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8212


“언론은 징벌적 규범 요구하는 국민 여론 인식해야”

대한변협·기자협회 주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토론회…“징벌적이란 표현은 과장” “언론자유 위축” “명예훼손 형사처벌 없애야”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승인 2020.07.17 12:14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취지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계가 반대에 앞서 언론을 향한 징벌적 규범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이번 기회에 실제 언론보도 피해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9일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한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서 ‘악의적’이란 “허위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한 왜곡보도”를 의미한다.  


17일 대한변호사협회·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토론회’에서 장철준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개정안에 등장하는 ‘왜곡 보도’ 같은 용어를 언급하며 “오래 생각해서 정교하게 만든 법률안 같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울 과도기적 규범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철준 교수는 “보도와 관련해 우리 법체계는 형사적·민사적 규제가 있는데 이제 형사적 규제는 접고 민사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흐름이다. 국가가 명예훼손에 대해 직접 형벌을 가하는 구조는 표현의 자유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는) 미국도 형법에 명예훼손죄는 없다”고 밝혔다. 


보도 관련 민사규제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이) 언론사 상대로 손해배상 받아봐야 액수가 높지 않다면 소송이 무의미할 것”이라며 “언론도 힘인데, (소송액이 낮으면) 민사규제가 의미 없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피해자들은) 맞서 싸울 수 없다는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며 “명예훼손죄 형사처벌을 없애고, 손해배상 액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이 언론중재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언론판결분석보고서’에 집계된 2009년~2018년까지 10년간의 언론 관련 손해배상 청구사건 2220건을 분석한 결과 언론 보도 이후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에 나설 경우 승소율이 39.7%이며, 배상을 받더라도 청구액의 10분의1 수준이 대부분이고, 절반은 500만원 이하의 배상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09~2018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 인용액 비율.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09~2018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 인용액 비율. 디자인=이우림 기자


장 교수는 “판례를 하나 바꾸는 게 어렵다. 법원에서 당장 손해배상 산정기준 변동이 가능할지 비관적”이라고 밝히면서 “위자료를 높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법관의 재량이 너무 커져 법관 스스로 입법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손해배상 액수 현실화를 위한 입법적 움직임이 필요하고, 이번 개정안이 한시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개정안에 대한 논의에 앞서 “오늘날 여론의 비판 대상은 크게 사법과 언론이다. 왜 그런지 언론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이 끊임없이 사실확인에 몰입해야 하는데 단독경쟁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사실 확인을 하고 보도하는지 솔직히 의문”이라며 “언론은 징벌적 규범을 요구하는 국민적 반응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국민참여재판으로 한시적으로 운영해보는 것도 제안하며 “이번 입법절차는 언론 보도 손해 및 배상에 관한 공개 논의의 장으로 활용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 뒤 “‘징벌적’이란 제목에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언론보도 피해구제가 어려운) 현실의 대안으로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일반인은 언론 보도 피해를 받으면 주홍글씨다. 반면 언론인들은 명백한 잘못도 스스로 사과하지 않는다. 언론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다”고 꼬집은 뒤 “정부가 가짜뉴스방지법을 얘기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얘기가 나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저널리즘 회복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윤여진 상임이사는 “법원은 언론의 자유를 대단히 보장하고 있다. 언론은 ‘위법성 조각사유’라는 특권이 있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손해배상의 범위로 정한 손해액의 3배 배상을 ‘징벌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금 배상액이 충분히 낮아서 징벌적이라는 표현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해액의 3배 민사상 책임과 함께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언론보도 형사처벌 폐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언론은 좀 더 책임감 있는 기사를 작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축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부당소송금지법 등 언론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언론의 위축을 방지하면서도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사가 작성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개정안을 두고 “헌법적 가치인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악의적 보도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어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 우려가 크고 비판·의혹 보도에 대한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지난달 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동으로 의견서를 내고 정청래 의원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폐기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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