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Qbb1m
[죄수와 검사] ⑤ ‘검사를 위하여’ 의뢰인 팔아넘긴 전관 변호사
김새봄 2019년 08월 29일 08시 00분
<편집자주>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 "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 '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 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⑤ 검사 위해 의뢰인 넘긴 전관 변호사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은 사업가 친구가 검사에게 수년 동안 뇌물과 향응을 제공했던 사건이다. 검사와 스폰서는 ‘어쨌든’ 모두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검사와 스폰서가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중개인 역할을 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가 있었다.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과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름은 박수종. 사법연수원 26기로 서울지검 등에서 2007년까지 7년 동안 근무한 전관 변호사이다. 박수종 변호사는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장본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보다 한 기수 위였지만 나이가 같아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검사의 돈 심부름 하는 전관 변호사
2016년, 김형준 검사는 내연녀 곽 모 씨에게 수시로 돈을 보냈다. 주로 스폰서 김 씨가 곽 씨에게 송금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2016년 3월 8일, 김 검사는 김 씨에게 내연녀 곽 씨가 아니라 다른 계좌에 천만 원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계좌주는 정00이었다.
정00은 박수종 변호사의 아내다. 김 검사는 당시 내연녀에게 급하게 보내야 할 천만 원이 필요했다. 김 검사는 이 돈을 먼저 박 변호사에게 빌렸다. 이후 김 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부탁해 박 변호사 아내 정00에게 돈을 갚은 것이다. 박수종 변호사는 내연녀와 관계된 돈을 빌려줄 정도로 김 검사와 가까운 사이였다.
스폰서 김 씨가 고소를 당하고 김형준 검사의 비위사실이 노출될 위기에 처하자 김 검사는 김 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신세진 돈을 일부 돌려줬다. 이때 돈 심부름을 한 사람도 박수종 변호사였다.
2016년 4월 20일 경, 박수종 변호사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 카페에서 김 검사를 만나 현금 2천만 원을 전달받았다. 김 검사는 천5백만 원은 스폰서 김 씨에게 전달하고 남은 5백만 원은 김 씨를 위해 일하는 과정에서 경비가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김 검사가 시키는대로 천 5백만원을 스폰서 김 씨에게 전달했다.
2016년 7월 경 박수종 변호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천만 원을 전달한다. 병원비 명목이었다. 역시 김형준 검사의 지시였다. 먼저 융통해 처리해주면 나중에 갚아준다고 김 검사는 박 변호사에게 말했다.
2016년 9월 2일, 한겨레신문이 김형준 검사의 비위 의혹을 보도하기 3일 전.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 검사의 부탁을 받고 스폰서 김 씨를 접촉한다. 이번에는 2천만 원을 송금한다. 김 검사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나서서 해결해 준 사람이 바로 박수종 변호사다.
2016년 4월 경, 김형준 검사의 내연녀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생기자 내연녀 곽 씨가 일하는 술집에 직접 찾아가 입단속을 한 것도 박수종 변호사였다. 박 변호사는 곽 씨에게 “형준이와 연락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 줘. 모르는 번호는 절대 받지 마”라고 말했다고 곽 씨는 검찰에서 진술했다. 의뢰인이 아니라 검사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 스폰서 김 씨가 고소를 당하자 김형준 검사는 김 씨에게 박수종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김 검사는 스폰서에게 “형사사건 처리는 박수종이 베스트다. 앞으로 박수종이 코치하는 대로 진행하라”고 말했다.
2016년 4월 6일, 박수종 변호사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스폰서 김 씨와 첫 면담을 진행한다. 그런데 박수종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한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6년 5월 2일이다. 김 씨가 마포경찰서 조사를 받을 때도 변호인으로 동석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도 이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변호인이 의뢰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김형준 검사를 위해서 일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2016년 9월 16일 진행된 박수종 변호사의 검찰 진술조서 내용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통화 내역을 보면 박수종 변호사는 의뢰인보다 김형준 변호사와 더 빈번하게 통화했다. 박 변호사는 스폰서 사건이 불거진 2016년 4월 초부터 스폰서 김 씨의 변호인을 사임한 2016년 6월 20일까지 김형준 검사와 124회 통화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신의 의뢰인이었던 김 씨와는 59회 통화한 것에 그쳤다.
박수종 변호사는 스폰서 김 씨의 사건을 고양지청에 배당되도록 만들기 위해 작전을 세웠다. 고양지청 형사1부장이 자신의 동기였고, 고양지청 차장은 김형준 검사와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김 씨에게 제3자를 시켜 김 씨 자신을 고양지청에 고소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스폰서 김 씨는 4천만 원을 들여 이른바 ‘셀프 고소’를 진행했다. 하지만 작전은 실패했다. 사건은 서울 서부지검으로 이송됐다. 참다 못한 스폰서 김 씨는 박 변호사를 해임했다.
해임된 뒤에도 박 변호사는 김형준 검사를 위해 뛰었다. 스폰서 김 씨의 언론 제보를 막기 위한 대책회의에 김 검사와 함께 참석했다. 또 자신의 연세대 후배였던 손영배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스폰서 김 씨의 새로운 변호인에게 접근해 뒷거래를 제안해 성사시켰다. 이렇게 박 변호사는 다시 스폰서 김 씨와 연결됐다.
전관 변호사, 검사를 위해 의뢰인을 넘기다
박수종 변호사는 도피 중이었던 스폰서 김 씨에게 연락해 돈을 줄테니 언론 제보를 취소하라고 설득했다. 김 씨는 당시 자신의 차명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될까봐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2016년 9월 2일 박 변호사와 김 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다.
이틀 뒤인 2016년 9월 4일, 박수종 변호사는 스폰서 김 씨를 수사하던 서울 서부지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김 씨의 전화번호를 검사에게 알려준다. 이런 사실은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보고 문건에 기재돼 있다. 김 씨가 체포되면 언론 보도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벌인 일로 추정된다. 하지만 9월 5일 한겨레 신문에는 관련 기사가 보도됐고, 같은 날 김 씨도 체포됐다.
지난해 6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박수종 변호사 징계개시를 결정했다. 직무상 알게 된 의뢰인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변호사법 24조 품위유지의무, 26조 비밀유지의무 조항 위반으로 판단했다. 또 박 변호사는 관련 내용을 법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았다.
도대체 왜 검사 뒤치다꺼리를 했을까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 검사의 돈 심부름을 하고, 내연녀 문제를 해결하고, 한때 자신의 의뢰인의 정보를 검찰에 넘겼다. 잘나가는 전관 변호사가 왜 변호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무리했을까. 김형준 검사에게 어떤 약점이 잡힌 것일까. 뉴스타파 취재 결과,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죄수와 검사> 6편에서 그 내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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