않았으며, 예술의 경지에까지 승화시킨 기술로 빨갱이를 잡았을 뿐이라 간증하신다는 이근안 목사님도 김근태의 서거를 보며 이제 고통이 끝났다고 기꺼워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들이 사람이라면. 최소한 사람의 탈을 쓴 생물이라면.

다시 사마천의 탄식이 떠오르는 날이다. 묵은해는 이토록 안타까운 별을 하늘로 보내며 저물어간다. 그래서 나는 저기에 등장한 것들의 삶을 기억할 것이다. 절대 잊지 않고 지켜볼 것이다.

“하늘의 도(天道)는 사사롭지 않고 늘 착한 이와 함께 한다고 하는데, 백이와 숙제 같은 사람은 착한 사람인가? 그들은 행실이 그토록 고결해도 굶어 죽었다. 공자는 자신의 제자들 가운데 진정 학문을 좋아하는 이는 안연이라 했지만, 안연은 자주 궁핍하여 굶주리다가 끝내 요절했다. … 극악무도한 도척은 날마다 무고한 이를 죽이고 사람의 간을 꺼내 먹었으며 무리 수천 명을 모아 포악방자하게 천하를 횡행했지만 끝내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 … 이른바 하늘의 도라고 하는 것은 과연 옳은가 그른가(是邪非邪)?”

김근태 의장님. 이제 편히 쉬세요. 남은 일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최강욱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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