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48518.html?_fr=mt2


G7회의 공동성명 거부한 트럼프…북미 회담의 새 변수

등록 :2018-06-11 09:19 수정 :2018-06-11 10:57


측근들 “트뤼도, 등 뒤에서 칼 찔러” 캐나다 비난

트럼프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하게 놔두지 않을 것”

성명 거부로 대북 협상 취약함 노출 막으려 한듯

G7 파탄 이어 북미회담 성과 없으면 거센 후폭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 거부를 촉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배신’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입지를 취약하게 했다고 비난하는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장. 그는 10일 <시엔엔>(CNN)과의 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취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G7 성명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시엔엔 화면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 거부를 촉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배신’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입지를 취약하게 했다고 비난하는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장. 그는 10일 <시엔엔>(CNN)과의 회견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취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G7 성명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시엔엔 화면 갈무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거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들었다는 국내외 비난 속에서 싱가포르 회담의 성과가 더욱 절박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인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장은 10일 <시엔엔>(CNN)과 한 회견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의 G7 공동성명 거부를 촉발했다며, 그의 ‘배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앞둔 트럼프를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뤼도 총리의 ‘배신’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약하게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G7 회의 공동성명에서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트뤼도 총리가 G7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는 무역에 관해 미국에 의해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 탈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총리가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북한과 협상하려는 여정에서 어떠한 취약함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커들로 위원장은 강조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도 <폭스 뉴스>와 한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신의 외교를 하고, 문 밖으로 나가는 그를 뒤에서 찌르는 외국 지도자에게는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고 트뤼도 총리를 격렬히 비난했다.


G7 국가들은 9일 폐회한 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려고 회의장을 먼저 떠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싱가포르행 비행기에서 트뤼도의 기자회견을 문제 삼아 공동성명 조인을 거부할 것을 미국 정부에 지시했다.


트뤼도 대통령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캐나다 국민들은 예의바르고 이성적이나,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반대하며 7월1일까지 미국에 대한 보복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트럼프는 기내에서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 공동성명에 조인하지 말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또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트뤼도 총리의 거짓 진술과 “캐나다가 우리 미국 농부, 노동자 및 기업들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7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채택되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1975년 이 회의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공동성명 거부는 그의 취임 이후 악화되는 미국과 유럽 등 전통 동맹국과의 관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역량을 집중하는 북-미 정상회담보다도 G7 회원국들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공화당의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위터로 “우리의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초당적인 다수는 친자유무역, 친세계화 및 70년간의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동맹 지지가 여전하다”며 “우리 대통령이 당신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미국인들은 당신과 함께한다”고 동맹국들을 달래면서 트럼프를 비판했다. 유럽을 주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공동성명을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심각하며 우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G7 정상회의가 파국으로 끝나며 안팎의 심각한 비난에 직면하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더욱 절박하게 됐다. 하지만 기존 정상회담과 달리 비상례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온 이 회담의 전망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는 상태다. 공동협정이나 성명이 가능할지는 물론이고, 회담의 형식마저도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왼쪽)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누르며 트럼프 대통령을 내려다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 바로 옆에서 이마에 잔뜩 주름을 잡고 한쪽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하고 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오른쪽)는 팔짱을 낀 채 마크롱 대통령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의 ‘관세 폭탄’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정상들이 극심한 균열을 노출한 이번 G7 정상회의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샤를부아/AP 연합뉴스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 왼쪽)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누르며 트럼프 대통령을 내려다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 바로 옆에서 이마에 잔뜩 주름을 잡고 한쪽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하고 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 오른쪽)는 팔짱을 낀 채 마크롱 대통령 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의 ‘관세 폭탄’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머지 정상들이 극심한 균열을 노출한 이번 G7 정상회의의 분위기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샤를부아/AP 연합뉴스


특히 <로이터> 통신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이 열리는 12일 오후 2시에 싱가포르를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일정이라면, 양국 정상회담은 반나절 만에 끝나고, 우호 만찬 등의 격식도 없이 폐회됨을 의미한다. 양쪽이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의 이런 일정이 잠정적이라고 전해, 북한도 트럼프를 향한 압박 전술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전 퀘벡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단 한번의 기회”, “(번영을 위한) 그 기회를 갖고 있고, 다시는 주어지지 않을 것”, “(김 위원장이) 매우 긍정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여전히 북한 쪽을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는 “최소한 관계 맺기가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단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회담에서 기대되는 구체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려 했다. 그는 “그보다 많은 것을 이루고 싶지만, 최소한 우리가 서로 만난다”며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게 됐으면 좋겠고, 우리는 그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를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의 결렬로 성과를 더욱 절실하게 원하게 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12일 오후 싱가포르를 떠나고, 북-미 사이에 원칙적인 얘기를 주고받는 데 그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