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fOu9u
한명숙 위법수사 의혹 폭로 죄수 H, "검사 13명 고발할 것"
심인보 2020년 05월 29일 16시 30분
뉴스타파를 통해 한명숙 사건 수사 검사들의 위법 수사 의혹을 폭로한 죄수 H가 사건에 관계된 검사들과 증인 등 18명을 조만간 고발하기로 했다. 죄수 H는 고발장을 통해 피고발인들은 “검사가 아니라 사회악의 표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죄수 H가 최근 뉴스타파 <죄수와 검사> 시리즈 인터뷰 등을 통해 폭로한 것과 동일한 주장을 지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2017년에는 청와대에 진정까지 넣었으나 검찰이 별다른 조사없이 종결시킨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검사들이 아니라 사회악의 표본”
죄수 H는 최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해당 고발장을 뉴스타파에 보내왔다. 고발장에 적시된 피고발인은 당시 한명숙 수사팀과 지휘라인 전원이다. 우선 진술 연습을 직접 강요했다고 죄수 H가 주장하고 있는 당시 중앙지검 1128호실의 엄희준 검사와 한명숙 사건을 담당했던 신응석 검사, 당시 특수 1부 부부장이었던 임관혁, 주영환 검사, 특수 2부 부부장이었던 조재연 검사, 특수 1부 부장이었던 김기동, 이동열 검사, 특수 2부 부장이었던 권오성, 최윤수 검사, 중앙지검 3차장이었던 윤갑근 검사, 중앙지검장이었던 노환균, 한상대 검사, 그리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준규 검사 등 검사 13명과 특수부 수사관이었던 신 모, 곽 모 계장, 주 모 경찰관이 피고발인 명단에 들어있다. 이들 외에 당시 법정에 나가 한만호의 진술 번복이 거짓이라고 증언했던 증인 김 모 씨와 최 모 씨도 피고발인에 포함됐다.
죄수 H가 이들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혐의는 직무유기, 직권남용, 모해위증, 모해위증 교사, 모해위증 방조, 협박, 강요 등이다.
▲ 죄수H가 고발장에 적시한 피고발인들. 한명숙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검사들 분 아니라 당시 지휘라인에 있던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3차장 검사까지 피고발인에 포함시켰다.
고발장의 전체 내용은 이미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H의 주장과 대동소이하다. H는 고발장에서 피고발인 검사들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였음은 물론 마땅히 준수해야 할 공정한 수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한 채 서울시장 선거에 부당히 개입한 것이며, 그들의 행위는 선거제도의 핵심인 공정성마저 파괴한 중요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이 중대 범죄를 저지른 피고발인들은 부당한 범죄를 조작하고 양산, 방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검찰의 요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거나 요직을 거쳐 소위 잘나가는 변호사로서 활약하고 있다”며 “피고발인들은 검사가 아닌 사회악의 표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추가 폭로 “검사실에서 삼겹살 구워가며 회유”
죄수 H는 고발장에서,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되지 않은 검사들의 추가적인 위법행위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우선 한만호의 법정 진술을 탄핵하기 위해 동원된 증인 김 씨와 최 씨의 사건을 검사들이 무마해주었다고 주장했다. 마약사범 최 씨의 경우 진술조작을 지시한 특수부 검사가 최 씨가 고소된 사건의 담당 검사 및 공판검사와 소통 후 최저 구형 처리해주었고, 김 씨의 추가 사건 역시 최저 형량을 구형하도록 조정해줬다는 것이다. 죄수 H 자신과 관련된 신주인수권부 사채 (BW) 관련 사건도 담당검사와의 협의 후 참고인 중지를 통해 연기 처리해줬다고 했다. 다만 죄수 H는 위 주장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2011년 4월 죄수 H가 진술 연습과 조작을 폭로하겠다며 검사실 출정을 거부하자 검사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회유한 사실도 추가 폭로했다. 자신을 검사실로 불러 직접 삼겹살을 구워주며 회유했다는 것이다.
● 4월 26일 조사에 응하자, 1128호 엄희준 검사실에 양념삼겹살 초벌구이한 고기와 부르스타에 불판까지 준비한 후 고기를 구워주고 담배도 제공하면서 “H씨는 증인 안하기로 했다”면서 저의 추가 사건을 참고인 중지해준다고 회유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 죄수 H 고발장 중
죄수 H는 다만 현재 작성해놓은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할지, 검찰에 접수할지, 아니면 공수처 출범후 공수처에 접수할지는 정하지 못했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이번 고발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민본의 신장식 변호사는 “경찰에 고발을 하면 검찰이 사건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버릴 가능성이 있고, 검찰에 고발을 하면 검찰이 과연 자기 살을 도려내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공수처의 경우 7월에 발족이 예정돼 있지만 실제로 공수처장이 임명되고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게 언제부터일지 고민이 된다. 공소시효가 내년 2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면서 “여러모로 고발의 시기와 고발 기관을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죄수 H, 2013년부터 검사 위법 수사 주장.. 청와대 진정까지”
한편 죄수 H가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기 한참 전인 지난 2013년부터 한명숙 사건 수사 검사들의 위법 사실을 여러차례 주장해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법무법인 율의 양승봉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을 변론하던 중 당시 피고인이었던 유우성 씨를 통해 동료 재소자인 H를 알게 됐고 그 이후 H의 사건 일부를 맡게 되었다”면서 “자신이 H를 처음 만난 2013년에도 죄수 H가 이번에 뉴스타파에 폭로한 내용과 동일한 이야기를 여러차례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 법무법인 율의 양승봉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죄수 H로부터 한명숙 사건 수사 검사들의 위법 수사 주장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 때 그 이야기를 한두 번 한 게 아니에요.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외부에도 편지를 쓰고 그렇게 하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당시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기한테는 불리한 상황인데 끊임없이 저한테 하소연 하고 외부에도 그걸 이야기 하려고 노력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검사하고 척질 이유가 없잖아요. 그리고 그 때도 고소 건이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검사들과 척질 이유가 없는 사람이였죠. 오히려 잘 보이면 잘 보여야될 사람이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그런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어요. 상황 자체가.”
- 양승봉 변호사 인터뷰 중
뉴스타파는 양승봉 변호사를 통해 죄수 H가 지난 2017년 12월 청와대에 보낸 진정서를 입수했다. 이 진정서에는, 죄수 H가 고 한만호 씨를 만나게 된 경위와 한만호 씨의 이야기를 전 모 검사와 홍 모 검사에게 전달한 사연, 그리고 검찰이 자신의 아들을 불러 압박한 뒤 어쩔 수 없이 검찰에 협조를 하게 됐고 그 뒤 다른 증인들과 함께 진술 연습을 했다는 주장까지, 그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 죄수 H가 2017년 12월에 청와대로 보낸 진정서. 이 진정서는 대검찰청을 거쳐 서울 중앙지검으로 이첩됐으나, 서울 중앙지검은 진정인 조사도 하지 않은채 공람종결 처분했다.
죄수 H가 청와대로 보낸 진정서는 대검찰청에 이첩됐고 2018년 3월 다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부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그 해 7월 진정인 조사조차 하지 않고 H의 진정을 공람종결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람종결 처분한 이유를 묻는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범죄로 볼만한 구체적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진정인 및 한명숙 등에 대한 관련 사건 진행 경과 등을 확인 조사했다”고 답변했다.
제작진
취재 김경래 심인보
촬영 정형민 오준식
편집 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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