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03251.html


[단독] 낙동강 ‘녹조 반죽’으로 부산 식수 끊길 뻔했다

등록 :2019-07-25 04:59 수정 :2019-07-25 07:56


산 강과 죽은 강 ㅣ (중) 녹조로 병든 낙동강


폭염 탓 녹조 최악, 정수장도 한계, 작년 8월말 수돗물 제한급수 검토 “언제든 재발…보 개방·해체 시급”

1300만명 영남사람 먹는 물이지만 보 8개·하굿둑에 막혀 `저수지’ 고도 정수 처리해도 늘 `불안불안’

간 손상 일으키는 남조류 독소, 활성탄 사용해도 100% 제거 못해, 정수 뒤 트리할로메탄도 위험


지난 6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 인근의 농업용 양수장 취수시설 내부. 녹조로 강물이 형광색에 가깝 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6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 인근의 농업용 양수장 취수시설 내부. 녹조로 강물이 형광색에 가깝 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낙동강 녹조가 심해지면서 부산에서 식수 공급이 중단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 개방으로 수질과 생태가 나아진 금강과 달리, 여전히 보로 막혀 있는 낙동강의 수질은 물론 상수원 보호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24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을 보면, ‘최악의 폭염’이라는 말이 나온 지난해 8월22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500m의 대표 지점에서 채취한 강물의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물 1㎖당 126만개를 기록했다. 상수원 구간의 경우 1㎖당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2차례 연속 100만개를 넘어서면 조류 경보 가운데 가장 심각한 상태인 ‘조류 대발생’이 발령된다. 1000개 이상이면 조류 경보 1단계인 ‘관심’, 1만개 이상이면 ‘경계’ 단계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조류 대발생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보가 발령되면 취수구를 조류 증식 수심 이하로 이동해야 하고 낚시·수영 등 친수 활동과 조개류 어획, 가축 방목 등이 모두 금지된다. 당시 기록한 126만개는 사상 최고치였다. 녹조가 사상 최악의 상태를 보이면서 낙동강 물이 “녹조라떼를 넘어 녹조반죽이 됐다”는 말도 나왔다. 다만 당시 제주도와 남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솔릭 등의 영향으로 조류 대발생 상황까진 가지 않았다.



■ 한계 상황까지 간 정수장 


문제는 이 녹조가 부산시민들의 식수까지 위협했다는 점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받은 덕산정수사업소의 ‘남조류 장기유입 관련 정수처리 장애요인 및 대책 보고’를 보면, 지난해 여름 부산시에선 수돗물 취수원에서 남조류가 대량 발생하는 상황이 50일이나 지속됐다. 이 50일 내내 유해남조류 세포 수 1만개를 넘긴 ‘경계’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평균 세포 수는 물 1㎖당 6만6000개였고, 8월 중순 이후로는 계속 10만개를 웃돌았다. 부산의 상수원인 매리취수장과 물금취수장의 남조류 세포 수는 각각 8월15일, 8월24일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리취수장이 14만8700개, 물금취수장이 7만9010개였다. 이들 취수장은 낙동강이 부산시로 접어들기 직전인 김해 매리공단 인근에 있다.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많아지면서 이들 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온 덕산·화명정수장의 기능은 한계 상황까지 내몰린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상수도본부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당시 비상 상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지난해 8월 매리취수장의 원수 수질은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기준 평균 5급(최하 6급),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기준으로 평균 3급(최하 4급)이었다. 환경정책기본법의 하천 수질 기준을 보면 3급(보통)은 고도 정수처리 뒤 생활용수로 쓰거나 일반 정수처리 뒤 공업용수로 쓸 수 있는 수준이며, 5급(나쁨)은 특수한 정수처리를 하더라도 생활용수로 쓸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6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 인근의 낙동강 모습.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6일 경남 창녕군 부곡면 임해진 인근의 낙동강 모습.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심각한 녹조 탓에 취수 펌프 주위에 설치된 조류 차단막은 지난해 8월 내내 조류 제거율이 2~3%에 불과해 거의 쓸모가 없었다. 이물질을 가라앉혀 물을 정수하는 침전지 역시 쉽게 불량 한계점에 도달했다. 보고서엔 “전체 침전지 18곳이 모두 침전 불량”으로 “더 이상 조치 방법이 없다”는 대목도 나온다. 모래층 등에 물을 통과시켜 이물질을 거르는 여과지 52곳에 대해서도 상수도사업본부는 “세척 주기를 대폭 강화해 운영했지만 효율적 운영의 한계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여과지 가운데 모래 여과지의 경우 필터 구실을 하는 모래 세척 주기를 3일 단위에서 1시간 단위로 늘리면서 그나마 정상 운영됐지만 “(모래 여과층을 통과한) 여과수 탁도가 1.3~3NTU(탁도 단위·목표값 0.12)로 수질사고 우려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모래 여과지 다음 단계인 입상활성탄 여과지도 “활성탄의 공극 폐쇄로 흡착 기능이 상실되고 표면에 부착된 미생물의 활동 방해로 수질 개선 효과가 감소”한 상황이었다.


녹조로 여과지가 아예 막히면서(폐색) 여과되기 전 단계의 물이 넘쳐 다시 낙동강으로 흘러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덕산정수사업소는 두차례나 매리취수장의 취수 펌프 가동을 급히 중단했다. 펌프가 중단되자 덕산정수사업소는 “정수 생산량이 급속히 감소해 본부(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 급수상황실과 협의”했다고 보고서에 기록했다. 이 대목에 대해 한 대도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원수를 공급해도 정수장이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의미”라며 “급수상황실과 협의했다는 것은 어떤 순서로 단수를 해야 할지를 논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시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8월 말 녹조로 정수장이 한계 상황에 이르자 부산시는 수돗물 제한급수를 검토해 실행 직전까지 갔다.


당시 정수 과정에서 걸러진 침전물 찌꺼기를 처리하는 슬러지(오니) 처리장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내내 슬러지에서 물을 빼내는 탈수 시설은 연일 24시간 가동되면서 과부하로 고장을 자주 일으켰다. 슬러지 탈수 뒤 빼낸 물은 수질 기준에 맞춰 다시 하천으로 방류해야 하는데, 정수장 쪽은 두차례나 이를 어겼다. 배출수 수질은 실시간 측정장치(TMS)가 부착돼 있어 시간 단위로 감시된다. 기준을 어기면 부과금이 부과된다. 보고서에는 “부과금에 대한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다른 지역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배출수의 수질 기준을 지키지 못해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감사를 받아야 하는 수준의 문제”라며 “아마도 해당 기간 정수사업소 직원 전원이 퇴근도 못 한 채 비상 근무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의 우곡 교 인근에서 취수한 낙동강 물. 녹조로 초록색이 선명 하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11일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의 우곡 교 인근에서 취수한 낙동강 물. 녹조로 초록색이 선명 하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제공


다행히 태풍 등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당시 ‘녹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도 남조류는 낙동강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이달 들어 4대강 주요 상수원 녹조 상황을 보면, 낙동강의 창녕함안보 상류 12㎞ 지점에선 9일과 15일 각각 물 1㎖당 2만2031셀(개), 1만7047셀을 기록해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7㎞ 지점 역시 9일 9444셀에 이어 15일 1만1427셀을 기록해 ‘관심’ 단계다. 반면 금강 대청호, 한강 팔당호, 섬진강 주암호 등은 같은 기간 조류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팔당호에서 1일 4700셀을 나타냈지만 15일 다시 사라졌다.


■ 여름마다 덮치는 ‘녹색 재앙’ 


매리취수장에서 끌어온 낙동강 물은 덕산정수장을 거쳐 하루 평균 54만5000t(52.0%·지난해 기준)이 부산시민들에게 공급된다. 물금취수장의 경우 화명정수장을 통해 하루 35만4000t(35.2%)의 물을 제공한다. 이 두곳에서 취수한 낙동강 물이 부산 수돗물의 87.2%를 차지한다. 부산시민들이 쓰는 수돗물 대부분이 낙동강 본류 물인 셈이다. 낙동강 본류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이들은 부산시민만이 아니다. 1300만명에 달하는 영남권 인구가 낙동강 본류에서 공급되는 물을 식수로 쓴다. 4대강 권역 가운데 유독 낙동강을 끼고 있는 영남권만 이렇다.



수도권의 경우 한강 상류 팔당댐에 물을 가둬놓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원수 수질을 관리하며 식수로 쓴다. 금강 수계인 충청권 역시 상류에 있는 대청댐의 물을 끌어쓴다. 영산강 수계인 호남권은 금강 상류 용담댐의 물을 쓰거나 아예 섬진강 상류인 주암댐에서 물을 끌어온다.


상류가 아니라 중하류에서 식수를 끌어다 쓰는 것은 낙동강의 특수성 때문이다. 낙동강 수계는 댐이 들어설 만한 지형이 최상류에 한정돼 있고, 도시가 강 전체에 연이어 늘어서 있다. 그래서 낙동강 수계에서는 상류의 도시가 상수로 쓰고 내보낸 하수를 하류의 도시가 다시 상수로 사용한다. 안동에서 쓰고 버린 물을 상주가 쓰고, 다시 그 물을 구미가 쓴다. 구미가 쓴 물을 대구가 쓰고, 그 물을 창원과 김해, 부산에서 이어 쓴다. 다른 지역에 견줘 원수의 수질 자체가 나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낙동강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가운데 절반인 8개가 설치돼 있고, 강 하구는 하굿둑으로 막혀 있다. 사실상 강 전체가 호수, 저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마다 여름이면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는 이유다.


녹조가 위험한 것은 고도 정수를 거친다 해도 남조류 독소(마이크로시스틴)가 100% 제거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독소는 사람의 몸에 들어갔을 경우 간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정수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도 문제다. 총트리할로메탄은 정수 과정에서 투입된 염소가 물속 유기물과 만나 생성되는데, 녹조가 심해져 정수 과정에서 염소 투입이 늘수록 수돗물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 생성될 가능성도 커진다.


이 때문에 낙동강 수생태계 회복뿐 아니라 먹는 물 안전을 위해서도 보 개방이나 철거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동강에선 녹조 사태로 식수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보 개방이나 해체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 지역 시민들의 식수에 대한 절박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낙동강 본류를 살리기 위해 낙동강 보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최예린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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