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2500&key=20080418.22015205157

강인욱의 북방 역사 기행 <4> 편두를 한 사람들
가야의 것보다 5000년 앞선 편두인골 러시아 패총서 발견
고대 대표적 미용술 집단 소속감 고취도 동아시아 전역 유행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입력 : 2008-04-17 20:52:42 |  본지 15면 


연해주 보이스만 패총에서 발견된 편두를 한 두개골.

가야시대에는 머리를 납작하게 눌러서 두상을 바꾸는, 이른 바 편두 풍습이 유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경남 김해 예안리 고분에서는 실제 편두를 한 인골이 발견돼 옛 중국 기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가야의 편두는 어디에서 기원했으며 왜 했을까? 김해를 떠나 동해안을 따라 두만강을 지나면 러시아 연해주 해안에 닿는데 이곳엔 패총들이 많다. 추운 지역에 무슨 조개더미냐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지역은 해안선도 복잡하고 기후도 온난한 편이어서 옛날부터 패총이 발달했다.

놀랍게도 약 7000년 전의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가야 편두보다 5000여 년이나 이른 편두가 발견되었다. 패총의 이름은 보이스만, 러·일전쟁때 포로가 돼 일본으로 끌려갔던 러시아 함대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여기 패총에서 발굴된 무덤에서는 대량의 인골이 발견되어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었다. 모두 7구의 인골이 나왔는데, 1구만 60대 노년 여성이고 나머지는 20대 중반 이하의 사람들이었으니 당시 평균 수명이 어땠는지 짐작된다. 60대 노년 여성의 무덤에는 작지만 봉분도 형성되었고 부장품도 많아서 당시에 다른 무덤과는 사뭇 달랐는데, 바로 이 여인의 앞이마가 납작한 편두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앞이마를 납작하게 눌러서 정수리가 길게 이어지게 했으니 가야 편두와도 비슷한 형태이다. 이 보이스만 패총은 약 7500~6500년 전의 것이니 여기서 발견된 편두는 현재 동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야와 이 보이스만 패총의 문화적 연관성을 가늠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약 5000년이나 시간 차이가 나니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봐야할것 같다. 실제 보이스만 패총 인골의 DNA를 분석해보니 현재 동아시아 민족들 중 러시아의 북극권인 캄차트카와 츄코트카에 사는 사람들과 가장 가깝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러 국경지역에서 나온 인골이 엉뚱하게 북극권 인종에 가깝다는 게 이해가 안 갈지 모르겠으나, 어찌보면 당연하다. 70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주민집단이 살았던 곳이 한·러 국경인 반면에 러시아 북극권은 상대적으로 그런 인종의 변화가 적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옛 사람의 모습을 더 많이 지니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편두는 보이스만 패총에서만 발굴됐을까? 시베리아의 인골을 연구한 I.G. 슈파코바 박사는 서부 시베리아의 브이스트로프카 유적에서 인골을 분석하다가 이마에서 나무같은 것을 댄 흔적을 발견했다. 편두를 한 증거이다. 아마 더 많은 편두 인골이 있었을 텐데 고고학자들이 무심코 놓쳐버린 게 아닐까. 편두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유행했던 풍습인 듯하다. 

편두는 아직 뼈가 완전히 굳지 않은 유아시절에 나무나 돌을 이마에 대서 지속적으로 머리 형태를 변형시키는 풍속이다. 요즘처럼 화장술이 없었던 옛날, 자기 몸을 가꾸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편두와 문신이었다. 그밖에 귀를 뚫거나 이빨을 뽑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단장했다. 또 같은 무리의 구성원은 비슷한 신체장식을 해서 집단의 소속감을 높였다.

필자도 편두 풍습과 얽힌 일화가 있다. 필자가 갓난아기 때 였는데 어머니께서는 필자 머리를 짱구로 만들라는 주위의 충고를 받아들여 가능한 한 엎어서 재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노력에도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 머리를 갖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두개골의 모양은 유전적 영향이 커서 아기를 옆으로 재우면 처음에는 두상이 다소 바뀌는 것 같지만 커가면서 결국 원래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편두하듯이 납작한 막대기로 옆머리를 묶어서 몇 년 두지 않는 이상 짱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머리 모양은 유전적 요소외에도 주거·식생활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우리 청소년을 보면 부쩍 서양인 체구를 닮아간다는 걸 알 수 있다. 

어린 아이의 이마에 돌덩이나 나무를 얹고 단단히 고정시키는 모습을 상상하면 좀 끔찍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귀나 배꼽을 뚫어 링을 달고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요, 예뻐지려고 뼈를 깎고 인공보형물을 몸 속에 넣기도 하는 요즘 사람들을 미래인들이 본다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부경대 사학과 교수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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