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81010202706538?s=tvnews


[끝까지판다④] 주주에 손해인 땅거래..돌고 돌아 '이병철→에버랜드'

정성진 기자 입력 2018.10.10 20:27 수정 2018.10.10 21:39 


<앵커>


들으신 대로 결국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당시 삼성의 젊은 임원들에게 자기 땅을 팔았다는 것인데 당시 그 거래에 관여했던 사람은 저희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임원들에게 나름대로 저렴하게 해 준 것 같다" 시세보다 그 땅을 싸게 팔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땅의 주인이 된 삼성 임원들은 땅을 이용해서 돈을 벌기는커녕 반대로 계속 자기가 손해를 보는 결정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인지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02년 성우레져는 에버랜드에 땅을 팔아 570억 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해전 성우레져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땅은 장부가로는 598억 원, 공시지가로는 7백억 원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공시지가의 80%만 받고 땅을 판 겁니다.


더구나 토지 공시지가는 시세의 50% 정도만 반영하기 때문에 당시 매매대금은 시세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성우레져 주주들은 손해를 에버랜드 주주들은 이익을 본 겁니다.


[홍순탁/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 공시지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에버랜드가) 땅을 사 왔다는 것은 큰 이득을 본 거죠.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평균적으로 50%인데, 에버랜드는 그전에 (공시지가를) 눌러왔던 이슈까지 있으니까, 시세의 한 1/3 정도에 헐값에 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우레져가 주주, 그러니까 땅 주인들의 이익과 반대로 움직인 사례는 또 있습니다.


땅 주인 14명 입장에서는 각각 땅을 보유했더라면 에버랜드 개발에 따라 더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개별 소유권을 포기하고 회사를 차려 지분만 나눠 갖습니다.


더구나 누구도 지분이 30%를 넘지 않아 의사결정이 어려운 회사를 만듭니다.


[유선종/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 (성우레져를) 안 만들고 놔뒀으면 (용인 땅이) 10여 명의 명의로 그냥 있는 거죠. 그랬다가 그 사람들이 상속을 하게 되잖아요, 만약에 사망이 일어나서. 그러면 자식 명의로 확 나뉘죠. 그러면 관리가 안 되죠.]


회사 설립 이후 주주들은 토지 출자에 따른 양도소득세 1백억여 원을 내야 했습니다.


회사는 세금을 내기 위해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를 하는데, 주주별 지분을 같은 비율로 줄이지 않고 주주 4명의 지분만 크게 줄입니다.


결과적으로 주주 4명은 수십억 원 가치의 자기 지분을 모두 잃고 나머지 주주들의 세금을 내준 꼴이 됐습니다.


[김경률/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 (회사가) 수백억 수천억대의 땅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렇게 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이런 방식도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차명재산에 나타나는 형태이기도 하고요.]


끝까지 판다 팀은 왜 이렇게 회사를 운영했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 성우레져 주주들을 찾아갔습니다.


삼성생명 회장을 지냈고 이건희 회장 수감 당시 삼성그룹 전체를 대표했던 이수빈 전 회장. 계속되는 질문에도 아무 대답도 안 합니다.


[이수빈/전 삼성생명 회장 : (성우레져 관련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나이) 80 넘은 사람이 뭘 기억을 할 수가 없어요.]


꽤 큰 재산인데 이 전 회장 가족들도 용인 땅 자체를 모른다고 말합니다.


[이수빈 전 회장 가족 : (옛날에 용인에 땅 좀 가지고 계셨잖아요. 혹시 들어보신 적은 있으세요?) 저는 그런 거는 모르는데, 저희들이 가지고 있었다고요?]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지낸 신훈철 전 회장도 마찬가집니다.


[신훈철/전 삼성전자 회장 : (회사 다니실 때.) (내 나이가) 91야. 나한테 뭘 물어보고 무슨 얘기를 들으려고 그래. (용인 땅 관련해서 좀 여쭤보려고 하거든요.) 하여간 일체 난 얘기 안 할 거니까.]


관련 문서를 살펴본 전문가들은 땅 주인들은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보는 구조라며 상속의 틀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재용 부회장 지금 재산이 6~7조 되는데 대부분 주식이 삼성물산이에요. 에버랜드의 지분에서 거의 모든 자산의 근원이 되었고, 그 에버랜드의 자산가치, 또는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용인 땅이) 크게 초기에 밑돈을 깐 역할을 했죠.]


(영상취재 : 조창현·이승환, 영상편집 : 이재성, VJ : 김준호)      


정성진 기자capta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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