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628214937010?s=tv_news
[밀착카메라] 12만 유해 아직 그곳에..'이름' 찾아주는 경건한 손길
구혜진 입력 2018.06.28 21:49
[앵커]
지난 현충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비무장지대 안에 한국군 유해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도 북한과 유해발굴을 협상하고 있지요. 이처럼 유해 발굴 관련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유가족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유해 발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비포장도로를 5km 달린 뒤 산길을 걸어 올라가자 삽을 든 장병들이 눈에 띕니다.
1951년 치열한 전투가 발생했던 강원도 홍천의 벙커고지라는 곳입니다.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서 산 밑에 경사면 전체를 파헤치고 있는데 6·25 시절 표층이 있는 나무뿌리까지 다 드러나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중 한 곳에서 유해가 발견돼 마지막 수습이 한창입니다.
발굴된 유해는 오른쪽 허벅지 뼈.
일반인 육안으로는 나무 뿌리와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이형걸/상병 : 나무처럼 비슷하게 생겼는데 나무와 돌 사이 무게고. 발견하면 기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기분이 좋은 것보다 경건해지고…]
[강재민/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팀장 : (뼈에서) 영양분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나무 잔뿌리가 사람의 뼈를 휘어 감고 있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입니다.]
주변의 뿌리들을 조심스럽게 자르고 붓으로 흙을 털어냅니다.
확인된 유해는 작은 관에 넣어 약식으로 장례를 치른 뒤 운구합니다.
선배 전우에 대한 예우를 표하는 겁니다.
함께 발견된 유품은 당시 치열했던 전투를 더 정확히 기록합니다.
[강재민/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팀장 : 한 번이라도 뺏겼던 지역이라면 적군 탄피가 같이 혼재돼서 나오기 시작하겠지요.]
이 곳 근처에서 출토된 유품들입니다.
아군과 적군의 탄과 탄창을 비롯해, 누군가가 신었던 전투화의 밑창, 또 중공군이 착용했던 마오쩌둥 단추도 발굴됩니다.
전국 각지에서 발굴된 유해들은 서울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 옮겨집니다.
현재 감식 중인 유해만 100여 구에 달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듯 골절의 흔적이 있는 유해가 많습니다.
대부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유품이 함께 발견되지 않습니다.
[임정민/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감식관 :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전쟁에 참여를 해서 결국은 사망을 하셨구나… 생각을 하면 안타깝죠.]
적군이었던 중공군과 북한군을 구별하기 위해 정황 증거도 참조합니다.
[임나혁/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감식관 : 중국군의 경우에는 보통 매장이 제대로 돼서 발굴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어요. 법랑질 밥그릇 이런 것들이 같이 출토되고요.]
최근 미국이 북한 내 유해발굴을 추진하면서 외신들의 관심도 많습니다.
발굴은 됐지만,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유해 8000여 구가 중성지 상자에 담겨 보관되어 있습니다.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만큼 바코드와 번호로만 기록이 되어있는데요.
신원확인이 이번에 된 유해 2구는 안장식과 귀환식을 기다리면서 이렇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직계 가족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보니 유전자 시료 채취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유해만 1만 1000여구에 달하지만, 신원이 확인된 것은 128구로 1%에 불과합니다.
유해를 찾지 못한 유가족들은 전사자들의 위패가 있는 위패봉안관에서 어버지를 기립니다.
[이기봉 아버지 찾아왔습니다. 아들이 찾아왔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기대감도 최근 커졌습니다.
[김화성/경남 통영시 서산리 : 백마고지는 이북에 이제 빨리 그쪽에 발굴 조사를 해야만 희망이 있을 건데 (소식 들으니까 희망이) 예 좋아요.]
전사한 지 60년 만에 발굴돼 현충원에 안장된 이천우 이등 중사의 묘역입니다.
전국에 산과 들에 아직도 묻혀있는 12만 여 구의 유해에도 이름과 제자리를 찾아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겠습니다.
(인턴기자 : 송하린·이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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