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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SBS ‘그알’ 세월호편 수상 심사 개입 의혹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좋은 프로그램상’ 예심 1위였으나 본심 최하위, “국정원 직원이 심사위원 명단 요구했다” 파장 예고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2017년 12월 05일 화요일


국가정보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심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일 가능성을 조명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였다.


2016년 4월1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세타(θ)의 경고, 경고! 세월호와 205호 그리고 비밀문서편’을 방영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실패 문제와 더불어 세월호 비상연락망에 국정원이 있었다는 점과 세월호 선원이 만든 ‘국정원 지적사항’ 문서를 드러내며 국정원과 세월호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해당 편은 세월호 참사에 침묵하던 타 지상파 방송사와는 다른 행보로 주목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 당시의 문제점을 환기시켰다. 해당 편은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PD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 국가정보원. ⓒ 연합뉴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방통심의위 주관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에 해당 편을 출품했으나 상을 받지 못했다.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하면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가산점을 받아 심의제재로 받은 벌점을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직원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예심에서 1위를 받은 직후 이를 문제 삼으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심사위원 명단을 요구했다. 국정원이 심사위원에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심사 채점표에 따르면 ‘그것이 알고싶다’는 방통심의위 예심 결과 100점 만점에 95점을 받아 1위로 본심에 올랐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이 방통심의위에 연락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 이후 열린 본심에서 13개 프로그램 중 13위를 기록해 탈락했다.  


‘좋은 프로그램상’은 방통심의위 정보건전화팀이 선임한 심사위원이 예선 대상 프로그램을 채점하고 통과한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원들이 추천한 외부 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심 1위 작품이 본선에서 꼴찌를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본심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은 5점 만점에 ‘0점’이나 ‘2점’을 주는 등 매우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방통심의위 정보건전화팀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사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 “국정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그것이 알고싶다’에 0점을 부여한 박아무개 전 교수는 자유경제원, 바른언론연대 주최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보수 성향을 드러낸 인사다. 현재와 같은 심사 시스템이 적용된 2015년 3월부터 현재까지 지상파TV부문에서 박 전 교수는 물론이고 어느 심사위원으로부터도 ‘0점’을 받은 프로그램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유일했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박 전 교수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야당 추천 심사위원들이 세월호 참사 2주기니 기념비적인 의미를 고려해 통과시키자고 이야기했다”면서 “그러나 어떻게 한쪽 이야기만 듣고 만든 프로그램을 통과시킬 수 있느냐는 게 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로부터도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그것이 알고싶다’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너무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제작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면 좀 더 차분하게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방통심의위 운영에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은 청와대 문건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0월 JTBC ‘뉴스룸’은 전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민간인을 동원해 국정원의 민원을 대신 신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심의제재를 했다는 내용을 담은 청와대 문건을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청와대가 국정원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원들의 신상 파악을 시도했던 대목도 등장했다. 해당 문건에서 청와대는 “의견전달 통로를 모색하기 위한 직원 신원 파악도 어려울 정도로 접촉에 애로가 있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15년 방통심의위에서 KBS ‘문창극 보도 심의’에 낮은 수위의 징계의견을 낸 당시 정부여당 추천 윤석민 위원이 임기를 2년 이상 앞두고 돌연 사퇴한 후 보궐 몫에 임명된 조영기 위원도 국정원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활동을 옹호하는 언론 기고 글을 국정원 직원과 사전에 주고받은 점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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