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6847.html


[단독] 양승태 대법, ‘급낮은 판사 추천’ 헌재 무력화 계획

등록 :2018-08-09 05:00 수정 :2018-08-09 09:20


상고법원 도입 걸림돌로 규정, 존립 위협방안 등 문건 작성

대법원장 추천권 적극 활용, ‘고법 아닌 지법 부장 추천을’ 헌재 결정 비방광고 계획도


2016년 9월29일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심리 결과 선고 당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앉아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6년 9월29일 사법시험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심리 결과 선고 당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앉아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의 걸림돌’이라고 봤던 헌법재판소 기능을 약화하려고 ‘급이 낮은’ 법관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헌법재판관 출신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해 ‘헌재가 대법원 눈치를 보게 만든다’는 방안도 세웠다.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최고 법관 추천·제청권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아닌 헌재 무력화에 쓰려 한 셈이다. 헌법정신의 기본 원칙마저 내던져버린 양승태 대법원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8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5년 10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은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대외비)’ 문건을 작성했다. 사법정책실은 상고법원 추진 핵심 부서로, 당시 행정처는 정기국회에서 상고법원 법안 통과를 위해 총력 로비에 나서던 상황이었다. 이에 문건은 “헌재가 입법 심사 등에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니 극단적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단정한 뒤 △헌재의 존립 근거 위협 △헌재의 역량 약화 △헌재 여론 악화 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상고법원이 도입되면 대법원이 ‘정책법원’의 기능을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헌재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헌재 무력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문건은 대법원장이 가진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경력’이 필요한 헌법재판관 자격 기준을 대법원장이 적극 활용해, “자격 요건을 간신히 넘는” 판사를 적극 추천한다는 방안이다. 그동안 대법원장은 자신 몫의 헌법재판관으로 법원장이나 고법 부장판사를 추천했는데, 앞으로는 그 ‘급’을 지법 부장판사까지 낮추자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권위 하락 → 헌재 결정 권위 하락’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문건은 이를 “노골적 비하 전략”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법원 입장을 대변하는 “헌재 재판관 상비군 사전 육성” 방안 등 세부적 내용까지 담았다고 한다.


문건은 또 “헌재와의 갈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엄선”한다는 ‘원론적’ 수준을 넘어,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출신을 다시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당근·회유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이 (고위법관 경력의) 끝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고, ‘친정’(법원)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대법관 자리에 ‘미련’이 있는 고위법관 출신 재판관들이 향후 대법관 재임명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경우, 헌재와 권한 충돌이 빚어질 때 대법원 쪽에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여기에는 ‘대법관=최고 법관, 헌법재판관=2등 법관’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셈법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일선 판사들이 헌재 파견 근무를 거부하고, 헌재에 제공하던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차단해 연구 역량을 떨어뜨린다는 ‘치졸한’ 방식까지 검토됐다고 한다.


헌재에 대한 나쁜 여론을 퍼뜨린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전·현직 헌재 소장이 헌법연구관들에게 ‘개인적 업무를 시켰다’는 소문을 낸다거나, 헌재 근처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등에 헌재 결정을 비판하는 지하철광고를 게재하는 방안이다. 3심제인 법원과 달리 단 한 번으로 끝나는 헌재 결정 방식에 대해 ‘단심제 폐해’를 부각하고, 사회 변화를 반영해 합헌에서 위헌으로 바뀌는 헌재 결정을 ‘번복 사례’로 집중 공략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아울러 통합진보당 소송 등 하급심 재판에 개입해 헌재에 ‘역공’하는 것도 여론전 방안에 포함됐다. 2014년 12월 헌재 결정으로 해산된 통진당 국회의원들이 서울행정법원에 국회의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이 재판을 통해 헌재 결정을 ‘우회비판’하는 식이라고 한다. 또 통진당원들이 헌재 결정문의 오류를 지적하며 낸 소송의 경우에는 “청구는 기각해도 판결문에서 헌재의 업무상 과오에 대해 언급”해 부끄럽게 만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고 한다.


문건 작성은 당시 행정처 사법정책실과 양형위원회가 함께 했다. 당시 양형위 상임위원이던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한겨레>에 “헌재 관련은 사법정책실 담당이었다. 내가 헌법연구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지만 해당 문건을 보거나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당시 사법정책실장이던 한승 전주지법원장은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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