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bdYcL


[죄수와 검사] ⑧ ‘박재벌’ 통화내역, 청와대 그리고 22명의 검사들

김새봄 2019년 09월 26일 08시 00분



<편집자주>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 "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 '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 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⑤ ‘검사를 위하여’ 의뢰인 팔아넘긴 전관 변호사
⑥ 검사 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 범죄 덮였다
[특집] 조국은 모르는 '떡검' 이야기 (feat.제보자X)
⑦ ‘박재벌’, 검찰 묵인하에 수십억 부당 수익

⑧ ‘박재벌’ 통화내역, 청와대 그리고 22명의 검사들


뉴스타파는 검찰 출신 전관 박수종 변호사가 어떻게 수많은 금융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피해왔는지 의문을 갖고 오랫동안 취재해왔다. 취재 과정에서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단초를 입수했다. 바로 박수종 변호사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내역에서는 통화시점을 기준으로 현직에 있었던 검사 22명과의 통화기록이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확인된 검사만 22명이라는 뜻이다. 특히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중이던 주진우 전 동부지검 부장검사 등 주요 보직에 있던 검사들도 박수종 변호사와 잦은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그 가운데 통화 횟수가 20회 이상이었던 7명의 명단을 공개한다.


‘박재벌’ 통화기록 3만2천 건... 현직 검사 천3백 명과 교차 분석


뉴스타파가 입수한 통화내역은 2015년 9월 15일부터 2016년 9월 15일에 이르는 1년 치다. 즉 스폰서 김 씨 사건이 언론에 폭로되고 검찰이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에 관한 수사에 착수한 시점을 기준으로 직전 1년 동안의 음성 통화 및 문자 수발신 내역이다. 박수종 변호사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모두 5대였고 통화와 문자 메시지 수발신 건수는 총 3만2천 건이었다. 하루 평균 75회 이상 누군가와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셈이다.


뉴스타파는 2015년과 2016년 당시 주요 보직에 있었던 검찰 간부들을 포함해, 검사 천3백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해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기록과 일일이 비교했다. 그 결과, 당시 현직 검사 22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통화기록은 수·발신 기록만 있을 뿐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포함돼있지 않다. 따라서 검사들과 박수종 변호사가 연락을 주고 받은 이유를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추정은 가능하다. 이들의 통화 내역이 박수종 변호사가 금융 범죄 혐의로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은 시점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 및 수사 일지와 현직 검사들과의 통화기록을 교차 비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진우 검사, 78차례 연락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 내역에 등장하는 22명의 검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통화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주진우 전 동부지검 부장검사다.



주진우 전 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2017년 2월까지 근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기 한 달 전에 사표를 내고 검찰로 복귀했다. 이후 부산지검, 청주지검을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서울 동부지검 부장검사로 재직했다. 이때 주진우 전 검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아 청와대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되고 처음으로 단행된 검찰 간부 인사에서 안동지청장으로 좌천되자 이에 반발해 검사직을 사직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종 변호사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에 따르면, 박수종 변호사와 주진우 전 검사는 2015년 9월 21일부터 2016년 4월 12일까지 모두 65차례 통화를 하고 13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진우 전 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시기다.



뉴스타파가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기록에 나타난 주진우 전 검사에 특히 주목한 이유는 제보자X의 증언 때문이다. 죄수의 신분으로 서울 남부지검의 수사를 도왔던 제보자X는 여러 건의 금융범죄 혐의를 받고 있던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박수종 변호사의 주가 조작 혐의를 수사하려던 검사실이 통째로 사라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진술이 끝난 다음에 담당 검사님이 그랬어요. 다음 주부터는 굉장히 바빠질 테니까 좀 고생스럽더라도 부르면 계속 나와서 도와주시라. 이제 압수수색도 하고 해야 된다. 그런데 그 검사실 자체가 해체돼 버렸어요, 그 다음 주에.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 다음 다음주에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가는데 검사실이 아니라 그냥 자료실 이런 걸로 명패가 바뀌어 있었어요.

제보자X 인터뷰 중


제보자X는 남부지검의 수사관이나 교도관들로부터 박수종 변호사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한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박수종 변호사와 주진우 검사와의 통화 내역은 제보자X가 들었다는 이같은 증언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당시 주진우 검사가 근무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지휘 아래 검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통화한 청와대 주진우 검사


의미심장한 사실은,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에 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인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 사이 두 사람의 통화빈도가 가장 잦았다는 점이다. 2015년 9월 1차례에 불과했던 두 사람의 통화기록은 2015년 10월에는 20차례, 11월에 12차례, 12월에 17차례, 2016년 1월 13차례로 늘어났다. 이후 2016년 2월 8차례, 3월 4차례, 4월 3차례로 줄어들었다.



뉴스타파는 두 사람 간의 통신기록을 박수종 변호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날과 비교해봤다.


2015년 박수종 변호사가 금융위의 조사를 받고 있던 사건은 4건이나 됐다. 라이브플렉스라는 회사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거래, 토필드라는 회사의 경영권 인수와 관련한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5회, 씨티엘 이라는 회사와 관련해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19회, 서울리거라는 회사와 관련해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4회에 관한 것이다.


금융위는 2015년 10월 29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수종 변호사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10월 28일 저녁 5시 41분, 박수종 변호사는 청와대에 근무하던 주진우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3분 43초 동안 통화했다. 그리고 8시 9분, 주진우 검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금융위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대검찰청은 일주일 뒤인 11월 5일 박수종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에 이첩했다. 그리고 남부지검은 나흘 뒤인 11월 9일, 이 사건을 증권범죄 합동 수사단의 안광현 검사에게 배당했다. 바로 이날 박수종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진우 검사와 5차례 통화했다. 밤 10시 34분, 박수종 변호사가 먼저 주진우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14분 44초 통화하고 20분 뒤인 10시 56분에는 주진우 검사가 박수종 변호사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각각 50초와 5초씩 통화를 했다. 다시 1분 뒤에는 다시 박수종 변호사가 주 검사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각각 1분씩 통화를 했다. 상당히 급박한 의사소통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검사 배당이 이루어진 직후, 즉 다음 날인 11월 10일과 그 다음 날인 11월 11일에도 박수종 변호사와 주진우 검사는 3차례 통화를 하고 3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16년 1월 12일, 박수종은 서울 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간다. 조사를 하루 앞둔 1월 11일에도 박수종과 주 검사는 두 차례 통화를 했고, 특히 조사 당일인 1월 12일 오후 5시경에도 두 차례 통화를 주고받았다.



2016년 9월 김형준 부장검사 스폰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검은 특별감찰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특별감찰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고, 수사책임자였던 김형준 검사와의 통화 사실에 대해 추궁했다. 특히 박수종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던 2016년 1월 12일 김형준 검사와 통화한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러나 같은 날 두 차례의 통화기록을 남긴 청와대 주진우 검사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78차례 연락했지만...주진우, “사건 관련 통화 없었다”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주진우 검사는 왜 박수종 변호사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요한 변곡점마다 통화를 했을까. 취재진은 주진우 전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박수종 변호사와 자주 통화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주진우 전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고 이후에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취재진은 질의서를 문자 메시지로 보낸 뒤 직접 사무실로 찾아갔다. 그러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밝힌 채, 질의서를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후 주 전 검사는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와 “박수종 변호사 사건과 관련하여 어디든 통화하거나 접촉한 적이 전혀 없으며, 추측성 보도를 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담당 검사, 청와대 외압 있었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뉴스타파는 당시 박수종 변호사의 사건을 맡았던 안광현 검사에게도 청와대로부터의 외압이 있었는지 물었다. 안광현 검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외압이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었다, 맞다 이런 부분은 모르겠다. 답변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김형준, 손영배 검사.. 1년 동안 수백 차례 통화


당연한 일이겠지만 22명의 현직 검사들 중 박수종 변호사와 가장 많은 통화를 한 것은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주인공 김형준 전 검사다. 그는 2015년 9월 15일부터 2016년 9월 12일까지 총 757차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스폰서 김 씨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6년 4월 이전에도 7개월 간 134회에 걸쳐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6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당시 두 사람은 피의자와 수사책임자의 관계였다. 박수종 변호사는 금융위의 두 차례에 걸친 소환요구에 불응하다 사건이 남부지검에 이첩되자 그제야 검찰 조사에 응했다. 김형준 전 검사는 당시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이었다.




손영배 전 검사는 2015년 10월 14일부터 2016년 9월 17일까지 총 196차례 박수종 변호사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김형준 전 검사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4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손영배 검사는 김형준 검사의 비위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뒷거래에 개입했다. 이들의 잦은 통화는 손영배 검사가 김형준 검사 사건에 개입한 것이 과연 단 한 번뿐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박수종 변호사와 통화하던 당시 손영배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장이었다.


박수종과 20차례 이상 연락한 다른 검사들



지난 7월, 검사직을 사직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긴 전형근 전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와 당시 191회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22명의 현직 검사들 중 김형준과 손영배 검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횟수다. 191회의 통화 및 문자 수발신은 2015년 9월 25일부터 2016년 7월 20일 사이에 이루어졌다. 당시 전형근 전 검사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차장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191회 통화기록 중 주목할만한 것은 2016년 1월 11일 밤 9시 20분에 2분 18초간 이루어진 통화기록이다. 박수종 변호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남부지검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기 전 날 밤에 이뤄진 통화이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전형근 전 검사에게 무슨 이유로 통화를 했는지 물었으나 “사건의 존재여부를 몰랐고, 통화내역 중 불법적이거나 사건에 관여한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현재 대검찰청 형사부장인 조상준 검사는 2015년 10월 21일부터 2016년 1월 7일까지 박수종 변호사와 24회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조상준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와 26기 사법 연수원 동기생으로 통화 당시에 서울 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24회의 통신은 모두 2015년 10월 말부터 2016년 1월 초 사이, 즉 금융위가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 혐의를 대검에 수사의뢰한 시점부터 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으러 나간 시점 사이에 이뤄졌다. 그 이전이나 이후에는 통화나 문자 메시지 수·발신 내역이 전혀 없었다. 특히 박수종 사건이 대검에 수사 의뢰된 당일인 11월 5일, 조상준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와 1분 53초 간 통화를 했다.


취재진은 조상준 검사에게 어떠한 이유로 박수종 변호사와 통화를 했는지 묻기 위해 공식질의서를 보냈다. 조상준 검사는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뉴스타파 취재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답을 보내왔다.



현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재직 중인 심우정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와 37회 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시기는 2015년 10월 13일부터 2016년 6월 21일이다. 심우정 검사는 당시 서울 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맡고 있었다.


심우정 검사는 취재진에게 문자를 보내와 “당시 박수종 변호사가 사건이 있는지조차 몰랐기에 사건과 관련해 연락한 일이 전혀 없었다”고 답해왔다.



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인 이원석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와 33회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시기는 2016년 1월 7일부터 2016년 8월 16일로, 이원석 검사는 당시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맡고 있었다. 취재진은 이원석 검사의 입장을 듣기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내역은,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특별감찰팀이 당시에 이미 확보한 자료다. 대검 특별감찰팀은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검사의 유착과 그에 따른 사건 왜곡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 내역에서 수많은 검사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검사들에 대한 조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막강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검사 수십 명이 더 연루되었을지도 모르는 검찰 조직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였을까.


<죄수와 검사> 다음 편에서는 박수종 변호사와 그 배후 세력의 비호를 받으며 주식 시장을 주물러 온 또 다른 큰 손에 대해 보도할 예정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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