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846367.html


2차 정상회담, 3시간 뒤 공표·하루 뒤 결과 설명하는 이유

등록 :2018-05-26 23:25 수정 :2018-05-26 23:58


개최 사실 3시간 뒤 공표 왜? 미국쪽에 알려줄 시간 필요했을 듯

문 대통령 27일 회담결과 발표, 문 대통령, 발표 전 트럼프와 통화하고 그 뒤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대화하다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대화하다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판문점 통일각 2차 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을 넘어 남·북·미 3국 정상 차원의 ‘3각 직접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예고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목적이 좌초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내는 데 있다는 점과 연결돼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선 공개된 정보가 아직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 ‘극히 제한된 공개 정보’에서 꽤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이름으로 공개된 정보는 몇가지 안 된다. ① 회담 시간과 장소 = 26일 오후 3~5시 판문점 통일각 ② 논의 내용 = 4·27 판문점 선언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 ③ 결과 발표 = 27일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 이 세가지 내용을 담은 세 문장이 발표의 전부다.


청와대는 이 내용을 26일 오후 7시54분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기자회견 등 별도의 발표 행사는 없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이라지만, 정상회담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관행은 물론 앞서 세 차례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도 다르다.


두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담의 핵심 의제, 그리고 시간의 흐름.


회담은 26일 오후 3~5시 사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담은 예고되지 않았고, 개최 사실 공표도 회담이 끝나고 나서 3시간 가까이 흐른 저녁 7시54분에야 이뤄졌다. 이는 ‘통일각 2차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를 목적으로 전격 성사됐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한테 사전 고지 없이 진행된 점과 무관하지 않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시각은 한국보다 13시간이 늦다. 한국의 26일 오후 3~5시는 워싱턴의 새벽 2~4시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다들 침대에 있을 시간이다. 사정을 아는 소식통은 “미국 쪽에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과 개략적인 논의 내용 등 필요한 정보를 최소한이라도 알려주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표하기 전에 미국 쪽에 관련 정보를 통보해야 해 세시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렇다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왜 즉각 발표되지 않고, 27일 오전 10시로 늦춰졌을까? 일부 언론에선 남북 사이 발표문 조율의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번짓수가 맞지 않는 거 같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에 핵심 목적이 있다. 더구나 윤영찬 수석이 밝힌 내용을 보면 “양쪽 합의에 따라 회담 결과는 내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께서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빠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표한다는 매우 이례적인 발표 형식은 이미 정해졌는데, 발표 내용 조율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상식적이지 않다.


이 또한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라는 회담의 핵심 목적, 한반도와 워싱턴의 시차를 고려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미 정상의 사전 협의 없이, 남북 정상의 결단으로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시간 동안 대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주제는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다.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회담 결과의 외부 공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충분한 교감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게 관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진행은 커녕 회담 개최조차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니 취소를 다시 취소할 수 있는 사람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 위원장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정을 아는 소식통은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시점이 27일 오전 10시로 미뤄진 것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 과정에서 2차 정상회담 때 직접 확인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번복하게 하거나, 최소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에 필요한 정상 차원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 뒤 김 위원장과 직통전화(핫라인)로 추가 대화를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요컨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길잡이’ 노릇, 달리 말하면 ‘적극적 중재자’ 구실을 할 시간이 필요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시각이 27일 오전 10시로 미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문 대통령이 27일 오전 10시 발표하기로 예고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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