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200529191227220


[단독] "검찰 위증 교사 있었다"..한명숙 재판 증인 9년 만에 폭로

이재석 입력 2020.05.29. 19:12 수정 2020.05.29. 19:16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하 '한명숙 사건')이 10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 제기는 크게 두 줄기다. △검찰의 표적·강압수사가 있었는가, △만약 그랬다면 한명숙 사건은 다시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다.


KBS는 한명숙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한 검찰 측 증인 가운데 한 명이 과거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고 진술한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한명숙 사건 법정에 정식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한 사람 가운데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폭로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KBS는 문제의 증인이 이번 한명숙 사건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오기 한 달쯤 전인 지난 4월 7일 법무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진정서에서 한명숙 사건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조작 등 부조리'가 있었다는 내용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적었고, 법무부는 이 진정서를 4월 17일 대검찰청에 이송했다.


이번 폭로에 나선 증인이 누구고 폭로 내용이 뭔지, 그의 주장이 갖는 맥락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래와 같이 <Q&A> 형식으로 간략히 풀어보았다. KBS는 오늘(29일) 밤 <뉴스9>에서도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한다.


Q1> 폭로에 나선 증인은 누구인가?


→ 알려져 있다시피 한명숙 전 총리(이하 존칭 생략)에게 돈을 줬다고 지목된 사람은 건설업자 고(故) 한만호 씨다. 그는 2010년 4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돈을 줬다고 말했다가 12월 법정에 나와서는 180도 진술을 바꿔 돈을 준 적 없다고 증언한다. 검찰은 한만호의 뒤바뀐 진술을 반박하기 위해 그의 동료 수감자 2명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운다. 최 모 씨와 김 모 씨다. 이번에 폭로에 나선 사람은 최 모 씨다. 그는 자신의 다른 범죄 혐의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Q2> 최 씨 주장의 핵심은 무엇인가?


→ 최 씨가 2011년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을 때 말했던 내용의 핵심은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고 구치소에서 말하는 것을 내가 들었다'였다. 검찰 논리를 뒷받침하는 증언이었다.


그러나 최 씨는 이번에 법무부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자신을 '한만호 사건 검찰 측 증인'으로 소개하면서 '증거조작 등 수사·공판 과정에서 검찰의 부조리'를 알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었다. 현재 수감 중인 최 씨는 KBS와의 접견에서 구체적 설명을 자제하면서도 당시 "검찰의 위증교사가 있었다"라며 "법무부 조사가 시작되면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말했다.


Q3> 이번 폭로가 기존 의혹 제기와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


→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이번 최 씨 폭로를 포함해 크게 네 가지다. ①한만호가 수감 생활 당시 작성했다는 비망록(뉴스타파 공개) ②2011년 한만호가 출소한 뒤 KBS와 했던 육성 인터뷰 ③한만호 동료 수감자 한은상의 폭로 ④증인 최 씨의 이번 폭로다.


①번과 ②번은 비슷한 맥락이다. 둘 다 한만호 본인의 글과 말이다. 자신의 주장, 즉 '검찰의 압박과 회유로 한명숙에게 돈을 안 줬는데 줬다고 말했다'는 주장을 재확인하는 내용이다.


③번은 지난 25일 보도된 내용이다. 한만호의 또 다른 동료 수감자 한은상 씨가 최근 <뉴스타파>에 밝힌 것인데, 자신을 포함해 총 3명의 동료 수감자(한은상·최 모 씨·김 모 씨)가 검찰에게서 거짓 증언을 종용받았고, 이 가운데 자신만 증언을 거부하고 나머지 2명은 법정에 출석해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번에 KBS가 처음 확인한 ④번 최 씨의 폭로는 '위증교사' 부분에서 한은상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임과 동시에,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한은상 씨와 달리 실제 증인으로 채택돼 법정에 나가 증언했던 사람의 폭로라는 점에서 주목할 지점이 있다.


Q4> 최 씨는 왜 입장을 바꾸었는가? 그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 최 씨의 입장은 이제라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본인이 '모해위증'(남에게 해를 입힐 목적으로 법정에서 위증하는 것)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데도 폭로에 나선 것이다. 최 씨 주장이 한은상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그러니까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다. 최 씨가 언론 보도가 나오기 한 달 전부터 이미 법무부에 진정서를 넣었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최 씨와 한은상 씨 모두 현재 수감돼 있는 상태다. 검찰에 어떤 불만을 갖고 이런 주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최 씨는 검찰에 배신감과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고 심리적 동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Q5> 만약 최 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검찰은 왜 증언을 조작했을까?


→ 검찰은 그런 증언 조작이 없었다고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수감자들이 나중에라도 검찰의 회유를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검찰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복수의 수감자들에게 거짓 증언을 종용했을까 하는 의문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만호가 법정에서 기존 검찰에서의 진술을 완전히 뒤바꿔 검찰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고, 따라서 한명숙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선 한만호의 뒤바뀐 진술을 깨뜨려야 할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볼 수도 있다.


Q6> 최 씨 폭로가 한명숙 사건 재심에 영향을 줄까?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차원의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가정이지만, 당시 담당 검사들을 상대로 한 법무부 조사가 진행돼 만약 '거짓 증언 종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징계뿐 아니라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재심으로 가는 공간이 더 열릴 수도 있다. 형사소송법 420조에 재심 사유를 분류해놓고 있는데, 간략히 요약하면 △기존 판결에서 활용된 증거나 증언이 허위라는 것이 별도의 확정판결을 통해 명확히 인정받거나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로 증명될 때 재심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증언이 허위였다고 밝히고 있고, 그런 거짓 증언을 종용한 게 검찰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위 두 가지 항목 모두에 적용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재석 기자 (jaeseo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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