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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김경준이 보낸 네 통의 편지 내용 단독 입수…
“법무부 무슨 지시가 내려왔는지 궁금”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입력 : 2012-01-28 12:08:46수정 : 2012-01-28 17:04:27

“<주간경향> 김경준이 보낸 네 통의 편지 내용 단독 입수”

BBK 사건 당사자 김경준씨는 교도소에서 최근까지 자신의 ‘형기’와 관련, 정부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김씨의 편지들엔 이런 심정이 담겨 있다. 이 편지들에는 또 지난해 8월 부인 이보라씨가 딸을 데리고 김씨를 면회해 하루를 자고 간 사실이 나타나 있다. 

나꼼수 ‘BBK 저격수’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수감, BBK 기획입국설 명예훼손 고발사건. 최근 이슈가 된 두 사건을 통해 ‘BBK 사건’과 ‘김경준’이 다시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1월 26일 검찰은 “김경준씨의 고소에 따라 1월 19일 현재 교도소에 복역 중인 신경화씨(54)를 불러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경화씨는 ‘김경준 기획입국설’ 논란을 가져왔던 ‘편지’를 쓴 인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씨의 동생 신명씨(51·치과의사)가 지난해 경향신문 등과 인터뷰를 통해 “편지는 MB 대선캠프의 핵심 측근들의 지시로 자신이 작성한 가짜”라고 폭로하면서 ‘기획입국설’ 조작 논란이 벌어졌다. 김경준과 신명. <주간경향>은 한 달 넘게 두 사람의 근황 및 현재 ‘심경’을 추적해왔다. 

현재 천안교도소 외국인 전용시설에 수감 중인 김경준씨(46)와 관련, “올해 1월 특사에서 모종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 연말 정계 주변에서 돌았다. 하지만 1월 12일 나온 ‘신년 특별사면자’ 955명 중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이번 특사의 성격에 대해 “정치인·공직자·주요 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의 비리 및 선거사범은 사면대상에서 일절 배제하는 등 ‘공정사회’ 사면을 했다”고 밝혔다. 

2008년 1월 22일, BBK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역삼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가던 김경준씨가 기자들을 향해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다./서성일 기자

그러나 김씨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간경향>은 김씨가 최근 외부로 보낸 네 통의 편지 내용을 단독 입수했다. 지난해 11월 8일 김씨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법무부 교정본부 서○○ 인권담당이 안○○ 천안교도소 인권담당 교도주임을 통하여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 내용에 대한 문의가 2011년 11월 2일에 왔습니다. 안○○ 천안교도소 인권담당 교도주임과의 면담에 의하면, 법무부 교정본부에서는 진정논리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와주려고’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싶다 하였습니다.…(중략)…저의 판단으로는 법무부에서 무슨 지시가 내려와서 그러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유원일 전 의원, 김씨 인권위 진정 주선 

<주간경향>이 확인한 다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근황에 대해서 “인권위 조사관들이 다녀갔고, 현 거실에 남방(편집자 주/난방을 언급한 듯, 이하 난방으로 표기)이 없어 난방이 되는 병실로 이동할 것을 교도관들과 논의했다”고 밝혔다(10월 11일). 또 다른 편지에 의하면 지난해 8월 29일에는 부인 이보라씨가 딸과 함께 교도소를 방문, ‘가족 만남의 집’에서 김경준씨와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부인 이씨는 2007년 BBK 사건 당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2011.8.29.일에 딸과 처와 7년 반 만에 정말 뜻 깊고 눈물 나는 시간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딸과 처와 너무나 오랜만에 식사도 하고 같이 자기도 하니, 참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9월 4일) 기소유예 조치를 받은 이씨가 지난해 자녀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 김씨를 면회했다는 것은 처음으로 공개된 사실이다. 김씨가 편지를 보낸 인사는 유원일 전 창조한국당 의원이었다. 비례대표였던 유 전 의원은 야권통합에 참여하기 위해 1월 25일 탈당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김경준 인권위 진정’이나 8월 29일 특별가족면회는 유 의원이 주선한 것이었다. 기자는 1월 중순, 유 의원을 만나 김경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간경향>에 처음으로 그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라고 입을 연 유 의원은 2008년부터 김씨 및 김씨 부모 등과 연락을 취해왔다고 밝혔다. 

유원일 전 의원은 1월 중순 국회의원 회관에서 <주간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김경준의 인권위 제소를 도왔다”고 밝혔다./정용인 기자

- 유 의원이 김경준씨의 인권위 제소에 도움을 줬다는 것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사실인데.
“김경준씨의 인권위 진정과 관련한 KBS 보도 당시,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했는데 사실 그 지인이 바로 나였다.” 

- 김씨 문제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알고 지내던 분들이 있었는데, 김씨 부모님에 대해 ‘대단히 훌륭하며 존경하는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김씨가 서울구치소에 있을 당시, 한국에 들어와 있던 김씨 어머니가 특별면회를 하고 싶어했다. 면회가 어려워 도움을 청해 도와드렸던 것이 2008년, 2009년경이다. 그 뒤로도 국제전화로 자주 통화를 했다.”

- 김경준씨 근황이 궁금하다. 여전히 BBK 사건과 관련해서 자신은 억울하다고 호소하나.
“(기자를 만나기 직전) 어머니와 통화했다. 여전히 억울해한다. 부모님 건강도 좋지 않다. 김경준씨의 몸이 많이 말랐다.” 

- 에리카 김씨가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검찰조사를 받을 때 김경준씨과 불화설이 있었다. 대질신문 때 서로 언성을 높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 남매가 서로 끔찍이 아끼는 사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 BBK 실소유주 및 주가조작 논란과 관련, 김경준-에리카 김 남매의 ‘사기’에 인터넷 금융에 무지한 이명박 현 대통령이 걸려든 것이 아닌가 하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경준씨와 만나는 자리에선 BBK와 관련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나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김씨 문제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혹 김씨가 모든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면 3~4년 정도 옥살이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씨는 8년형을 받았다. 거기에 미국에서 구금기간까지 포함하면 어쨌든 김씨 입장에선 억울하게 몇 년 더 사는 것은 사실이다. 사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받는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호의호식을 하고 있는데, 같이 동업했던 또 한 사람은 그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 계속 감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치과의사 신명씨가 “BBK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편지의 필자는 교도소에 있는 필자가 아니라 자신”이라며 작성 경위를 경향신문에 설명하고 있다./김영민 기자

부인 이씨, 딸과 함께 지난 8월 김씨 면회 

‘가혹한 형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3월 에리카 김 조사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검찰의 입에서도 확인된다. ‘옵셔널벤쳐스 주가조작사건 수사결과 발표’ 당시 중앙지검 특수1부 이동렬 부장검사는 발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300억원대를 횡령한 우리나라의 경제사범 중 이렇게 중형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언급했다. 

김경준씨가 인권위에 진정한 내용은 9월 4일자 편지에서 8페이지에 걸쳐 기술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김씨는 2004년 5월 27일 미국에서 체포되어 2007년 11월 16일 한국으로 송환되기 전까지 3년 반을 미국 연방구치소에서 미결수로 있었는데, “자신의 체포가 한국 체포영장으로 이뤄진 것”이며 “구금상태에서 미국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하여 인도절차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신은 8년형, 100억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미국에서의 3년 절반의 미결수 구금기간이 포함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11년형을 사는 셈이며, 국내 구금기간만 산입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김씨는 편지에서 미결 구금일수를 판사 재량으로 일부만 산입하는 것은 2009년 위헌 판결이 나왔고 “2010년 국제수형자 이송법이 바뀌어 외국에서 이송온 수형자들의 외국 구금일수를 본형에서 산입하는 것은 물론 외국에서 얻은 ‘가석방’일수까지도 본형에서 산입하기로 제도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인권위 진정과 관련, 당시 보도에서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통상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1월 중 결론이 날 걸로 예상했다. 그러나 1월 말 현재 인권위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3개월이 걸린다는 것은 통상적인 이야기이며 더 걸릴 수도 덜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 진정 건은 인권위 침해조사과에서 맡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위는 김씨의 손을 들어줄까. 김씨의 ‘진정 논리’와 관련해서는 특히 검찰 쪽에서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인용한 ‘국제수형자 이송법’ 관련 규정은 김씨와 같은 미결수가 아니라 형이 확정된 기결수에 해당하는 것인데, 김씨가 법리를 잘못 이해하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 법무부 국제형사과 관계자는 “범죄인 인도절차에서 구금기간은 형을 산 것으로 산입이 안 된다는 것은 이미 대법원 판례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에서 김씨와 같은 계산법이 허용되고 있지 않은 것은 맞다”며 “우리가 말하는 체포 구금은 우리 법원에서 우리 국가기관에 의해서 행해진 것을 말하지, 외국에서 행해진 것을 계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교수는 “법리를 오해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김씨 개인의 입장에서 그 주장이 전혀 불합리하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 야권 정치권 인사는 “정부가 총선이나 대선 전에 김경준씨를 내보낼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인사는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이 김씨를 내보냈을 때 닥칠 ‘역풍’을 감당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명씨 “검찰 수사 협조할 생각 없다”

한편, ‘기획입국설’ 가짜 편지 당사자인 신명씨가 지난 연말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검찰수사는 답보 상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신명씨는 1월 27일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내가 조사를 받는다면 결국 디도스 사건처럼 윗선이 규명되지 않는 ‘꼬리자르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며 검찰조사에 당분간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씨는 “나는 정치에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BBK도 모른다. (기획입국설과 관련해서는) 홍준표 의원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진실을 밝혀야 할 사람이지 나와 내 형(신경화씨)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선 때 기자회견을 통해 참여정부 당시 여당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한 홍 의원을 우선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씨는 “김경준씨의 명예훼손 고소에 따른 중앙지검의 수사 착수에는 작전세력이 개입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일부 근거를 제시했다. <주간경향>은 확인되는 대로 속보로 신씨의 주장을 검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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