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13814.html?_fr=mt2

원전이 가격경쟁력?…발전단가 턱없이 낮춘 ‘일그러진 계산법’
등록 :2017-10-10 00:34수정 :2017-10-10 10:41

[신고리 꼭 알아야 할 쟁점] ① 비용

신고리 5·6호기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은 13~15일 2박3일의 합숙종합토론을 거친 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마지막 찬반 공론조사를 한다. 정부는 시민참여단의 조사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고 밝혀, 20일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하는 ‘결론’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최종 중단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핵발전 49.6원 vs 가스 147.4원?
건설비 저평가에 연료 비과세 무시, 사용후핵연료 처리·폐로 비용에 사고대응 비용 등 제대로 반영 안해

국제공인 ‘균등화 발전비용’ 적용땐
공정 과세·외부비용 등 포함 계산땐 핵-가스 원가 근소한 차이거나 역전
미 에너지청, 2020년 발전원가 전망 석탄>핵>태양광>가스 순으로 높아

핵발전(원전) 뒤엔 감춰진 비용이 있다. 업계에서 ‘가격 경쟁력이 좋다’는 근거로 드는 낮은 건설비와 연료비가 과소평가된 것은 물론,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용과 폐로 비용, 사고위험 대응 비용과 같은 외부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비용이 반영된 국제 공인 계산방식인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국내에선 아직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 그때마다 자기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발전단가, 정산단가, 회계원가 등이 뒤죽박죽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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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재개 쪽은 시민참여단에게 배포한 자료집에서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5년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제시하며 핵발전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제시된 발전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핵발전 49.6원, 석탄 60.1원, 가스(엘엔지) 147.4원, 신재생·기타 221.3원이었다. 이에 대해 건설 공사 반대쪽은 2016년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인 정산단가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반박했다. 2016년 정산단가는 핵발전 67.9원, 가스 99.4원이었다.

애초 어느 쪽 단가를 활용하든 핵발전 단가는 저평가돼 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발전원별 건설비에서 원전 건설비가 제대로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라며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핵발전의 낮은 연료비도 이른바 ‘원전 진흥 정책’에 따라 우라늄에만 비과세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라늄은 현재 관세, 개별소비세, 수입부담금을 모두 면제받고 있다. 반면 가스는 3%의 관세, ㎏당 60원의 개별소비세, ㎏당 24.2원의 수입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애초 핵발전과 가스발전 단가는 불공정한 과세 정책을 그대로 놓아둔 채 비교된 셈이다. 조 교수는 “만약 우라늄에도 관세와 개별소비세를 공정하게 매기고 적절한 안전관리 부담금을 부과하면 수입부담금을 빼더라도 발전단가가 ㎾h당 12.57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탈핵을 추진 중인 독일은 우라늄에 ㎾h당 22원(145유로/g)의 특별세를 부과해 사회적 비용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

더욱이 7차 계획에선 낮게 잡혀 있거나 고려하지 않은 사고위험 대응 비용과 대기오염·온실가스 비용, 사회갈등 비용 등 ‘사회적 외부비용’과 송전설비 건설 비용 등을 반영하면 발전단가는 또 달라진다. 사고위험 대응 비용은 핵발전에 불리하고,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비용은 가스와 석탄에 불리하다.

조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 핵발전 사고위험 대응 비용을 일본 등 외국 사례를 응용해 ㎾h당 4.04원(하한)~47.5원(상한)으로 설정하고, 가스발전 탄소비용의 원가 증가분은 8.40~11.29원 등으로 설정해, 시나리오별 균등화 발전단가를 계산했다. 연료비의 경우 원가 증가분을 우라늄은 4.80원, 가스는 71.38~92.32원으로 설정하고 현재는 고려하지 않은 공정과세, 송전건설 비용, 송전 손실 비용 등을 포함했다.

이렇게 시나리오별 발전단가를 계산한 결과 연료비와 외부비용이 모두 상한일 때는 핵발전과 가스발전 균등화 원가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연료비는 상한이고 외부비용은 하한인 경우엔 핵발전과 가스발전 원가가 뒤집히는 결과도 나타났다. 조 교수는 “이 시나리오는 외부비용과 연료비 전망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현재의 원전·석탄과 가스발전 사이의 원가 격차가 불공정하게 평가된 것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균등화 발전단가를 진작 마련한 미국의 경우 에너지정보청(EIA)이 전망한 2020년 발전원별 단가는 메가와트시(㎿h)당 핵발전 99.1달러, 석탄 140달러, 가스(엘엔지) 56.5달러, 태양광 66.8달러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7월31일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균등화 발전단가를 산정해 공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말 발표 예정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한국형 균등화 발전단가를 산정해 공개할 예정이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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