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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병대 전 대법관, 통진당 지방의원 지위확인소송 개입”···일선 법원 재판 관여 첫 확인

유희곤·정대연·이혜리 기자 hulk@kyunghyang.com 입력 : 2018.08.10 17:35:00 수정 : 2018.08.10 18:45:18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이 2015년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소송의 선고기일과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대법관이 일선 법원 재판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자체진상 조사단이었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특조단)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특조단 조사에서 “박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뜻에 따라 2015년 통진당 지방의원 지위확인소송 재판을 맡았던 방모 부장판사(당시 전주지법 행정2부 재판장)에게 ‘예정 선고기일인 9월16일은 국정감사 기간인만큼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으니) 선고 기일을 연기해주고, 인용이든 기각이든 의원 지위확인 소송은 헌재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상임위원은 “개인적으로 방 부장판사를 잘 몰라서 그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심모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에게 부탁해 박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해당 소송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원직을 상실시키자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원이 전북도의회의장 등을 상대로 청구한 퇴직처분 취소 소송이었다. 당시 법원에는 이 전 의원과 같은 취지의 소송이 여러 건 제기돼 있었고 이 전 의원 사건은 가장 먼저 선고를 앞두고 있어 청와대와 정치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심 전 총괄심의관을 통해 전달한 사항은 실제로 실행됐다. 전주지법 행정2부는 2015년 9월16일로 예정돼 있던 선고기일을 그해 11월25일로 연기했다. 판결문에는 박 전 대법관 등의 지시대로 ‘지역의원의 지위확인 소송은 헌재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내용도 적시됐다.


김명수 대법원 출범 후 활동을 시작한 특조단은 이규진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특조단은 지난 5월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문성호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이 작성하고 이 전 위원이 수정한 ‘(150915)통진당 비례대표지방의원 행정소송 예상 및 파장 분석’ 문건에 대해 “사법행정에 의한 재판 개입 사례로서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이라고 밝히면서도 이 전 상임위원, 임 전 차장의 이름만 언급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방 부장판사가 심 전 총괄심의관의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만 공개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임 전 차장 선에서 ‘꼬리자르기’ 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 검찰이 청구한 일제 강제징용 및 위안부 민사소송 재판거래 관련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면서 “법원행정처 전·현직 심의관들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관련 사건의 전·현직 주심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또한 ‘김명수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검찰이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할 때 문건인만큼 대법원에 ‘저작권’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검찰은 대법원 요청을 거부했다. 


한편 검찰과 법원은 박 전 대법관 후임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전 대법관의 옛 업무용 컴퓨터 내 자료 제출을 협의하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지난 1일 퇴임하면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던 2016년 2월~2017년 5월 법원행정처장 직위에서 작성하거나 보고받은 문건, e메일에 한해 법원행정처에 처분권을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컴퓨터 제공 동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고 전 대법관 컴퓨터 문건을 임의로 검찰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고 전 대법관이 재판과 관련된 문건은 제출에 동의하지 않은만큼 검찰이 ‘핵심자료’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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