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63122

천상 'MB맨' 유인촌 전 장관, 어쩜 그리 뻔뻔하신가
[게릴라칼럼] 'MB 블랙리스트는 없었다'는 거짓말
17.09.25 21:13 l 최종 업데이트 17.09.25 21:13 l 글: 하성태(woodyh) 편집: 홍현진(hong698)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탤런트 유인촌씨가 2007년 11월 27일 오후 대전광역시 으능정이 차없는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탤런트 유인촌씨가 2007년 11월 27일 오후 대전광역시 으능정이 차없는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어쩜 그리 변한 게 없을까. 꼼꼼하기로 유명한, 그래서 더 뻔뻔할지도 모르는 'MB' 얘기가 아니다. 그들과 철학을 같이하고, MB 정권에서 한 자리 차지하며 권력을 휘두른 인사들 얘기다. 

그의 최측근 'MB맨'이자 재판 과정에서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이미 구속·수감 중이다. 또 다른 'MB맨'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예나 지금이나 그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냈던 그가 25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예상하다시피, 'MB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25일 <이데일리>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지난 21일 'MB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며 "요새 세상(정권)이 바뀌니까 그러겠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배제하거나 지원을 한다는 게 누구를 콕 집어 족집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당시 지원 현황 같은 것을 보면 금방 나올 일"이라며 "우리는 그런 차별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유 전 장관은 "MB정부 시절 기관장(문체부 장관 초기, 전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됐던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자진 사퇴 발언으로 공개 사과) 문제 때문이었지 현장에 있던 문화예술인들과는 (관계가) 좋았다. 요즘 방송에 나오는 얘기들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사실 모르겠다"고도 했다. 재임 초기 그는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돼 임기가 남아있던 기관장들을 '퇴출'시키는 데 전력을 다했었다. 

개가 웃고 소가 웃을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할지 모르지만, 피해자들의 기억은 또렷한 법이다.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라고 언론이 존재하고, 기록이, 역사가 중요한 법이다. MB 정권의 기조였던 '좌파척결'을 유인촌 장관 재직 시절 문체부가 충실히, 적극적으로 이행했다는 사실이 기록과 기억으로 뚜렷이 남아 있다. 일단 유인촌 본인의 기억부터 재고해 보시길. 몇몇 인터뷰를 먼저 보자. 

"(좌파) 상당 부분 걸러줘서 박근혜 정권에 넘겼다"던 유인촌

 오는 12월 1일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동아일보),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MBN(매일경제) 개국을 앞두고 29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열린 '조중동방송 신장폐업 선포 및 조중동방송 5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 한 회원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2011년 11월 29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열린 '조중동방송 신장폐업 선포 및 조중동방송 5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 한 회원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MB 정부가 그 시대적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봅니까"(최보식)

"국제 경제 위기를 맞아 선방했고,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높였다고 봅니다. 좌파 정권 10년에서 다른 기조로 바꾸는 역할도 했습니다." (유인촌)

"제 견해는 다른데요. 그때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종북 세력과 대결하고 국가 정체성을 바로 세웠다면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 이렇게 극심한 이념 대결로 시끄럽지 않았을 텐데요."(최보식)

"사실은 노력했는데…. 그때 상당 부분 걸러줘서 현 정권에 넘겨준 게 아닐까요. 나름대로 완충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유인촌)

지난 2013년 12월 유인촌 전 장관이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 중 일부다. 해석해 보자. "좌파 정권 10년에서 다른 기조"는 '좌파척결'과 직결된다. "그때 상당 부분 걸러줘서"라는 표현이야말로 비단 82명의 블랙리스트 명단 뿐 아니라 더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그 기준에 의해 나누고, 배제했다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현 정권'은 물론 8000명 단위의 훨씬 더 광범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발동시킨 박근혜 정권을 일컫는다. 자, 결론적으로 'MB 정권이 블랙리스트로 거르는 걸 시작했고, 그 완충 역할을 했기에 박근혜 정권도 가능했다' 정도로 해석할 요지가 다분하다. 이 인터뷰에서 유인촌 전 장관은 또 이런 말도 했다. 

"사실 문화예술계를 이렇게 편 갈라놓은 것은 노무현 정부였어요. 그때 문화예술 지원금을 자기들끼리만 나눠 먹는다고 말이 많았어요. 정치와 무관한 대다수 예술인이 소외됐지요. 제가 장관이 되면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경쟁을 통해 지원하는 쪽으로 하니까 기득권을 갖고 있던 일부에서 반발한 거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필두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사들이나 보수진영에서 지금까지도 하루가 멀다 하고 설파하는 논리다. 예나 지금이나, 실체도, 증거도 없는 '주장'들일 뿐이다. '좌파척결'이 국정철학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 블랙리스트와 그 실행과 관련해 국정원 등 정부조직이 직접 개입하고 청와대가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 유 전 장관은 "(당시) 현장에 있던 문화예술인들과는 (관계가) 좋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과연 그랬을까. 본인은 '국정철학'을 실행했으니 '책임'없다는 식으로 둘러댈 텐가. 

'좌파척결' 유인촌의 장관 시절 행보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낸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출근을 하던 중 건물앞에서 대기하던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으로부터 "직원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 "위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자 김 전 위원장이 "그걸 왜 나한테 따지나" "유인촌 장관이 초래한 일이다"고 말하고 있다.
▲  법원에서 '해임효력 정지' 결정을 받아 낸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2010년 2월 1일 오전 혜화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출근을 하던 중 건물앞에서 대기하던 윤정국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으로부터 "직원들을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 "위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말하자 김 전 위원장이 "그걸 왜 나한테 따지나" "유인촌 장관이 초래한 일이다"고 말하고 있다. ⓒ 권우성

2010년 8월, 유인촌 전 장관 후임으로 신재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내정됐을 당시, 문체부의 현안들은 이랬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파행을 이끈 주범으로 꼽힌 당시 조희문 위원장의 해임이 거세게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문체부가 주도하고 영진위가 시도한 '좌파' 영화계와 독립영화계 죽이기는 MB 블랙리스트에 오른 50명이 넘는 영화인들의 명단과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또 당시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민간보조금을 받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지난 4년간의 통장 사용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점검'은 '좌파' 예술인들을 걸러내기 위한 '검열'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앞서, 유인촌 전 장관은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자리에서 내쫓은 장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11년 7월 유 전 장관이 청와대 문화특보에 내정됐을 당시 김정헌 전 장관은 언론인터뷰에서 "문화예술이라는 게 다른 분야와 달리 자율이 강조되는 분야인데, MB정부는 사적 욕심을 채우려 정권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러 왔다"며 "(유 전 장관의 문화특보 임명은) 예술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계 전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게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예언이 적중했다. 그 결과가 바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아니겠는가. 

어디 그 뿐인가. 황지우 전 총장 사퇴에 직접 나서며 사태를 일파만파 키운 '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는 벌써 잊었는가. 심지어,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주도권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 와 갈등을 빚은 것도,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려다 논란을 키운 것도 유 전 장관 산하 문체부가 벌인 '사건'들이었다. 

 "학부모를 누가 이렇게 세뇌를 시켰을까" "서사창작과? 그게 잘못된 과거든" 6월 3일, 한예종 문제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학부모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빚고 있는 유인촌 장관.
▲  "학부모를 누가 이렇게 세뇌를 시켰을까" "서사창작과? 그게 잘못된 과거든" 2009년 6월 3일, 한예종 문제 관련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학부모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빚고 있는 유인촌 장관. ⓒ 한예종비대위

게다가 그는 막말로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찍지마, 에이 씨X"이라며 '설화'에 오른 것도, 문체부 건물 앞에서 한예종 사태와 관련해 1인시위를 벌이는 학부모에게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시켰지?"라고 하는 등 잦은 막말로 논란을 일으키며 '품위'를 과시한 것도 유인촌 전 장관이었다.

천상 'MB맨', 어쩜 그리 뻔뻔하신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6일 오후 세종로 문화관광체육부 기자실에서 '국민과 언론인께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한 뒤, 뒷짐지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08년 10월 26일 오후 세종로 문화관광체육부 기자실에서 '국민과 언론인께 사과드립니다'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한 뒤, 뒷짐지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유인촌 전 장관이 진두지휘했던 당시 문체부가 문화예술계 '좌파척결'에 몰두하느라 원리원칙과 균형은커녕 '무능'하고 '몰상식'했다는 사실을 본인은 부인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유인촌 전 장관 본인이 당시 피해자들에게, 사태 당사자들인 개별 문화예술인들에게도 "(당시) 현장에 있던 문화예술인들과는 (관계가) 좋았다"는 말을 직접 할 수 있겠는지. 그들에게 떳떳한지 말이다. 

"제 경험상, (소셜테이너 활동이나 발언을) 안 하는 게 좋다. 정치 참여할 생각이 있으면 하고 아니라면 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도 발언을 할 것이라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져야 한다."

2012년 6월 JTBC의 <신예리&강찬호의 직격토크>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유인촌 전 장관은  김여진·김제동·김미화 등 소위 소셜테이너로 불리는 후배들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위와 같이 답했다. 당시엔 자신처럼 정치 직접 뛰어들 것이 아니라면 "이쪽저쪽에서 공격받을 수 있는" 발언 자체를 삼가야 한다는 꽤나 위압적인 뜻으로 풀이됐었다. 

그런데 저 세 명 모두 'MB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 드러났다. 이미 MB 정권 시절 '찍히면 죽는다'와 같은 정권철학이 작동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발언을 안 하는 게 좋다" 수준이 아니라 "발언에 대한 책임" 자체가 블랙리스트였던 것.

"MB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공언한 유인촌 전 장관. 국정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몰랐다는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검찰 수사 이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당시 문체부의 수장으로서 '사과' 정도는 해야 도리 아닌가.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 유인촌'은 천상 'MB맨'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어쩜 그리 뻔뻔하신가.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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