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71217070036174


"朴 석방하라" "MB 구속하라"..겨울을 맞서는 사람들

이원준 기자,김세현 기자 입력 2017.12.17. 07:00 


고령에 칼바람 맞고 거리서 '노숙투쟁'도 불사

"석방·구속되는 그날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시민들(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들(아래).  2017.12.13/뉴스1 © News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시민들(위)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들(아래). 2017.12.13/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김세현 기자 = 겨울에 맞서 묵묵히 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석방'과 '구속', 이들의 목소리는 물과 기름처럼 엇갈린다. 다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한겨울 칼바람도 이들의 목소리를 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의 거리에서 '정치갈등'이 치열하다. "무죄 석방하라"고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어 온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뒤로 서초구 서초동 법원삼거리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반대로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이 있는 강남구 논현동에는 진보단체 회원들의 천막농성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MB 구속'을 주장하며 무기한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태극기집회서 뜻 맞아 뭉쳐…朴 석방이 남은 소원"


지난 13일 찾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는 70~80대 노인 대여섯명이 군가 '멸공의 횃불'에 맞춰 태극기를 세차게 흔들고 있었다. 이들의 구호와 주장은 짧고 간결했다. 바로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즉각 석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집회에는 별다른 이름이 없다. 자신들을 '박근혜 대통령 바라기'라고 부를 뿐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헌갑씨(68)는 "우리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에 속하지 않는다. 태극기집회를 다니다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였다"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김씨는 칼바람에도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해 "대규모 집회로만 모이는 것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추워도 사명과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2주 동안 매일같이 서초동으로 출근하고 있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운영되는데, 살을 에는 추위에도 집회에 나오겠다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이날 만난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남은 소원은 박 전 대통령 석방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로 30년 동안 일했다는 홍계황씨(87)는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여기 나와서 열심히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며 "손녀까지 시집가서 더이상 바랄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 석방만 원한다"고 말했다.


옆자리에 있던 송정석씨(81·여)는 "가끔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우릴 향해 박수치고 환호해주는 좋은 사람도 많다"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을 바랄 뿐이다. 젊은 세대가 걱정돼서 나왔다"고 했다.


다른 단체인 '박사모 애국지지자 모임'도 법원삼거리 앞에서 몇달째 태극기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곳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형상화만 파란색·빨간색 외투를 갖춰 입고 군가, 아리랑, 새마을노래 등 음악에 맞춰 태극기를 흔든다.


아침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12.13/뉴스1 © News1

아침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7.12.13/뉴스1 © News1


◇"MB구속까지 집회·농성"…논현동 사저 앞엔 진보단체가


같은날 찾은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는 파란 지붕의 간이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주변으로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피켓과 포스터가 즐비하게 놓여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시민단체 '쥐를 잡자 특공대'와 '이명박 심판 범국민 행동본부'가 지난 10월부터 릴레이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장소다. 이들 단체는 '이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과 단식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천막 안에 있던 심주완씨(46)는 눈썹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털모자를 쓰고, 두꺼운 점퍼와 목도리 등으로 몸을 꽁꽁 싸맨 모습이었다. 이날 기온은 -12도. 종이컵 속 물은 이미 얼음으로 변해있었다.


심씨는 "이곳에서 1인시위를 하고,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서명도 받는다"며 "벌써 50일 넘게 릴레이 단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거리 천막농성에 함께 참여한 사람은 모두 4명이었다. 일용직, 회사원,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다만 업무에 바쁜 연말인 데다 한파가 기승을 부려 참가자가 다소 줄었다고 한다.


단식 중인 서범석씨는(45)는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자원외교 등 MB정부 부정부패를 해결하기 위해서 촛불이 필요하다"며 "어떤 사명의식이 있다기보다는 행복할 권리를 추구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서씨는 "물론 (부패)세력은 거대하지만 촛불이 모이면 물결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한파에도 그렇게 춥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웃어보였다.


이들은 지난 9일 강남역 사거리에서 '구속촉구 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16일 이 전 대통령 자택을 포위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백은종 심판운동본부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그날까지 매일 집회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강남구 논현동 거리에서 진보단체 회원들이 거리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2017.12.13/뉴스1 © News1

강남구 논현동 거리에서 진보단체 회원들이 거리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 2017.12.13/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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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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