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16608.html?_fr=mt1


노무현 미화했다며…문체부, 연극 ‘개구리’ 대본까지 고쳤다

등록 :2017-10-30 11:03 수정 :2017-10-30 11:55


블랙리스트진상조사위, 2013년 당시 문건 공개

노무현 상징 ‘그분’ 못돌아오게 결말 수정 지시

“당시 김기춘 격노하자 후속보고로 올린 듯”

지원배제 이어 작품 내용 개입은 처음 드러나


연극 ‘개구리’.

연극 ‘개구리’.


중견연극연출가 박근형씨가 만든 연극 <개구리>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공작 파문의 도화선이 된 작품이다. 주인공(신부, 동자승)이 부조리한 현실을 구원할 ‘그분’을 찾기 위해 저승으로 떠나나, ‘그분’은 본인 대신 저승에 있는 동자승의 어머니를 이승으로 보낸다는 줄거리다. 고대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2013년 9월 국립극단 초연 뒤 창작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문체부가 2013년 국립극단의 <개구리> 공연당시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 연극의 대본 시나리오를 고치라고 압박했으며 이에 따라 시나리오가 수정된 것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 처음 각본에서는 저승에서 살아돌아오는 것으로 묘사되어있던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이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고쳤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30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의 2013년 작성문건을 공개했다.


‘국립극단 기획공연 <개구리> 관련 현안 보고’란 제목의 이 문건에서 당시 문체부는 내용상 문제점으로 “일부 정치 편향적이라 오해될 소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구체적 사례로는 △‘그분’(노무현 전 대통령상징)과 ‘카멜레온’(박정희 대통령상징)의 대화를 통해 ‘그분’을 미화하고 ‘카멜레온’을 비하적으로 묘사했으며 △국정원 선거개입사건을 ‘기말고사 컨닝’으로 풍자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 문건은 이어 ‘국립극단 예술감독 조치사항’을 통해 “당초 극본 초안에는 △그분(노무현)을 지상으로 모시고 오는 결론이었고, 정치적 풍자 및 표현 등이 과도했던 바, 연출가로 하여금 결말을 수정토록 하고 (어머니가 지상으로 오는 결말), 과도한 정치적 풍자를 대폭 완화토록 지도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도록 조치” “수정된 현 내용의 정치적 풍자수준은 국민들이 수용(이해)할 것이라고 분석”이라고 적었다. 또 ‘향후 조치계획’에서는 “향후 국립극단 작품에 ‘편향된 정치적 소재’는 배제토록 강력 조치”하고, “전 국립예술단체 주관공연에는 정치적 편향의 내용은 배제토록 협조 요청” “현 국립극단 예술감독(손진책) 교체 추진” 등이 표기돼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2013년 9월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김기춘 당시 실장이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연극 <개구리>도 용서가 안된다”고 발언한 바 있어 이 문건은 김 실장 발언 이후 그 후속 조치로 작성돼 청와대까지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립극단의 예술활동에 대한 사전검열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블랙리스트가 지원배제만이 아닌 작품 내용에 대한 개입조치까지 이뤄졌음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또 <개구리>외에도 문체부가 작성한 리스트를 확인한 결과, 국립현대무용단이 제작해 한불교수교 130돌 기념공연으로 지난해 9~11월 프랑스 샤이오 국립국장에 올려진 <이미아직>에서도 국정원이 협업작가로 무대미술 참여한 민중미술진영 작가 주재환씨를 문제제기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 공연 당시 주재환씨는 협업작가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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