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423060007348


[월요기획] 가짜 다리·물고기 폐사..MB의 청계천, 신화는 없다

정진용, 이소연, 박태현 입력 2018.04.23. 06:00 


사진=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모습

사진=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모습


# “와 물고기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 평일 오전 시간에도 이곳은 직장인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어머니와 함께 청계천을 찾은 윤모(24·여)씨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윤씨는 “도심에 이런 공간이 있어서 너무 좋다”며 웃음 지었다. 친구와 나들이를 나온 여지원(35·여)씨는 “아버지 회사가 이 근처에 있어서 청계천의 예전 모습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때는 음침해서 돌아다니기도 힘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 하나는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심 속 오아시스’로 불리는 청계천.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업적 중 하나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 사업을 통해 대권가도에 올랐다. 지난 2005년 12월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은 22.6%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 호감도 1위로 자리매김했다. 유력 주자였던 고건 전 국무총리,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제친 것이다. 6개월 전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13.1%로 3위에 불과했다. 같은 해 10월 개장한 ‘청계천 특수’ 덕분이라는 분석이 일었다. 


이 전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을 통해 ▲안전 ▲친환경적 도시공간 조성 ▲역사·문화 원형 회복 ▲도심노후지역 활성화를 약속했다. 노후화로 안전문제가 대두된 청계고가를 철거하고 하천을 조성, 관광객을 모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무시한 ‘불도저식 행정’과 ‘환경·문화재 파괴’ 논란도 함께 낳았다.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었다. 


13년이 흘렀다. 시민 다수는 청계천 복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온전한 복원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은 정말 성공했을까.   


사진=매년 봄마다 청계천 바닥의 이끼와 녹조류, 쓰레기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사진=매년 봄마다 청계천 바닥의 이끼와 녹조류, 쓰레기 등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 청계천 범람· 대장균 검출…또다른 안전문제


노후된 청계고가는 철거됐다. 하지만 또다른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범람이다. 청계천은 계절을 막론하고 침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다. 15분당 3㎜ 이상의 비가 내리면 청계천 수문은 자동 개방된다. 주변 도심의 빗물이 빠르게 유입되며 청계천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이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청계천 산책로는 지난 2005년 준공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총 419회 출입통제가 이뤄졌다. 봄비가 내린 지난달 15일에도 침수 우려로 산책로가 통제됐다. 


급격히 불어난 수위에 일부 시민이 고립되는 아찔한 상황도 잦다. 지난해 8월 청계천 산책로를 걷던 70대 노인이 불어난 물살에 고립, 시민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 2012년에는 청계천 배오개다리 인근에서 시민 5명이, 지난 2011년에는 시민 12명이 대피시기를 놓쳐 고립됐다가 구조된 일도 있다. 


청계천 내에서 대장균 등 오염물질이 기준치보다 높게 측정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6월 기준, 청계천 하류인 무학교의 총 대장균 수(100㎖당)는 4900이다. 기준치(1000 이하) 보다 4.9배 이상 높다. 물놀이를 하거나 발을 담글 경우,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지난 2015년 1~7월 무학교에서 발견된 총 대장균 수(100㎖당)의 평균은 1895였다. 100㎖당 분원성 대장균수 평균도 254로 기준치(200 이하)를 초과했다. 지난 2013년 8월에는 청계천 중랑천합류부에서 96만의 총 대장균이 검출됐다. 관리 기준의 960배다. 


▲ 매년 유지보수비만 평균 71억원…‘물 먹는 하마’?


청계천은 정말 ‘친환경’ 도시공간일까. 청계천은 인공하천이다. 매일 한강과 지하에서 12t의 물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유지한다. 완공 이후 지난 2016년 말까지 857억원의 유지보수비가 들어갔다. 연평균 71억원이 사용된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예상했던 18억원보다 4배 이상 큰 금액이다. 


청계천에는 현재 20여종의 어류가 서식 중이다. ‘물고기 천국’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9월 청계천에 오염된 빗물이 대량 유입되며 물고기 수천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같은 해 8월에도 청계천 마전교에서부터 오간수교까지 700여미터 구간에서 물고기 5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2005년 복원 이후 피라미, 버들치, 돌고기 등이 오수 유입에 따른 용존산소량 부족으로 총 8차례 폐사했다. 


최수용 한국환경운동본부 생태분과위원장은 “1년에 몇 차례씩 오·폐수가 청계천에 유입돼 물고기들이 제대로 살 수가 없다”며 “최근 피부병에 걸린 잉어들이 많아졌다. 먹잇감 또한 없어서 고기들이 굉장히 말라 있다”고 말했다. 


사진=서울 종로구 청계2가에 놓인 가짜 수표교(위), 중구 장충동 장충단공원에 방치된 실제 수표교(아래)

사진=서울 종로구 청계2가에 놓인 가짜 수표교(위), 중구 장충동 장충단공원에 방치된 실제 수표교(아래)


▲ “차량 흐름 방해한다” 광통교 위치 옮겨버린 이 전 대통령


역사적 복원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꾸준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7월 서울시장 취임사에서 “광통교(廣通橋)와 수표교(水標橋)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함께 본래의 자리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광통교는 서울 내 현존하는 최고(最古) 석조 건축물이다. 1410년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릉(貞陵) 터의 돌을 가져와 축조됐다. 수표교는 1420년 청계천의 수량을 측정,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 지어졌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청계천은 청계1가에서 청계7가까지 폭 22m의 직선하천으로 복원됐다. 그러나 광통교 길이는 12.3m다. 결국, 광통교는 10m 길이의 새로운 구조물을 이어붙여야 했다. 원형과 거리가 멀어졌다. 또 이 전 대통령은 광통교를 본래 위치에서 155m 상류에 옮겨놨다.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수표교는 제 자리에 돌아오지도 못 했다. 다리 길이가 27.5m에 달해 하천이 너무 비좁았다. 수표교는 앞서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당시 청계 3가에서 중구 장충동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여전히 방치돼 있다. 현재 청계천에는 수표교 모양만 본뜬 가짜 나무 다리가 놓여있다.  


사진=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의 모습

사진=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의 모습


▲ 청계천로, 서울에서 가장 막히는 도로 ‘2위’


도심 노후 지역 활성화 목표는 일부 달성됐다. 서울시 토지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광교사거리 인근 상가 공시지가는 지난 2006년 3.3㎡당 917만원에서 지난 2016년 2521만원으로 174% 상승했다. 그러나 교통 혼잡이라는 다른 문제가 야기됐다. 지난 2003년 청계천 복원 이전, 청계고가와 청계로를 통행하는 차량은 하루 17만여대에 달했다. 청계고가가 사라지며 종로와 을지로에는 교통 과부하가 걸렸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청계천로는 서울에서 가장 막히는 도로 2위다. 청계천로 낮 시간대 평균 통행속도는 13.5km/h다. 보통 일반인이 뛰어가는 속도를 15km/h로 본다. 


청계천에서 쫓겨난 6390명의 상인은 어떻게 됐을까. 이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복합쇼핑몰 입주를 약속했다. 지난 2008년 12월, 송파구 문정동에 세워진 ‘가든파이브’가 그곳이다. 그러나 특별분양가는 시가 약속한 7000만원을 훌쩍 넘는 2억~3억원 수준이었다. 일부 상인들은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입주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든파이브는 ‘유령상가’로 전락했다. 대규모 공실 사태를 겪은데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다. 지난 2013년 10월에는 가든파이브에 입주한 상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대기업 프리미엄 아울렛이 들어섰다.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유선화 가든파이브대책위원장은 “이제 남은 청계천 상인은 100여 명 뿐”이라며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며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세 상인들은 소비자들의 쇼핑 동선에서 멀어지며 오히려 더 고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없으니 비싼 관리비도 부담이 된다. 분양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를 내기에도 벅차다”고 토로했다.


사진=시민들이 청계천 산책로를 걸으며 봄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사진=시민들이 청계천 산책로를 걸으며 봄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 전문가들 “이 전 대통령 시민단체 의견 무시…대권(大權) 위한 진정성 없는 복원”


시 역시 청계천 복원의 한계를 인정했다. 시는 지난 2013년 오는 2050년까지 청계천 옛 물길과 환경을 완전히 복원하는 계획을 담은 ‘청계천 2050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시는 먼저 단기계획으로 ▲일부 구간 곡선화 ▲보 철거(차관집거 이설) ▲비닐차수막 제거 ▲계곡수(백운동, 중학천)공급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간은 2014년부터 지난 2월까지였다. 그러나 현재 4가지 중 보 철거만 완료됐다. 민형일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하천관리과 청계천관리팀 팀장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우선 할 수 있는 부분만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는 청계천의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다. 민 팀장은 유지비용 문제에 대해 “1년에 청계천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1500~1800만명이다. 관광객 1명의 가치를 1000원으로만 봐도 청계천은 150~180억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관광명소라는 계산이 나온다”며 “비용 편익 분석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또 “복원된 청계천에 대한 시민의 만족도는 높다”고 덧붙였다.


청계천 복원 의제를 처음 제기한 노수홍 연세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청계천의 지금 모습은 처음 구상했던 목표의 60% 수준”이라며 “상류천 복원과 광통교·수표교 원상 복귀 문제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상류 하천인 백운동천, 삼청동천, 옥류동천의 물줄기가 청계천으로 흘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한강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인공 하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래 계획은 도시 하수를 중랑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뒤, 유지용수로 쓰는 환경친화적 방법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면서 “설계 집행 과정에서 실행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성태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청계천 복원 사업을 급하게 추진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청계천 시민위원회가 제시한 복원 기준은 철저히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600년 동안 제 자리에 있던 광통교를 이전시킨 것은 원형 훼손 범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청계천이 하천 복원의 ‘나쁜 전례’를 남겼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충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청계천 성공 이후 전국에서 ‘하천 복원 붐’이 일었다”면서 “청계천을 포함한 대부분의 하천이 높은 유지관리 비용 문제를 안게 됐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하천이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그는 “청계천 복원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이 대권 도전을 위해 급하게 만든 것이라 봐야한다”며 “진정성 없는 복원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정진용, 이소연 기자 jjy4791@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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