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 근저당” 김재정씨 땅 또 있었다…부인 권씨 상속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2-01-14 11:30:21ㅣ수정 : 2012-01-14 11:46:39
“30년 지상권 4000만원 근저당.” <주간경향>은 지난주 김재정씨 미망인 권영미씨가 상속한 한 부동산에 대해 이같이 설정된 것을 확인했다. 추가취재 결과 다른 소유 부동산에도 ‘동일한 설정’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로써 권씨가 어떻게 부동산을 건너 뛰고 다스의 비상장 주식으로 상속세를 ‘물납’할 수 있었는지, 그 ‘비법’의 일단이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 다스의 비상장주식과 함께 그가 보유한 부동산은 의혹의 대상이었다. 간단히 말해 김씨가 그 부동산들의 실소유주가 맞냐는 의혹이다. 지난주 <주간경향>은 김씨 사후 1982년부터 1999년까지 그가 집중적으로 매입한 전국 47곳 224만㎡ 부동산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발견된 사실은 흥미로운 것이었다. 지분으로 소유한 대부분의 땅은 부인 권영미씨에게 상속되었다. 김씨가 단독으로 소유하던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의 땅(3306㎡)은 2010년 8월 31일 채권최고액 금 4000만원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지상권 설정은 우리은행이 2010년 9월 28일부터 30년간 설정했다. 즉, 남편 김씨로부터 상속을 받은 권씨는 다스 주식으로 상속세를 물납하기 전에 소유 부동산을 처분했어야 한다.
그런데 상속·증여세를 내야 하는 기한에 맞춰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해 ‘부동산 지키기’에 나섰고, 이것은 다시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다른 사람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방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간경향>의 취재 결과는 인터넷 팟캐스트 라디오방송 <나는꼼수다-봉주 2회> 편에 소개됐다.
<주간경향>은 부인 권씨에게 상속된 김씨의 나머지 땅들도 확인해봤다. ‘채권최고액 금 4000만원/30년간 지상권 설정’된 땅은 또 있었다. 이번에는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 강청리의 임야(41만9040㎡)였다. 왜 이런 ‘이상하게’ 보이는 설정을 한 것일까.
지난 2007년 7월, BBK-도곡동 땅과 관련된 검찰 출두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현재 작고)./강윤중 기자
80년 ‘채무자 이명박’ 근저당 설정과 유사
흥미로운 점은 이 ‘설정’이 언젠가 보았던 그림이라는 것이다. 옥천군 땅의 인근에서 32년 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32년 전이다보니 액수가 줄어든다. 190만원이었다. 채무자도 달랐다. 채무자는 바로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충북 옥천의 땅(123만7960㎡)에 설정된 근저당권이 의혹의 도마에 올랐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김재정씨의 과거 수상한 땅 거래를 보도한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190만원에 근저당 묶은 채 왜 처남에게 땅 넘겼을까”(2007년 6월 14일 한겨레 보도). 당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선후보는 1977년에 이 땅을 사들였다.
이 땅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면서 후보지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옥천군 동이면과 접경지역으로 1~2km 떨어진 곳엔 금강이 흐른다. 이 대통령은 이 땅을 산 1년 7개월 뒤 옥천 농협(현 옥천농협중앙회)와 채권최고액 190만원의 근저당권·지상권 설정 계약을 한다. 이 땅을 김재정에게 ‘매매’한 것은 1982년 7월.
그런데 2007년 당시에도 ‘이명박’ 명의의 근저당권·지상권 설정계약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논란이 되었다. 당시 이후보 법률특보 쪽은 “농협에서 돈을 빌린 것은 절대 아니며, 지상권이 같이 설정된 것으로 봐서 임야 훼손에 대한 책임을 물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농협에 문의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2012년 권영미씨가 상속한 그 땅의 근저당권 설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채무자 이명박’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재정의 소유였다가 1984년 12월 옥천군에 매매된 바로 인근의 유지(334㎡)에도 마찬가지로 ‘채무자 이명박’이 남아 있다. 채권최고액은 ‘금일백구십만원 정’이다. 지상권 설정은 1980년 5월 12일에 되었는데 역시 만 30년이다.
채권최고액은 대출 받은 사람이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하거나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 약 130~140% 정도 수준으로 설정한다. 그러니까 당시 ‘채무자 이명박’이 실제로 빌린 돈은 150여만원으로 추측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망인 권씨가 최근에 땅을 저당잡혀 각각 빌린 돈도 3600만원 전후로 추정된다.
<주간경향>이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확인해본 작고한 김재정씨 소유 땅들. /정용인 기자
위의 2007년 당시 보도에서 한 시중은행 대출담당자는 “당시에도 재력가로 알려진 이 후보가 현지 농협에서 150만원을 빌렸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형식적으로 대출을 받고 근저당권과 지상권 설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0년 권씨의 거래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성립될 수 있다.
2007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김씨뿐 아니라 이씨의 큰형 상은씨 소유의 땅 전국 11곳(51필지, 54만㎡)과 둘째형 이상득 당시 국회부의장 땅 7곳(51필지, 11만㎡)도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수상해보이는 ‘가족 간의 거래’도 포착되었다. 이상은씨 소유의 경기도 이천시 호법 땅은 이상득씨의 장남 지형씨에게 2004년 증여됐다. 이상은씨의 제주 땅 관리비를 이상득 부의장이 납부했던 정황도 발견됐다.
당시 경향신문의 질의에 대해 이명박 후보 쪽은 “이상득씨가 아버지를 모시고 목장을 경영하는 형에 대한 고마움으로 각종 개발 운영자금을 전적으로 지원했으며, 아버지 작고 후 단계적으로 목장을 정리한 상은씨는 그동안 목장 운영을 지원한 몫을 감안해 ‘팔당 상수원보호특별구역으로 묶여 땅값이 제대로 나가지 않던’ 이 땅을 조카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땅 과수원과 관련해서도 “사업 실패로 제주에서 감귤 농장을 운영하면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상은씨를 위해 당시 부친을 잘 모셔달라는 의미와 형제 간의 정리 차원에서 상득씨가 농장관리비를 대신 납부한 적이 있음”이라고 답했다.
<주간경향>이 김씨 소유의 나머지 부동산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2007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취재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김씨 소유의 다른 땅들도 발견했다. 새로 발견한 땅은 다섯 군데다. ‘공유지분’으로 되어 있는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선촌리의 땅들이다. 이 땅들 역시 <주간경향> 확인 결과 권씨에게 지분이 상속됐다.
앞의 옥천 땅은 김씨가 33살 때 구입한 걸로 되어 있는 땅이다. 하지만 당시 김씨를 잘 알고 있다는 현대건설에서 근무했던 인사는 “(33살 전후로) 김씨가 땅을 가지고 있거나 구입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으며, 실제로 빈털터리였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확인된 김씨 소유 부동산은 미망인 권씨로 상속과정에서 완벽하게 ‘방어’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권씨가 상속세를 내는 과정에서 부동산을 건너뛰고 다스의 비상장 주식으로 ‘물납’을 할 수 있었던 기법이 밝혀진 셈이다.
한편, 상속 뒤 등기부상 새로 등록된 권씨의 주소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루시드 하우스로 되어 있다. ‘루시드 하우스’의 집합건물 등기부등본을 보면 2008년 5월 26일부터 2010년 5월 22일까지 김씨가 전세권을 설정한 기록이 남아 있다. 즉,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김씨 일가는 이곳에서 2년간 기거했다. 전세금은 25억원.
이 전세금은 실제 거래되는 전세가격으로 보인다. ‘루시드 하우스’ 거래를 경험한 복수의 부동산 업자의 말에 따르면 ‘루시드 하우스’의 매매가격은 45억원 선. 전세로 나올 경우 현 시세는 26억원에서 27억원 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2007년도에 준공된 이 빌라에 대한 한 부동산의 소개는 “한남동 유엔빌리지의 정상에 위치해 있으며 한강과 남산이 모두 조망 가능한 곳으로 단지 주변엔 2개의 어린이 공원이 있고, 압구정동 청담동으로 바로 이동이 가능한 곳”이라며 “현대백화점, 갤러리아와 같은 명품백화점과 특급호텔이 이웃하고 있는 편리한 곳”이라고 되어 있다.
한 부동산 업자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사실 루시드 하우스의 전세는 거의 나오지 않아 물량이 귀한 곳”이라며 “거주자는 회사 사장님이나 정·재계 인사, 의사들”이라고 밝혔다. 실제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김씨 집 바로 옆집은 의사로 추정되는 인사가 거주하고 있었다.
이 부동산 업자에게 대통령 처남 가족에 대해 물었다. “지금은 이사간 것으로 안다. 시기는 언제인지 알 수 없다”고 이 업자는 답했다. 어디로 이사간 걸까.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남아 있는 김씨 부인 권씨의 주소가 이곳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시기는 2010년 9월이다. 2010년 2월 7일 권씨는 사망한 김씨의 재산을 ‘협의분할 후 상속’한 것으로 되어 있다.
루시드 하우스에서는 전세를 살았지만 김씨 소유 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남구 청담동의 ‘연세리버테라스’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다. 2003년부터 소유한 이 집은 김재정씨가 쭉 가지고 있다가 2010년 8월에 아들 김모씨(83년생)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 즉, 정리하자면 김씨 소유로 되어 있는 전국의 부동산은 부인 권씨에게, 청담동의 빌라는 아들 김모씨에게 분할상속된 것이다.
루시드하우스 /daum지도
연세리버테라스 /daum지도.
확인 결과 김재정씨 일가는 2008년 용산구 한남동의 최고급 빌라 루시드 하우스(위)에 전세로 입주해 2년간 거주했다. 그 후 원래 김재정씨 소유였던 강남구 청담동의 연세리버테라스(아래) 빌라는 김씨 아들 김모씨(83년생)에게 상속됐다.
김씨 청담동 집 아들에게 분할상속
김씨 소유의 청담동 빌라는 2003년 7억2000만원을 채권최고액으로 우리은행에 근저당 잡힌다. 2007년 7월 이 근저당권은 말소됐다. 이 집에는 제3자인 김모씨(여·58년생)가 2009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10억원에 전세로 산 것으로 되어 있다. 아들 김모씨가 2011년 11월, 이 집을 담보로 채권최고액 3억6000만원을 우리은행에서 빌린 것으로 등기부등본 상에는 기록되어 있다.
즉 김재정씨의 사망으로 집을 물려받은 아들 김모씨는 2010년 10월부터 이 집에 다시 돌아와 살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2011년 11월에 다시 돈을 빌렸다. 아들 김모씨도 아버지로부터 분할상속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고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2011년 11월에 은행에서 빌린 돈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일까.
앞의 한남동 빌라도 그렇지만, 청담동 빌라도 고급빌라다. 매경이코노미는 올해 1월 1일자 “고급빌라 맞수 청담동 vs 한남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각각 동네를 대표하는 고급빌라로 유엔빌리지 루시드 하우스 빌라와 청담동의 연세리버테라스를 꼽고 있다. 고급빌라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다시 고급빌라의 전세를 얻어 이사를 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청계재단에 다스 지분 5%를 기부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시중에선 아주버니(MB)와 처남댁이 재산 소유로 말썽이 나고 있다는 소문이 났다”(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혹이 나온 적이 있었다. 여기에 권씨 상속세의 물납 관련이나 부동산 근저당 설정에 관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더해져 불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미망인 권씨나 아들 김씨의 입장은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옥천의 임야와 유지에 ‘채무자 이명박’의 근저당 설정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과 관련, 옥천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실제 당시에도 190여만원의 채권최고액은 큰 금액이 아니었다는 생각은 드는데, 만약 여기에 거주하고 사는 사람이라면 농기계자금이나 영농자금 용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는 현재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채무자 이명박’이 대출을 받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당시에 다 갚았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법원에 말소 신청을 해 근저당 해지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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