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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도 내지 않은” 박근혜가 지배하는 영남대, 바뀔 수 있을까

등록 :2018-10-04 04:59 수정 :2018-10-04 10:27


영남대 전신 옛 대구대학 설립자 후손 최염씨


경주 최부자 후손 최염(86)씨가 3일 오후 대구향교 유림회관에서 ‘(구)대구대와 한국현대사’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경주 최부자 후손 최염(86)씨가 3일 오후 대구향교 유림회관에서 ‘(구)대구대와 한국현대사’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1981년 박근혜는 이사로 있으면서 영남대 정관 제1조를 개정합니다. ‘교주 박정희 선생의 창학 정신에 입각하여’라고. 학교가 종교단체도 아닌데 어떻게 교주가 있습니까?”


3일 오후 2시께 대구향교 유림회관에서 ‘(구)대구대와 한국현대사’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경주 최부자댁 후손 최염(86)씨는 한맺인 이야기를 꺼냈다. 최씨는 경주 최부자 집안의 11대이며, 영남대의 전신인 옛 대구대학을 설립한 최준(1884~1970) 선생의 맏손자다. 그의 말대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영남대 법인 영남학원 정관 제1조(목적)에는 ‘교주 박정희’라는 말이 들어있었다. 이후 ‘교주 박정희’라는 단어는 ‘설립자 박정희’로 바뀌었다.


그는 “박근혜에 대한 지탄이 심해지자 박근혜는 영남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20여년 임시이사 체제가 끝나고 정이사 체제로 전환돼도 정이사 과반수를 박근혜가 추천했다. 이것은 구악이었던 박근혜가 또다시 영남대의 전권을 거머쥔 결정적인 사건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씨의 강연회에는 서훈 전 국회의원과 이부영 전 국회의원, 정지창 영남대 전 부총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영남대는 1967년 12월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세워졌다. 대구대학은 경주 최부자 집안 후손 최준 선생 등 영남 유립이 주도해 만들었고, 청구대학은 최해청(1905~1977) 선생이 시민대학으로 설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인 1980년 4월부터 영남학원 이사장과 이사를 맡으며 영남대를 운영했다. 하지만 부정 입학과 교비 횡령 등 학내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박 전 대통령은 1988년 11월 영남대 이사에서 물러났다.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 캠퍼스 전경. 영남대 제공

경북 경산시에 있는 영남대 캠퍼스 전경. 영남대 제공


그 뒤 영남대는 관선·임시 이사 체제로 운영됐고, 영남대 교수와 학생들은 이 시기를 ‘가장 자유로왔던 때’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6월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4명(전체 7명)의 추천권을 다시 줬다. 박 전 대통령은 다시 영남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왔던 시절의 총장 직선제는 폐지됐고, 2011년 박정희새마을대학원, 2014년 박정희새마을연구원 등이 들어섰다.


이날 강연 뒤 이부영 전 국회의원은 “우리 역사가 꽤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뒤틀리고 헛바퀴 돌고 뒤로 밀려가는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최염 선생의 할아버지께서 대구·경북의 뜻있는 분들의 재산을 모아 민립 대학으로 대구대학을 만드셨는데 이제는 다시 그걸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대 정상화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지창 전 영남대 부총장은 “박정희 정권이 두 대학을 강제로 통합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영남대에 한푼도 출연하지 않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절반이 넘는 이사 추천권을 준 것도 정당성과 정통성이 없다. 현 이사들이 모두 사퇴하고 영남대를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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