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1057.html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얼굴 나온 김학의는 왜 ‘무혐의’였나

등록 :2018-04-18 11:37 수정 :2018-04-18 17:49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차관 김학의, 성접대 받은 의혹

검찰 “피해 여성 진술 신빙성 없어” 무혐의 처분

피해여성, 당시 대통령에 탄원서 “그들이 처벌받길 원해”


성접대 의혹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으로 다시 조명되고 있는 김학의 전 차관


‘김학의 동영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학의는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부 차관이었다. 취임 6일만에 낙마했는데, 건설업자 윤중천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문화방송(MBC) ‘피디(PD)수첩’에서 이 의혹을 재조명하면서 시민들의 눈길이 다시 김학의에게 집중되고 있다.


■ 실세 차관, 성접대 파문에 연루되다


김학의는 애초 박근혜 정부의 첫 검찰총장 유력 후보였다. 친박 그룹이 김학의 당시 고검장을 강하게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후에 혼외자 문제로 사표를 제출한) 채동욱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14기)이 검찰총장에 지명됐고, 김학의 고검장(사법연수원 14기)은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되면 자연스레 옷을 벗는 관례에 따라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옷을 벗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김 고검장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는데, 당시 검찰 안팎에서는 ‘총장을 시키려다 여의치 않자, 김 고검장을 실세 차관으로 앉혀 대통령이 검찰을 컨트롤하겠다는 사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학의는 ‘실세 차관’으로 불렸다.


그러던 중 김학의 차관을 둘러싼 소문이 ‘찌라시’에 등장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건설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는데, 그 당사자가 김학의 당시 고검장이라는 설이었다. 김학의 차관은 “턱도 없는 소리. 건설업자 윤씨와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다”라며 펄쩍 뛰었다. 하지만 동영상이 공개되고,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문제의 동영상은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피해 여성이 지목한 강원도 원주 별장의 폐쇄회로(CC) TV화면으로, 유력인사들의 얼굴 등이 찍혀 있었다. 그 동영상에 김학의 차관의 얼굴이 있었을까?


경찰은 ‘김 차관의 얼굴이 확실히 식별된다’고 밝혔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은 2013년 7월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관련기사: 김학의 ‘특수강간 공범’ 기소될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같은해 11월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왜 달랐을까? 2013년 11월 <한겨레> 기사를 살펴보자.


[친절한 기자들] ‘김학의 동영상’ 진실을 뒤져보았더니 글쎄…


(전략) 자, 이제 여러분이 정말 궁금해하시는 내용입니다. 별장 성접대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 사건을 자세히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별장 성접대는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김 전 차관이 참석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합니다. 신원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 여성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있다고 합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동영상 속 남자가 김 전 차관이 맞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범죄사실 입증과 관련 없어 말하기 적절치 않다”고 밝혔지만, 수사에 참여했던 분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나면 ‘김 전 차관의 얼굴이 영상 속에 확실히 식별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동영상에 김학의 전 차관의 얼굴이 나온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왜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을까? 역시 같은 기사에 그 이유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또 궁금한 것 한가지. 검찰이 대체 무혐의 처분을 한 이유는 뭘까요. 제 식구라서 ‘봐주기 수사’ 한 것일까요.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김 전 차관 혐의의 핵심은 특수강간입니다. 그러나 동영상 속의 여성들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고, 그 당시 관계 행위가 강간이 아닌 합의하에 이뤄진 측면도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물론 동영상이 아니더라도 ‘강간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던 여성 두명이 있기는 합니다. 여성 중 한명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주장을 번복했고, 다른 한명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검찰의 설명입니다. 강간이 성립되지 않으면 뇌물죄(성접대)로도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뇌물죄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김 전 차관의 처벌 공소시효는 올해 봄에 지났습니다.


피해 여성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지고, 합의 하에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물론 당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비판을 받았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김 전 차관과 관계를 가진 여성들이 자발적인 상태에서 접대에 응했다고 볼 수 없다. 일반적인 접대 자리가 아니다”라고 검찰의 결정을 반박했다. 아울러 검찰은 건축업자 윤씨의 계좌와 별장은 압수수색했지만, 김 전 차관의 집과 은행계좌 등은 압수수색 시도조차 하지 않아 부실 수사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 검찰 무혐의 처분 이후 등장한 성접대 피해 여성


검찰은 피해 여성들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무혐의 처분 이틀 뒤 피해 여성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다.


여성 ㄱ씨는 “죽음의 길을 선택하기 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제 한을 풀고 싶다. 그들이 심판받길 원한다”며 청와대 신문고에 편지를 썼다. ㄱ씨는 “김학의와 절 개처럼 부린 윤중천에 대해 어디 하소연 한번 못하고 이렇게 숨어살다 세상이 떠들썩해지며 제가 피해자로 등장했다”며 “그들의 개같은 행위로 어머니는 저와 인연을 끊었고, 저는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ㄱ씨는 “피의자인 저들(김학의 등)은 경찰조사 중에 저와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시켜 절 돈으로 도와주겠다며 연락을 했다”며 경찰 조사 도중 매수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밝혔다. 아래는 ㄱ씨의 탄원서 전문이다.


대통령 각하께


각하께서도 절 아실지 모르겠네요.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 윤중천·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의 피해자 여성입니다. 제가 이렇게 신문고를 두드리는 이유는 너무도 억울하고 제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죽음의 길을 선택하기 전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제 한을 풀고싶어 이렇게 각하께 올립니다.


전 이 사건이 터지기 전 8년 전부터 제 가슴에, 제 마음에 짐으로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각하 이 사건은 제가 억울하게 윤중천에게 이용을 당한 그때, 2008년 전 이 사건을 제가 먼저 고소하려고 하였으나 힘없고 빽 없는 전 권력에 힘, 김학의와.. 절 개처럼 부린 윤중천에 힘으로 어디 하소연 한번 못하고 전 이렇게 숨어살다 지금에 세상이 떠들썩해지며 제가 숨겨진 채로 피해자로 등장하였습니다.


전 이들의 그 개같은 행위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어머니는 그 당시 윤중천에 협박과 무시무시한 힘자랑에 딸의 억울함을 하소연도 한번 못하시고 그 추잡함을 알아버리시고 저와 인연을 끊으셨습니다. 윤중천은 제 동생에게 협박성 섹스 스캔들 사진들을 보내 세상에 얼굴을 들 수 없게 하고. 제가 재판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렇게 먼저 각하께 억울함을 올리는 이유는 아무것도 모르고 계셨던 아버지가 아셨습니다. 지병이 계신 아버지는 저 때문에 화로인해 당뇨합병으로 녹내장이 오시고…하루하루가 약이 오르고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전 이번 사건으로 제 악몽을 떠올리고 싶지 않아 개입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용기있는 형사님들의 응원과 제가 생각하는 부정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시고 꼭 제 억울함과 한을 풀어주신다는 말씀에 전 용기를 내어 수사에 참여했고 이 사건은 7월에 검찰로 넘어가고 저 역시 검찰조사를 마친 지 4개월입니다.


제가 알기론 윤중천·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아는 것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고 조사를 받을 사람은 다 받고 검찰에서는 김학의 소환 계획도 없다고 기사도 나오고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만이 조사를 안 받은 것으로 압니다. 참 어이가 없습니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김학의 전 차관님은 너무 유치합니다.


지금 국민들이 알고 있는 기사내용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윤중천과 둘은 잘 알고 있으면서 병원에 입원을 하시고 지금, 아니 전 매일매일 지금 이시간 이순간까지 하루 한 시간 잊고 살 수가 없어 대인기피증에 조울증, 공황장애, 심장병까지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전 병원 갈 돈이 없어 약이 언제 떨어질까 아껴먹는다면 믿으십니까? 제가 지금 떠들어 대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입니다.


죽음을 몇 번씩 생각하고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버림받고…2008년 윤중천이 협박한 녹취된 음성파일과 절 캡처한 사진들을 결혼할 사람이 듣고 모든 걸 알게 되었습니다. 충격으로 전 유산하였고 전 윤중천이 얼마나 흉악하고 악질이며 무서운 사람인걸 알기 때문에 그 자료들을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유일하게 그들을 벗어날 수 있는 행복, 결혼이 파혼되면서…모든 걸 잊고 살겠다고 전 윤중천·김학의 물건들 자료들을 소각시키고 시골에 와 살고 있습니다.


역시나 윤중천·김학의는 결국 이렇게 절 또 다시 죽음의 길로 인도를 합니다. 그 물건을 버린 것을 후회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완전하진 않더군요. 협박 그리고 사진들을 속기를 할 때 속기하시는 그분이 모든 걸 기억해주시더군요.


각하…이런 절…피의자인 저들은(김학의) 절 경찰조사 중에 저와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시켜 절 돈으로 도와주겠다며 연락을 하더군요. 역시 법을 잘 아시는 분이라 행동도 빠르시더군요. 전 죗값을 받으라고 했죠. 절 노리개 가지고 놀 듯 윤중천과 가지고 노신…


각하 이 나라의 머리이시기 전에 여자이십니다. 불쌍한 제 한을 풀어주세요. 각하 살고 싶습니다. 저를 위해 새벽기도 다니시며 기도하시는 부모님께 다시 사랑한다고 떳떳하게 말하고 싶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각하 살고 싶습니다. 제가 다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주세요. 김학의 전 차관을 덮으신다면 윤중천까지 죗값을 받지 않을 것이며…각하 이 두 사람의 내용의 기사는 대한민국을 뒤집습니다. 국민들이 모르는 신세계가 있으니까요.


그들, 그들의 가정을 지키고 그들의 면상을 지키기 위해 그리 숨어있을 때 피해자인 전 제 가족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더 이상 내 식구 감싸기라는 검찰기사는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억울함에 더 많은 진실을 국민들 앞에 하소연하며 한을 풀기 전에 스스로들 국민들 앞에 나와 심판받길 원합니다.


각하 전 담당 검사님께 간절한 제 마음을 편지로 보냈습니다. 부디 그 편지가 쓰레기통으로 가지 않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매일 밤 삶과 죽음길에서 밤을 새웁니다. 전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님의 권력이 무서웠습니다. 윤중천은 경찰 대질에서까지 저에게 협박을 하며 겁을 주었습니다.


각하, 범죄 앞에선 협박도 폭력도 권력도 용서되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 앞에 보여주세요. 제가 용기 내어 잘 버티고 잘 했다고 해주세요. 국민들이 지금 각하께 하는 쓴소리를 솔로몬의 지혜로움으로 이 사건을 해결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각하 제 입으로 더 이상 이 사건의 내용을 떠올리며 힘들어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렇게 국민을 우롱하며 뒤에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면 전 계속 싸울 것입니다. 몇 번의 죽음을 넘기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책임자로서 각하의 지혜로우신 중심을 믿겠습니다.


2013. 11.13 피해여성ㄱ.


■ 검찰 과거사위, 감학의 성접대 다시 수사할까


누리꾼들은 PD수첩 방송 이후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재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누리꾼들의 바람대로 이 사건은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재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과거 검찰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에 대한 재조사를 위해 검찰 과거사위를 설치했는데,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도 1차 사건조사 대상에 선정됐기 때문이다.(▶관련기사: 검찰 과거사위, 박종철 고문치사 등 12건 진상조사 한다) 지난 2일 장자연 사건 등 5개 사건에 조사 권고가 내려진데 이어, 2차 본조사 대상 사건에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