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cMaZk
[전두환 프로젝트] ⑧ “헌혈 막아라”... 광주학살 직후 외무부 문서
한상진 2019년 10월 07일 08시 00분
뉴스타파는 <민국100년 특별기획: 누가 이 나라를 지배하는가>의 일환으로 ‘전두환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전두환 세력이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탈취한 뒤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 땅에 정의를 세우기 위해섭니다. 12.12군사반란 40년을 맞아 준비한 ‘전두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까지 매주 월요일 방송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1980년 5월 광주학살 직후, 전두환이 이끌던 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와 외무부가 광주 소식의 전파를 막기 위해 벌인 일을 기록한 문서 2개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하나는 광주학살 피해자들을 위한 헌혈운동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주동자를 체포한 사실이 적힌 80년 5월 당시 보안사 문건. 다른 하나는 외무부가 해외 교민들의 헌혈운동을 저지시킨 내용이 적힌 80년 당시 외무부 문서다.
이미 지난 9월 30일, 뉴스타파는 1980년 5월 광주학살 직후 한국 외무부가 전두환과 신군부를 규탄하는 해외 교민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각종 공작을 수립, 집행한 내용이 기록된 262쪽 분량의 외무부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링크) 문서가 만들어질 당시 전두환은 우리나라의 행정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의 최고 실세인 상임위원장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보안사 문건은 전남도청 앞에서 집단발포가 벌어진 지 5일 후인 1980년 5월 26일 작성됐다. 제목은 ‘재경 광주 출신 고교 동문회 동향’. 보안사가 광주 출신 고교 동문회가 벌인 광주학살 피해자들을 위한 헌혈운동을 막고, 주동자를 연행해 조사했다는 내용이다.
제목: 재경 광주 출신 고교 동문회 동향
# 동회(광주 출신 고교 동문회)에서는 10시 50분부터 남부시립병원 혈액원 헌혈차로 화신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헌혈을 받았는데, 동 차창에 “광주 시민을 위한 헌혈을 요망”하는 안내문이 **되어 있어 동 안내문을 즉시 제거 조치하고 헌혈차는 병원으로 복귀시켰으며 헌혈책임자인 남부병원 ** 기획실장 윤OO(30세)를 종로서(종로경찰서)에서 연행 조사중임.
# 안내문 내용: 재경 광주고 동창회 여러분 헌혈을 도웁시다. 황폐된 내 고향을 향토애로 도웁시다. 헌혈뒤 헌혈증은 동창회 사무소나 이곳 헌혈차에 제출합시다.
보안사 문건 (1980.5.26. / *는 해석이 불가능한 글씨)
1980년 당시 우리 정부가 광주학살 피해자들을 위한 헌혈운동을 방해한 사실은 지난 9월 30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외무부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62쪽 분량의 이 외무부 문서는 대부분 3급비밀로 분류돼 있던 것들로, 작성 직후에 중앙정보부(중정)와 문공부 등에 전달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 문서가 만들어질 당시 전두환은 보안사령부와 중앙정보부의 최고 책임자였다.
▲ 1980년 6월 작성된 외무부 문서. 외무부가 해외 공관에 ‘교민들의 헌혈운동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해외 반한단체 동향과 외무부의 지시내용’ 등이 들어 있는 이 문서는 작성 직후 중앙정보부, 문공부 등에도 전달됐다. 당시 전두환은 중앙정보부의 최고책임자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외무부 문서에는 전두환의 국보위가 실권을 장악한 이후 우리나라 외무부가 광주학살을 규탄하는 교민 시위를 막기 위해 기획, 집행한 각종 공작내용이 낫낫이 기록돼 있다. 당시 외무부가 해외 교민들의 시위를 북괴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 교민시위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방해 공작을 추진하라고 해외공관에 지시한 내용, 또 이 지시를 수행한 해외 공관의 보고내용 등이다. 당시 외무부는 해외 공관에 ‘특별대책반을 설치해 교민시위에 대응하라’는 지시사항도 내려보냈다.
본부의 조치: 대교민 선도 및 홍보의 강화 지침을 전 공관에 지시하고 재외공관이 교민들의 동향에 예의 주시함과 동시에 유효하게 대처하도록 특별대책반 구성을 훈령(6월 11일)
외무부 문서(1980년 6월 14일)
그런데 당시 외무부와 해외 공관이 교민들의 활동 중 유독 신경 쓴 대목이 있었다. 바로 광주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제와 헌혈운동이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외교문서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인 위령제와 헌혈운동을 외무부와 해외 공관이 저지한 흔적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1980년 6월 27일 외무부 영사교민국이 작성한 문서 ‘해외 교민단체 동향 분석 및 대책’에는 ‘반한활동 즉각보고 및 사전저지’라는 내용과 함께 주서독대사관이 외무부에 “광주시민 돕기 헌혈운동과 위령제를 저지했다”고 보고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리고 3일 뒤엔, 외무부가 주서독대사관에 “위령제와 헌혈운동을 저지하라”는 지시사항을 별도로 전달한 기록도 적혀 있었다.
뉴스타파가 이번에 공개한 보안사와 외무부 문서는, 지난 40년간 광주학살의 책임을 부정해 온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이 어떻게 광주학살의 진실을 은폐했는지, 그리고 광주학살 소식을 국내외에 알리려 노력한 국민과 해외 교민을 어떻게 탄압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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