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9872.html?_fr=mt2


[단독] ‘양승태 합성사진’ 1인시위 시민 현행범체포 검토했다

등록 :2018-08-30 10:00 수정 :2018-08-30 20:54


‘긴급조치 배상책임’ 대법 판결 비판 시민에

모욕죄 적용해 체포하는 방안 긴급 검토

‘박근혜 그림’ 홍성담 화백 사례와 비교하기도


2016년 1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1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이 건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양승태 대법원이 “긴급조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뒤, 이에 반발해 1인 시위에 나선 시민을 상대로 현행범 체포까지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3월26일, 대법원 3부(권순일·박보영·민일영·김신)는 박정희 정권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20여일간 구금됐던 최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긴급조치 위반으로 처벌받은 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도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으로, 앞서 대법원이 내놓은 “긴급조치는 위법·무효”라는 판결 취지와도 배치되는 내용이라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비판성명과 피해자들의 1인 시위도 이어졌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2015년 4월9일 이 판결을 비판하는 1인 시위에 대해 모욕죄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안을 긴급 검토했다고 한다. 이날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근처에서 스스로를 긴급조치 피해자라고 밝힌 한 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합성사진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돌입한 날이었다.


기획조정실은 ‘대법원장님 합성사진을 이용한 시위자 현행범체포 여부’ 검토 문건에서 “모욕죄를 적용해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고 검토했다고 한다. 모욕죄는 원칙적으로 친고죄(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지만, 현행범 체포는 당사자의 고소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게 검토 내용이라고 한다. 문건은 “시위자가 신원파악 협조요청을 거부하면, 이를 빌미로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고 한다. “물음에 대해 도망치려고 하는 등의 경우,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판사나 직원이 직접 체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문건은 이어 시위자가 체포에 불복해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경우 이를 방어할 방안도 마련했다고 한다. 문건에는 “현행범 체포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권한이다. 헌법소원으로도 다툴 수 없다”고 기재돼 있다고 한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와 동일방직노조,청계피복노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등 `과거사 사건 국가범죄피해자'들이 지난 6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청학련계승사업회와 동일방직노조,청계피복노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등 `과거사 사건 국가범죄피해자'들이 지난 6월1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기획조정실은 심지어 1인 시위를 홍성담 화백의 ‘박근혜 출산 그림’과 비교한 뒤, 홍 화백에게도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견해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홍 화백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보이는 아이를 출산하는 그림을 그려 전시했다가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수사의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6월 그림이 공직선거법의 후보자 비방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기획조정실은 “이 사건도 모욕죄는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검토하면서, 긴급조치 판결 관련 1인 시위자를 체포할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양승태 사법부가 대법원의 긴급조치 판결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려 한 것은 이번이 끝이 아니었다. 2015년 9월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로 대법원 판결에 반기를 든 김기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현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징계하는 방안을 치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판결은 징계로 진압하고, 사회적 비판은 체포 등 방식으로 짓누르려고 한 것이다. 특히 이 대법원 판결은 행정처 문건에서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구체적 협력 사례”로 등장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30일 오후 피해자들이 이런 판결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 결론을 내린다. 전날 여당은 긴급조치 배상 판결로 징계가 검토된 대상인 김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추천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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