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8052203005


한·일 갈등 중재에 적극 안 나서는 미국, 왜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입력 : 2019.08.05 22:03 수정 : 2019.08.05 22:04 


다른 지역 분쟁엔 가급적이면 개입하지 않는 트럼프

미국이 중국에 하듯 따라하는 일본…막을 명분 없어


한국과 일본의 경제갈등이 ‘총성 없는 전쟁’ 상태에 돌입했지만 한·일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은 중재나 조정에 나서지 않는 등 역할에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바라고 있는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은 지난주 한·일 양측에 ‘현상동결(standstill)’을 제안했지만, 이는 구체적인 중재와는 거리가 멀다. 일정 기간 동안 양측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대화를 시작하라는 의미로, ‘싸우지 말라’는 원론적인 입장과 다를 바 없다. 미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2일 태국 방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동 직후 언론과의 콘퍼런스콜에서 “3국이 만났다는 사실은 해법을 찾는 데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중재나 조정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일 “한·일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며 미국이 행동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미국 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일 갈등에 버락 오바마 당시 행정부가 보였던 태도와 매우 다른 것이다. 당시 미국은 한·일 갈등으로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흔들리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직접 나서 한·미·일 정상 회동을 주선하며 갈등 중재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이번 한·일 갈등에서 과거와 다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아닌 지역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깊이 개입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중요성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아시아 정책의 기본틀이 바뀐 탓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은 지역 국가들을 묶어 소규모의 정치·안보 협력 블록을 형성하는 ‘아시아 재균형정책’을 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전혀 다른 개념의 접근법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본 구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제안한 내용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일 공조는 필수 요소가 아니다.


미·일의 대외전략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도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막는 배경 중 하나다. 아시아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현재 일본이 한국에 가하는 조치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정치·외교적 목적 달성을 위해 경제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미국이 자신들의 전략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형태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일본을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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