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60057.html
[단독] “원전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에 공극 1천여개”
등록 :2018-08-31 05:01 수정 :2018-08-31 09:24
한수원 “22곳뿐” 발표와 달리, 정부기관 관계자 “1100개 추정” ‘매설판 보강재’ 아랫부분서 발견
보강재만 1808곳 달해 ‘쌍둥이’ 한빛 3호기도 상황 비슷, 전문가 “부실시공”…전수조사 시급
<한겨레>가 입수한 한빛 4호기 공극 모습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한빛 4호기’의 방사선 유출을 막는 격납건물 콘크리트 안에 1천 곳 넘는 공극(빈 공간)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30일 한빛 4호기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공극은 22곳뿐이라고 발표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공극 발견 장소는 콘크리트 벽과 90도 각도로 설치된 ‘매설판 보강재’ 아랫 부분이다. 한빛 4호기에 설치된 보강재만 1808곳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저한 전수조사와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인 셈이다.
한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정비 및 점검 목적으로 지난해 5월부터 가동 정지 중인 한빛 4호기에서 14곳의 공극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곳, 올해 5월 6곳의 공극이 발견된 데 이어 또 나온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가장 깊은 게 약 8㎝였던 이전의 공극들과 달리 21㎝, 23㎝, 30㎝ 깊이의 대형 공극들이 대거 발견됐다. 이 공극들이 발견된 조사는 한수원과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영광군 의회, 지역주민, 원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이 실시한 것으로, 공극 의심 부위로 꼽힌 69곳 가운데 14곳이 공극으로 확인됐다. 의심 부위는 콘크리트 벽을 감싸고 있는 철판을 두들겨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날 <한겨레>가 입수한 한빛 4호기 점검 결과 자료를 보면, 한빛 4호기의 실제 공극 부위는 1천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빛 4호기와 ‘쌍둥이 원전’인 한빛 3호기 또한 안전하지 않다. 공극은 주로 격납건물 콘크리트 안쪽에 수평으로 설치된 매설판 보강재 아랫부분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한빛 4호기에는 보강재가 1808곳, 한빛 3호기에는 1479곳에 이른다. 조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정부기관 관계자는 “한수원과 정부에서는 한빛 4호기에는 1100개, 3호기에는 900개 가량의 공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보강재 아랫부분의 공극은 ‘부실 시공’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강재는 1989∼1995년 한빛 3·4호기 건설 당시 수직으로 세운 철판(두께 6㎜)에 ‘ㄴ’자 모양으로 설치된 것이다. 당시에는 철판 뒤틀림 등 주변 설비의 변형을 방지하는 용도로 이를 설치했다. 그런데 콘크리트를 쏟아붓는 타설 과정에서 수직의 철판과 수평의 보강재가 만나 생긴 삼각형 공간에 콘크리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공극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 설계를 바탕으로 한빛 3·4호기의 콘크리트 타설 등 시공을 맡은 업체는 현대건설이다. 이런 공법은 한빛 3·4호기에만 적용됐다.
지난해 증기발생기에서 망치 등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이 됐던 한빛 4호기는 내년 2월까지 점검 및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처럼 콘크리트벽이 사실상 ‘벌집’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른 시일 내 재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11일 정비에 착수해 8월 말 정비 완료가 목표였던 한빛 3호기도 추가 점검·보수가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보강재 길이가 가로 7.5㎝라 이론적으로 공극은 깊어도 8㎝일 것”이라고 했던 한수원의 그간 설명과 달리 30㎝ 깊이의 공극까지 발견됨에 따라 한수원 발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신도 깊어지게 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견된 공극에 대한 보수 방식과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제부터 검토해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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