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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학의 성폭력 혐의’ 축소·은폐에 얼마나 가담했나”

673개 시민단체, 검찰 과거사위에 ‘김학의 성폭력 사건’ 재수사 결정 촉구… ‘검찰 조직적 은폐’도 규명 대상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8년 08월 06일 월요일


일명 ‘김학의 별장 성접대’로 불리는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지원 단체들이 “검찰이 은폐한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것만이 과거사 청산의 길”이라며 검찰 과거사위에 재수사 결정을 촉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연대 등 673개 여성·인권단체는 6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다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며 “본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철저히 재수사하라”고 요구했다.


▲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연대 등 673개 여성·ì¸ê¶Œë‹¨ì²´ëŠ” 6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혐의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연대 등 673개 여성·인권단체는 6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혐의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접대 받는 과정에서 협박·감금 등을 동원한 성폭력을 행사한 특수강간 혐의를 샀다. 경찰은 관련 영상이 공개된 2013년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을 ‘성 상납 뇌물사건’으로 프레임을 짜고 축소·은폐 수사했다는 비판을 샀다. 피해자는 이후 항고했으나 검찰이 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사건수사는 종결됐다. 당시 1차 수사를 맡은 검사에게 사건이 다시 배당돼 논란이 일었다.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의 이찬진 변호사는 “사건기록을 봤는데 ‘역겹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며 “피해자가 성노예가 돼 특수강간 및 치상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강력히 원했음에도 검찰이 진실에 눈감고 정의를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기록을 보면 검찰은 당시 기획수사 하에 프레임을 잡고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려고 한 부분과 피해자가 대가관계를 갖고서 계속적으로 관계를 맺었다는 프레임”이라며 “150쪽 정도가 되는 피해자 조서의 일관된 흐름”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 조서 전반부 80쪽 분량에서 일관된 축소·은폐 수사 시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초기 3개월에만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특수강간 등 성폭력 행위가 12건이 있었다. 피해자가 진술한 성폭력 사건은 총 28건에 달한다. 이 변호사는 “이 부분 강력범죄가 인정되면 그 뒤 사건들은 자연스럽게 유죄 인정될 수밖에 없는데 검찰 조사는 이 부분이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흐름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다시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검찰은 ‘예전에 다 말씀하셨죠’라며 2시간 신문 후 간단한 조서를 작성했고 그게 끝이었다”며 “동영상이 있었는데도 촬영 부분에 대해서도 무혐의가 났다.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난 사건”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자체가 2차 가해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언론에 나온 검찰 질문을 보면 ‘처녀가 남 집 가면 하룻밤 잔다는 것 아니냐’거나 ‘별장을 가는데 성관계를 예상할 수 있었던 건 아니냐’ 등이 있다. 기본 태도가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 진술을 해체하는 방식”이라며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그대로 드러난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몰아가는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검찰이 성 접대 뇌물 프레임을 넘어서 이 사건을 성폭력으로 인지했다면 실존하는 피해자 권리를 존중했어야 한다”며 “검찰이 고등검사장이었던 가해자를 감싸기 위해 어떻게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는지도 규명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는 “검찰에게 묻는다. 가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 듣겠다는게 지나친 요구인가”라 말했다. 피해자는 입장문을 통해 “강원도 원주와 역삼동을 오가며 벌어진 악몽같은 일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얼굴조차 모르는 다른 피해 여성들과 어떻게 피해 내용이 같을 수 있겠느냐. 이 억울한 얘기를 대한민국 어디에 말하면 들어주느냐”고 호소했다.  


피해자는 이어 “검찰은 ‘처음 피해 입었을 때 왜 고소하지 않았냐’고 수십번 물었다. 되묻고 싶다. 그때 고소했으면 사건이 해결됐겠느냐”며 “중요한 건 처음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내가 피해를 받은 게 진실이란 것”이라 밝혔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지난 4월 검찰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권고해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재수사 여부는 오는 13일 결정된다고 예정됐으나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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