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17191
이명박 구속으로 욕 볼 사람들,
2007년 12월 그 날, 홍준표 나경원 박형준
수인번호 716, 미결수 수의만으로 덮을 수 없는 그들의 행적들
18.03.23 22:39 l 최종 업데이트 18.03.23 22:39 l 글: 이정환(bangzza)편집: 김시연(staright)
2007년 11월 24일, <오마이뉴스>에는 '이명박으로 욕보는 사람들, 욕 볼 사람들'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당시 대선 국면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자 해명에 나선 한나라당 인사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내용의 칼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욕본다'는 말이 있다. 심지어 어른에게 "욕보이소"라고도 한다. 일종의 사투리로 '수고한다'는 말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다소 강한 느낌이 들어 조금 어감이 다르다. '욕'이라는 것이 인격적으로 불명예를 당하는 일을 말하는데, '욕본다'는 것은 결국 더러운 꼴, 더러운 일, 불명예스러운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사람에게 동정하는 마음으로 쓰는 말인 것이다."
2018년 3월 22일 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서 욕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상구)이 대표적입니다. 구속되는 전 대통령을 '눈물'로 배웅한 그의 모습에 질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 집 앞에 모습을 나타낸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강원 강릉시)에게도 "죄를 물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13일, 가짜 편지 공개한 홍준표 대표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2017년 5월 8일 오전 부산시 부산역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앞으로 욕 볼 정치인들의 윤곽도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우선 꼽힙니다. 벌써부터 지난 대선 당시 홍 대표의 부산 유세 발언이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원래 이명박 대통령, 대통령 만들어 준 것은, 사실 내가 만들어줬어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그 당시 BBK 사건 나 아니면 아무도 못 막아요. BBK 사건 막아 줘 갖고 대통령이 됐는데,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 인수위 할 때 불러 가지고, 법무부 장관, 검사들이 사실 제일 선망하는 게 법무부 장관입니다. 그거 한 번 해보려고 내가 해 줬는데, 세 번이나 저한테 법무부 장관 시켜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인사를 할 때마다 안 시켜줘요."
2007년 12월 13일이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던 홍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 장의 편지를 공개합니다.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했던 신경화씨가 김씨에게 보낸 편지라고 했습니다. 그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홍 대표는 이른바 '기획 입국설'을 제기합니다. 당시 여권이 이명박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김경준씨의 폭로와 귀국을 기획했다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이와 같은 주장은 그 후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 편지의 실제 작성자는 신씨의 형제인 신명씨였고, 조작 지시자 역시 따로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명씨는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완전 가짜"라며 조작 사건의 배후가 따로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홍 대표는 자신도 조작 여부를 몰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구로 을)의 말은 좀 다릅니다. 지난 1월 박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BBK 가짜 편지 사건의 윗선은 MB의 최 측근일 것"이라며 "홍 대표가 진실을 이야기하면 바로 밝혀진다"고 말했습니다.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이제 남은 것은 BBK 가짜 편지 사건"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BBK 의혹 무마 '가짜편지' 주인공 신명씨 인터뷰 "배후 더 있다"
2007년 12월 17일, "모든 것은 헛방이었다"고 한 나경원 의원
▲ 2007년 12월 16일 대선을 사흘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설립' 발언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같은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박형준 대변인,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나경원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권우성
"모든 것은 헛방이었다. 더 이상 왜곡, 호도하지 마라."
2007년 12월 1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 대변인)이 내놓은 현안 브리핑 중 굵은 글씨로 쓰여 있는 글입니다. 그로부터 하루 전, "금년 1월 BBK라는 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했다"는 이 전 대통령의 발언이 담겨 있는 '광운대 강연 영상'이 공개되자 이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내놓은 브리핑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CD(영상)에는 'BBK를 설립하였다'고만 언급되어 있지 '내가' 설립하였다고 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BBK 회사와도 사업상 같이 하기로 하였다는 뜻에 불과한 것이다. 이것을 '내가 설립했다'라고 광고하는 것은 명백히 허위의 사실이다. 더 이상 CD의 내용을 왜곡하여 증폭하지 말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흥미로운 것은 나 의원이 이와 관련하여 최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 때보다는 훨씬 더 애매모호한 입장을 말입니다. 지난 1월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 쇼>의 한 대목을 그대로 옮깁니다.
김현정 "나 의원님, 지금 다시 동영상 보니까 MB 주어 없더라도 주인일 수 있겠다. 지금은 그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나경원 "더 이상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수사를 지켜보겠다."
김현정 "지금 수사 지켜보겠다는 말씀이 결국은 가능성은 열어놓으신 거네요."
나경원 "그렇게 얘기하시지 말고 저를 자꾸 모시지 말고요.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맞겠다. 그러나 이건 보복수사로 비춰진다. 이렇게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현정 "조금 후회가 지금은 되시겠어요. 그렇게 말씀하셨던 게... 말씀을 줄이고 계십니다마는."
나경원 "아니요, 아니요. 제가. 그 정도 말씀하시죠."
2007년 12월 16일, 광운대 영상... 입 모양도 조작 가능하다 했던 박형준 교수
▲ 2008년 1월 24일 오전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당시 박형준 기획조정분과 간사가 광역경제권 구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박형준 동아대학교 교수 역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욕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7년 대선 정국에서 홍 대표나 나 의원처럼 박 교수 역시 당 대변인으로서 적극적으로 'MB 방어'에 나섰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광운대 강연 영상이 공개된 2007년 12월 16일, 당시 박 대변인은 "이미 일간지 보도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 나온 이야기"라며 "이명박 후보가 회사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합니다. "여러 가지를 뭉뚱그려서 홍보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작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편집 조작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도 기술자들이 똑같은 목소리로 BBK나 LKe뱅크, EBK를 발음한 것을 조작하는 것은 상당히 쉽다. 이것도 명백히 수사를 해봐야 한다."
그 때 이런 질문이 나왔다고 합니다. '입 모양까지 조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 이에 대한 당시 박 대변인의 대답은 "가능하다"였다고 합니다. 나아가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 공작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공갈범들은 먼저 신당의 정봉주 의원을 만나 30억 원을 요구했다. 공갈범이 협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당 관계자가 만든 녹취록에는 (이명박이 BBK를) '설립했다'는 소리만 나오면 우선 세 개를 주고 그 다음 '플러스 알파'를 협상한 것으로 나온다."
그 때 정봉주 당시 의원은 "(공갈범으로 지목한) 김씨와 접촉한 사실은 있지만 거래한 사실은 없다"며 "박 대변인을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강력 반박했습니다. "BBK 설립 관련 내용도 없었고, 당이 확보한 다른 자료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처음 만날 때는 '독립 투사'가 나오셨구나 싶었는데 녹음을 들려주며 돈 얘기를 꺼내기에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떴다"는 것이었죠.
수인번호 716, 미결수 수의만으로 덮을 수 없는 문제
▲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물론, 이제까지 살펴 본 2007년 12월 '그 날'의 행적들만으로 이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고 해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또한 '가짜 편지' 조작을 몰랐다는 홍 대표 말이 사실일 수 있으며, 나 의원이나 박 교수로서는 대선이란 국면에서 당의 '입'으로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때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분명 필요합니다. 대통령 후보자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숱한 의혹들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기에,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시민들이 욕을 보고 있는 것 또한 분명 팩트이기 때문입니다.
수인번호 716, 이 전 대통령의 미결수 수의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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