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v.media.daum.net/v/20180722165002323


[계엄령 문건 특집 ②] 정쟁에 휘말린 기무사..'누님회' 밀친 '알자회'

송창섭 기자 입력 2018.07.22. 16:50 


사조직에 흔들린 朴 정권 기무사..'박지만-최순실 라인 대충돌'


기무사가 정쟁의 중심에 선 것은 공교롭게도 군사정권의 효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 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 수장을 맡은 이는 장경욱 전 사령관(육사 36기)이다. 당시 청와대는 정보통인 장 전 사령관이 기무사 본연의 업무인 정보 수집에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낙점했다. 


퇴진행동기록기념위,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가 2018년 7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사저널

퇴진행동기록기념위, 416연대, 민중공동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가 2018년 7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시민사회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사저널


하지만 취임 6개월 만에 군 수뇌부와 충돌하자, 군내에서는 위기감이 커진다. 이 때 등장한 것이 박근혜 정부 초기 ‘황금세대’로 불린 육사 37기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과 동기생인 육사 37기는 중장 8명과 대장 3명을 배출하면서 군내 ‘성골 중의 성골’로 불렸다. 일각에서는 박지만 회장의 누나인 박 전 대통령을 사석에서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누님회’라는 모임이 실체 여부와 무관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영식 1군, 박찬주 2군, 엄기학 3군사령관 모두 육사 37기였다. 그중에서도 선두주자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었다. 서울 중앙고를 졸업한 뒤 육사에 들어간 이 전 사령관은 박지만 회장과 고등학교까지 함께 나와 육사 시절에도 절친으로 통했다.  


박지만 육사 동기인 37기 이재수 기무사령관 전면 등장


장 전 사령관의 불명예 퇴진으로 기무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자 결국 육사 37기가 전면에 등장했는데 이재수 중장의 기무사령관 발탁이 이를 잘 말해준다. 군 관계자는 “정권 초기만 해도 군내에는 ‘박지만 라인’과 ‘정윤회‧최순실 라인’이 있었는데, 이재수 사령관을 비롯해 육사 37기는 대표적 박지만 라인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37기에서도 선두주자인 이재수 중장이 기무사령관에 앉았다는 것은 정권 초기만 해도 박지만 회장의 군내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이 전 사령관은 기무사령관에 취임하기 전 53사단장, 육군 인사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16년 11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의 중도 하차는 최순실 라인의 기무 라인 접수를 의미한다. ⓒ시사저널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16년 11월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수 전 사령관의 중도 하차는 최순실 라인의 기무 라인 접수를 의미한다. ⓒ시사저널


하지만 양측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2014년 10월 이 전 사령관 퇴진은 군내 박지만 라인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 양측 간 파워 게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의 손을 들어줘 이재수 사령관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2016년 12월28일 세계일보가 보도한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 개입 관련 의혹 보고’ 문건이 공개되면서 기무사령관 교체 이유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문건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군 내부 비선라인 흐름도 △최순실 세력을 기반으로 한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장 △군내 사조직 ‘알자회’ 세력화 동향 △조현천 기무사령관 보직 이후 군 인사 개입 의혹 △기무사령관의 막강한 권력 행보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지만 라인의 몰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로 지목된 인물이 바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다. 추 전 국장은 이 전 사령관 후임인 조현천 기무사령관 선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문건에는 ‘2014년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전후를 기점으로 박지만 육사 동기 그룹이 대다수 경질 또는 좌천되자 추○○(41기) 국장이 최순실 라인을 통해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짐’이라고 돼 있다. 추 전 국장은 육사 41기 출신으로 군 재직시절 ‘알자회’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철 전 사령관과 기무사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조 전 사령관은 알자회 소속이어서 재임 기간 중 수차례나 기무사의 강도 높은 감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가 다른 동기들보다 진급이 늦었던 것도 ‘알자회’ 소속이라는 꼬리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때문에 이력에 흠집이 난 조 전 사령관이 기무사 수장에 오른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당시 추 전 국장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점이다. 기무사로부터 피해를 본 이로 하여금 기무 개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건에는 ‘2014년 군 인사 때 청와대 민정에서 대상자 검증 보고 시 조현천 소장을 ‘알자회 골수인물’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로 이를 삭제하고 더 이상 조 소장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함’이라고 돼 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알자회' 조현천 밀었다?


조 전 사령관 내정은 군 기무 라인마저 정윤회‧최순실 라인이 접수하게 됐음을 보여준다. 정윤회 문건에서 ‘기무사령관에 내정된 조현천 장군은 軍(군) 내 인사정보를 추 국장에게 제공했고 추 국장은 국정원 보고 형태로 BH(청와대) 우병우·안봉근에게 제공해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추 국장의 경우 최순실씨와 안봉근 비서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9월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예정된 국방부 국감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는 가운데 조현천 국군 기무사령관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2016년 9월26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예정된 국방부 국감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하는 가운데 조현천 국군 기무사령관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그런 면에서 조 전 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힘들다. 취임 초기 언론사를 초청해 관련 세미나를 여는 등 강도 높은 기무 개혁을 추진하리라 기대됐지만, 선임되는 과정을 보면 그 모든 것이 쇼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교롭게도 조 전 사령관과 같은 기수인 육사 38기생은 모두 옷을 벗었다. 대장은 임오형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지난해 8월 옷을 벗었다.

Posted by civ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