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477.html


"학교서 항문성교 수업".. 에스더의 인권조례 반대 가짜뉴스

입력 2018.09.27. 05:06 수정 2018.09.27. 11:36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 ① 혐오 확산 진원지

'성소수자 혐오' 가짜뉴스 유포에 주력

"동성혼 주례 거부 목사 징역" 대표적


[한겨레] 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에스더는 미국의 한 목사 부부가 동성애 커플의 주례를 거부했다가 벌금 판결을 받았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에스더는 미국의 한 목사 부부가 동성애 커플의 주례를 거부했다가 벌금 판결을 받았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가짜뉴스 단골 주제는 ‘성소수자 혐오’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가짜뉴스가 ‘미국 목사, 동성 커플 주례 거부해 벌금’이다.


미국 종교 매체 <크리스천 포스트>는 2014년 10월 아이다호주의 작은 도시 커클랜드시에 사는 도널드 냅 목사 부부가 시 당국으로부터 ‘동성 커플 결혼식 주례를 맡지 않으면 180일 징역에 매일 1000달러씩 벌금형에 처하겠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아이다호주가 2014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뒤 냅 목사 부부가 동성 커플의 결혼식 주례를 거부하자 시 당국이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냅 부부가 시 당국으로부터 벌금형 등에 처해질 수 있다고 위협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시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에스더는 <크리스천 포스트> 보도 이틀 뒤 이 기사의 가장 중요한 팩트를 왜곡해 가짜뉴스를 만들었다. 에스더 누리집 공지사항에 이 기사를 인용하며 냅 목사 부부가 실제로 징역과 벌금 처분을 받게 됐다는 뉴스를 만든 것이다. 같은 해 10월 <국민일보>에 실린 보수단체의 서울시 인권헌장 반대 전면광고에도 이 내용이 사실인 양 실렸다. 국내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목회자들이 비슷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활용됐다.


가짜뉴스는 영상 콘텐츠로도 퍼져 나갔다. 에스더 대표인 이용희 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2016년 9월 강연에서 ‘동성애 때문에 탄압받는 목사 부부’를 인용하는 영상이 기독교 유튜브 채널인 ‘케이에이치티브이’(KHTV)를 통해 소개되는 등 유튜브에서만 현재까지 최소 21만명이 이 가짜뉴스를 영상으로 접했다.


에스더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국면에서도 가짜뉴스로 활약했다. 2011년 12월 에스더는 일간지에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 학교 성교육 시간에 항문성교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미국 매사추세츠에서는 수업시간에 항문성교를 가르쳤다”는 내용의 의견광고를 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지만 이 교수 등이 인용하면서 영상 콘텐츠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박준용 기자, 변지민 <한겨레21>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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