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79446
"MB정부 쿨" 만큼 섬찟했던 윤석열의 태도
[게릴라칼럼] 윤 총장의 발언뿐 아니라 태도에 주목하는 이유
19.10.18 19:04 l 최종 업데이트 19.10.18 19:04 l 하성태(woodyh)
▲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부여된 일을 법과 원칙에 따라(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지 원칙대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아마도 이 정도일 것이다. 윤 총장은 "헌법과 국민만 생각하면서"라며 "어떠한 사건이든지 원칙대로 처리"라는 말도 누차 거듭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과 관련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문재인 정부를 비교하면 그나마 어느 정부가 중립적인가"라고 물었고, 윤 총장은 이렇게 답했다.
"제 경험으로만 하면 이명박 정부 때 중수부 과장으로서, 특수부장으로서 3년간 특수부 수사 했는데,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던 것 같고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나고..."
즉각 논란이 됐다. 윤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언급한 듯하다. 하지만 MB 정부 검찰의 '쿨'한 과오가 줄줄이 소환됐다. KBS 정연주 사장 체포와 MBC <PD수첩> 사건 기소 등에 대해 10여 년 전 '검찰의 기억'을 소환한 이들이 당장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2013년 6월 참여연대가 내놓은 이명박 정부 5년 검찰보고서 종합판'은 당시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민정수석비서관들 4명 중 3명은 고등검사장 이상의 고위직으로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들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높은 선배였으며, 나머지 1명도 검사장 출신이고 같은 시기 재임한 검찰총장의 동기로, 민정수석비서관의 위상이 매우 높아져 검찰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였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검찰은 "정치검찰의 본색을 드러낸" 검찰이었고, "퇴행"을 거듭한 수사기관이었다. 이렇게 반발이 잇따르자, 18일 대검찰청은 윤 총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현 정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법무부에 처리 예정보고를 하지 아니하고 청와대에서 검찰의 구체적 사건 처리에 관해 일체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했다"라며 답변이 중단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 이 발언뿐이었을까? 이날 윤 총장의 증언을 생중계를 통해 대부분 지켜봤다. 윤 총장의 발언이 아닌 태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역정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공방을 주고 받은 박지원 의원과 윤석열 검찰총장 ⓒ 오마이뉴스 이희훈
"정경심 교수는 소환도 조사도 않고…." (박지원 의원)
"의원님, 국정감사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느 특정인을 여론상으로 이렇게 보호하시는 듯한 그런 말씀을 자꾸 하시는데…." (윤석열 총장)
"보호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패스트트랙의 의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박지원 의원)
"자꾸 정경심 교수 얘기하고 왜 그게 결부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중략). 법과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모든 사건 다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보시면 저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어떻게 수사를 했는지 다 조금 있으면 드러날 텐데 조금 기다려주시죠. 지금은 수사 중이니까." (윤석열 총장)
문자 그대로, 발끈했다. 윤석열 총장이 역정을 냈다. 표정에 짜증이 역력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데"라는 박 의원의 부연에 윤 총장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며 박 의원의 말을 잘랐다. 이날 윤 총장의 태도를 함축하는 결정적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윤 총장은 그저 "지켜봐 달라"고 반복할 뿐이었다. 종합하자면, '우리 검찰은 잘 하고 있다, 검찰 개혁에 일정정도 동참할 테니 수사엔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유무언의 메시지랄까.
국감장에서의 설전과 관련해 박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검사 10단 윤석열에게 내가 전략적으로 져 준 것"이라 평가했지만, 국민의 평가는 다를 수 있어 보인다. 이날 필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확인한 것은 검찰 조직을 우선시하는, 또 그 권위에 스스로 만족해 하는 윤 총장의 소신 혹은 고집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보도에 대한 윤 총장의 발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공허
▲ 윤석열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법사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법사위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이희훈
"이 보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언론 중에 하나가, 제가 판단하기로는 언론으로서 늘상 해야 되는 이런 확인 없이 이 기사를 1면에 게재를 했기 때문에 이거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이라는 기관에 대한 문제일 수 있고. 더구나 이 고소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시는 건 좋지만, 그러면 그 언론도 거기에 상응해서 사과를 한다든지(해야 하는데), 그런데 계속 후속보도를 지금 했습니다." (윤석열 총장)
그러면서 윤 총장은 "이런 보도가 이런 식의 명예훼손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공식 같은 지면에다가 해준다면, 고소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한번 재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해당 질의를 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예로 들며 "국회의원,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이런 사람들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윤 총장의 언론을 향한 일성은 고스란히 생중계 전파를 탔다.
그렇다면, 조 장관 가족을 둘러싼 숱한 '검찰발' 의혹 보도에 대한 반박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10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보도 분석하면, 단독 보도 중 거의 절반 가까운 부분이 검찰발이었다"고 꼬집었다. 또 최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병원 입원 증명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논란이 된 사안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해당 기사와 관련해 "(담당자) 휴대폰을 뒤지면 범죄가 되고 인권침해가 된다"면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피의사실 혐의 내용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굉장히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답했다.
공허한 이야기였다. 이미 숱한 '검찰발 보도'로 조 장관 가족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것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수면 위에 떠오른 것 역시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말의 사과도 없었다. 다만 윤 총장은 "수사공보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생각"이라며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의 수사 공보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검사가 당할 인권침해는 민감해 하면서, 피의자나 참고인 등의 인권침해는 나 몰라라 하는 듯한 모습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섬찟한 쿨함
▲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왼쪽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마치고 승강기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윤 총장은 '조국 수사'의 지휘 여부에 대해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장기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다는 지적엔 "저희가 수사 내용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많이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즉, 자신이 지휘하는 조국 수사가 성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수사 내용을 언론에 밝히지 않았을 뿐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윤 총장의 자신감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유례없는 수사를 지켜보며 "내 가족이 저렇게 당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걱정한 국민들은 '쿨'한 검찰조직과 윤석열 총장을 향한 분노를 쏟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섬찟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윤석열의 '쿨'함, 그 태도에 대해 재고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윤석열 검찰총장, MB 때가 쿨했다고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늘 가해자가 되어온 입장에서야 권력은 쿨 하겠지요. 단 한번이라도 그 무지막지한 권력에 참혹하게,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당하고, 인격살해를 당하고도 쿨 하다 할 수 있을까요.
선출되지도 않고, 견제받지도 않는, 그래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검찰 권력집단의 오만과 무지, 부당한 권력에 참혹하게 인권이 침해당하는 피해자에 대한 철저한 무신경, 황당한 역사 인식, 그런 것이 응집되어 있는 모습을 봅니다. 섬찟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저렇게 엄청난 권력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 정연주 전 KBS 사장 페이스북 캡처 ⓒ 정연주 전 사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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