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1198.html?_fr=mt2
[단독] 삼성 노조파괴 문건 ‘그룹 싱크탱크’가 작성했다
등록 :2018-04-19 04:59 수정 :2018-04-19 07:39
2014년말 노동청 수사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 동원해 작성”
연구소는 그룹 미래전략실과 밀접…삼성인력개발원도 관여
강병원 의원 “그룹 최고위 임원, 상층부까지 수수 확대돼야”
삼성경제연구소. 박승화 기자.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에스(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삼성경제연구소(SERI·세리)를 동원해 노조와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삼성의 노조와해 공작이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 만큼 향후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겨레>가 이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2014년 1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작성 수사보고서를 보면, 삼성이 ‘에스그룹 노사전략’ 관련 문건을 작성한 과정이 상세히 나와 있다. 삼성그룹은 2011년 12월 그룹 임원 세미나 자료로 쓰기 위해 삼성인력개발원과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노조와해 관련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삼성 쪽은 노동청 조사 때 자료 분량이 방대해 작성을 중단했다고 주장했고, 노동청은 “당시 작성 중단된 파일이 유출됐고, 이를 누군가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의 문건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노동청 수사보고서를 뜯어보면, 노동청이 정해진 결론을 위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당시 삼성 쪽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삼성인력개발원의 조아무개 전무는 2011년 11월 말 삼성경제연구소 이아무개 상무에게 다음달 예정된 삼성그룹 시이오(CEO) 세미나에 필요한 ‘바람직한 조직문화 구축’에 대한 참고자료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 자료가 바로 ‘에스그룹 노사전략’ 문건이다. 이 상무는 삼성경제연구소 직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전달하면서 복수노조와 관련해 에버랜드 사례를 추가하도록 했다. 이 상무는 노동청 조사에서 “직원들이 참고자료를 만들면서 에버랜드 사례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구체적인 사건 또는 사례 자료가 필요하다고 해서 당시 에버랜드 인사부장에게 연락해 자료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삼성경제연구소 공아무개 과장도 노동청 조사에서 “에버랜드 사례에 대한 평가와 반성,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기업 사례를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아 권아무개 과장과 역할을 나눠 3주가량 작업을 진행했다”고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다.
노동청이 조사 과정에서 받아놓은 이런 진술만 보더라도 해당 문건을 작성하는 데 삼성인력개발원과 삼성경제연구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삼성의 싱크탱크로서 그룹 미래전략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으로, 통상 미래전략실의 지시를 받아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을 다루는 곳이다.
그런데도 노동청 조사는 그룹의 조직적 개입에 눈을 감았다. 그룹 차원에서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인지해놓고도, ‘작성 중단된 자료가 유출돼 누군가 이를 수정했다’는 삼성 쪽의 석연찮은 해명을 그대로 수용해버린 셈이다. 문건 공개 직후 삼성이 “2011년 말 고위 임원들의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대해 토의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며칠 뒤 입장을 바꿔 삼성에서 만든 자료가 아니라고 부인한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한 일은 그룹 미래전략실이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와해 컨트롤타워가 그룹 미래전략실이고 브레인은 삼성경제연구소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며 “수사가 그룹 최고위 임원, 상층부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2014년 노조탄압 등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 염호석(당시 35살)씨의 노동조합장을 막기 위해 삼성이 유족에게 6억원가량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또 이날 오전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지하 1층 창고와 염 조합원이 근무했던 경남 양산센터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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