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4352.html?_fr=mt2


‘사법농단’ 영장 줄줄이 기각…“특별재판부 도입” 요구도

등록 :2018-07-22 17:56 수정 :2018-07-22 20:58


30여명 통신영장 “공모 입증 덜돼” 대거 기각

양승태·박병대 등 ‘윗선’ 압수수색 영장도 불허

임종헌 “정말 나만 발부됐나” 당황스러워하기도

영장판사들, 법원행정처 및 관계자와 근무 경험

“공정성 의심… 특별재판부 구성 필요” 지적도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농단 의혹 수사 한 달여만에 처음으로 전·현직 법관 수십명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는 ‘예상’했던 대로 극소수에 그쳤다. “재판 거래는 없다”,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대법원 자체조사단과 대법원 내부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은 물론 법복을 입고 있는 현직 대부분을 영장집행 대상에서 제외한 판단이 향후 이 사건을 대하는 법원의 ‘기준’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집 인근 공원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공모 입증 안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21일 오전 직권남용·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임종헌 접 번원행정처 차장의 서울 서초구 집과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 핵심 수사 대상인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민수 전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거권을 침해할 정도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며 모두 기각했다. 사법농단 의혹 연루 전·현직 판사 30여명의 통신영장도 함께 청구했지만 임 전 차장 등 몇 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을 심사한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공모 관계에 대한 입증이 덜 됐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그간 검찰 다른 수사에서 법원의 통신영장 발부는 비교적 수월한 편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처럼 여러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경우 수사 초기 통신내역 확보가 관건이다. 최근 일부 관련자가 보안성 높은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잇달아 가입한 사실도 검찰로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정말 나만 발부됐느냐?”


임 전 차장은 영장집행 과정에서 검찰에 “정말 나에 대해서만 영장이 발부됐느냐”고 여러 차례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지시·보고 관계에 있었던 ‘양승태·박병대·이규진·김민수’ 관련 영장을 자신과 분리해 판단한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윗선은 사후 보고나 승인만으로도 공모가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박 전 처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를 지시하고 ‘재판 거래’ 문건을 여러 차례 보고받은 사실이 대법원 자체조사 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는데,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인사발령 당일 행정처 문건 2만4500여개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돼 공용서류손상 등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김민수 전 심의관에 대한 영장도 기각됐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법원이 이번 사태의 책임선을 대법원 자체조사단 발표 범위로 한정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한겨레> 자료사진


■특별재판부 요구도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들과 사법농단 의혹 관계자들의 ‘인연’을 고려할 때 이번 영장 기각은 ‘예정된 수순’이자 앞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언학 부장판사는 2009~2010년 서울고법에서 박 전 처장의 배석판사였다. 허경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차장(2014~2015년)을 지낸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배석판사(2011~2012년)였다. 박범석 부장판사도 2013~2014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한 단독판사는 “부장판사와 배석판사 관계는 사법연수원 동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끈끈하고 종속적이다. 기피·제척 제도를 활용해 이번 사안에서 제외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향후 재판 공정성을 위해 ‘특별재판부’ 구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소가 이뤄질 경우 재판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상당수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됐거나 ‘양승태 법원행정처’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한 판사는 “행정처 근무 경험이나 핵심 관계자들과 인연이 없는 법관들로 별도의 재판부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법원 예규도 ‘법관 비위행위에 대한 논란이 발생해 재판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사무분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중앙지법에 이번 사건을 전담할 영장전담 판사를 새로 지정하고, 특별재판부를 꾸리는 내용의 특별법을 새달 초 발의할 예정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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