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583213


MB의 '삽질' 끝난 후 줄줄이 드러난 기막힌 진상

[이 영화를 보라!] 11월 14일 개봉하는 '4대강 사업' 다큐 영화 <삽질>

김상목(news) 19.11.01 15:33 최종업데이트 19.11.01 18:54 


 영화<삽질> 포스터

▲영화<삽질> 포스터ⓒ 엣나인필름

 

1. 오랜만에 돌아온 본격 탐사보도 다큐멘터리


11월 14일 개봉을 준비하는 한 편의 4대강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다. '아직도 4 대 강? 열받지만 다 끝나버린 사건 아닌가?' 의아한 질문을 던질지 모를, 그 4대강을 주제로 만들었다. '삽질', 제목도 참 간단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세월은 간단하지 않다. 13년 걸렸다고 한다. 영화 <삽질>은 어떤 영화일까?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변신했고, 22조 2천억(토지수용 및 기타 추가 비용 때문에 30~34조로 보기도 한다)이 투입되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 과정과 결과가 이 작품엔 시간을 압축한 듯 고스란히 들어차 있다.


영화 <삽질>은 국가적 규모의 환경 정비(라 쓰고 파괴라 읽는) 사업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삽질>에는 '4대강 독립군'이 등장한다. 국가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강과 자연을 식민화하려는 시도에 대항해 '강'의 독립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이다.


'금강 요정'이라는 별명의 김종술 기자와 환경운동가 정수근 기자 등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의 분투는, 정책 강행을 이롭게 하는 말과 글로 지난 정부에서 영화를 누린 이들의 행적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관객에게 다가온다.


국가적 규모의 사업과 그에 따른 사회적 논란의 13년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연상될 만큼 방대한 규모의 인명록으로 완결된다. 누군가는 강을 지키려, 다른 누군가는 장밋빛 효과를 확신하거나 강이 파괴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계산된 희생이라 판단하며 이 '대전'에 참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오마이뉴스 제작 첫 영화가 된 <삽질>은 증명하려 한다.


이 작품을 데뷔작으로 연출한 김병기 감독은 본작 <삽질>의 제작 의도에 대해 명확히 정의한다. 4대강 사업은 끝난 게 아니라고. 여전히 환경 파괴는 확대되고 있으며, 공사 진행을 위해 강 유역 지역사회를 갈라치기 한 결과는 공동체의 파괴와 분열이라는 부정적 갈등을 불러왔음을. 그리고 지금도 매년 수천억에서 1조를 훌쩍 넘는 유지관리비가 세금으로 투입되는 현실들을 보라고. 


역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간 4대강 사업을 무덤에서 끄집어내려는 듯한 감독의 시선은 지금까지 선보인 4대강 관련 영화들과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공사가 이뤄지면 이전으로 쉽게 돌이킬 수 없는 공공정책을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관료와 정치인, 전문가들의 사회적 책임을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사업의 결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상실의 아픔 또한 -주로 '4 대 강 독립군'의 행적을 통해- 보여주려 애쓴다. 그렇게 <삽질>은 2019년 11월 14일부터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려고 한다. 


2. 4대강 사업 관련 복습해야 할 작품 일람   


여기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4대강 관련 영화 중 일부에 불과하며, 해당 작품을 분류해 소개하는 기준은 다양하게 변용 가능함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이 글에선 시간순 연대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강, 원래 프로젝트 River, the Origin>(2011)는 대중적으로 4대강 사업을 접할 수 있게 된 거의 최초의 '영화' 기획일 것이다. 본작은 4대강 사업의 여러 구간을 다수의 감독이 단편으로 제작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기획했다. 


이동렬, 박명순, 박배일, 김준호, 박채은, 김성만, 엄태화 감독에 의해 각각 <강길>, <강에서......>, <농민>, <비엔호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죽지 않았다>, <신봉리 우리 집: 흔한 이야기> 등의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이한 배경과 주제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연계와 협력을 거쳐 조율된 이 단편 다큐멘터리 연작은 감독들 각각의 시선과 배경, 파괴되기 전의 공간과 사람들, 그리고 곧 사라져갈 존재들에 대한 인상을 영상으로 보존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비감 어린 정서로 담아낸다.


그저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아이의 시선, 건설노동자의 입장, 죽어가는 생물군 등 다양한 초점의 단편 옴니버스 기획은 '기록'으로서 다큐멘터리의 역할에 충실하다. 현재도 네이버 영화 등에서 무료로 볼 수 있게 서비스되고 있다.


<村, 금가이 The Village of Silk River>(2012)는 장편 다큐멘터리로 한국 독립다큐의 명가, '푸른영상'에서 활동하는 강세진 감독이 연출했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영주댐 공사로 인해 수몰 예정인 집성촌, 금가이 마을을 배경으로, 이주계획을 짜는 대다수의 마을 주민들과 서울에서 귀향해 공사에 맞서는 장진수씨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장진수씨의 고독한 싸움과 마음가짐, 오래된 마을이 사라져가는 풍경의 애잔함, 그리고 이주 과정에서 옛 공동체가 해체되어 가면서도 유지해 보려는 노력이 펼쳐진다.

 

<모래가 흐르는 강 Following Sand River>(2013)은 여기에서 소개되는 작품 중 아마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화이리라. 내성천이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모래강을 다루는 작품이다. 2013년 봄에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 수 1만 명이 넘는, 독립다큐로서는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영화는 지율 스님이 4대강 반대 활동의 하나로 카메라를 들고 손수 촬영해 완성했다. 지율 스님은 강의 복원력을 믿지만, 국가와 거대 건설기업의 어마어마한 댐과 보 건설 계획에 전율하고 좌절한다. 아름다운 모래강의 풍광과 이를 잡초투성이 황무지로 순식간에 변형시켜버리는 인간의 탐욕이 대비되며 이제는 사라져버린 모래강의 정취를 애잔하게 볼 수 있는 기록으로 남은 작품. 


<두물머리 Dumulmeori>(2013)는 한강 유역의 양평과 팔당, 남양주 주변 속칭 '두물머리' 공간을 다룬다. 서동일 감독은 서울에서 경기 양평으로 이주해 살면서 영상작업을 하던 중 팔당유기농단지 농민들의 요청으로 4대강 사업에 관한 기록 작업에 나선다.


팔당유기농단지는 유기농 농업의 대명사로 불리며 지자체의 칭송을 받아왔는데, 4대강 사업 구간에 선정되면서 순식간에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돌변한다. 30년간 강변 농지를 국가에서 임대 받아 친환경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국가가 땅을 거둬들이려는 시도에 맞선다. 유기농의 자존심을 지키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분투를 거듭하며, 이후 일정한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영화 속에 상세히 담겨 있다. '공사 대신 농사'라는 절절한 외침이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


<팔당사람들 Paldang>(2013)은 서동일 감독의 <두물머리>와 거의 같은 배경을 담은 작품이다. 고은진 감독 역시 팔당 지역 농민들이 4대강 사업을 위한 토지수용에 맞서는 투쟁과 현실적 이주대책 속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영화 <기프실>의 한 장면.

▲영화 <기프실>의 한 장면.ⓒ 오지필름


<기프실 Gipeusil>(2018)은 몇 년간의 공백을 지나 <삽질>과 함께 근래에 도착한 4대강 관련 작품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독립다큐 창작집단 '오지필름'의 문창현 감독은 할머니 댁이 있는 기프실 마을이 영주댐 공사로 수몰 예정임을 알고, 6년여에 걸쳐 그곳의 공간과 사람을 담기 시작한다.


주민들은 체념과 순응 속에 이주를 준비하지만, 상실감과 공허함은 작품 내내 화면을 떠돌며 회한으로 다가온다. 4대강 사업의 파괴적 영향력 아래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연민이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로 기능한다. 감독의 가족사, 특히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함께 촬영 과정에서 만나는 다른 할머니를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관객에게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post 4대강 영화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

 

3. 4대강 관련 영화 season2를 선언하는 <삽질>


한국 사회는 압축성장의 결과인지 유독 속도에 중독되어 있다. 절체절명의 과제처럼 비극적 사건이나 사회적 참사가 터지면 온 나라가 들끓다가도 심한 경우 며칠만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리곤 한다. 


4대강 관련 영화들도 상당수 그런 운명을 맞이했다. 아무래도 경제성장 중심의 이명박 정부에서 좀 더 정치적 의미의 보수로 회귀한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고, 이미 공사의 수혜를 입은 이들은 결과를 즐기는 양상으로 전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다른 대사건들이 닥쳐오자 한반도 대운하에서 4대강 정비 사업으로 명칭만 바뀐 이 거대한 과정을 쉽게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약간의 수정 작업이 진행되었다. 4대강 보 허물기에 대한 극명한 반발이 그 사업을 추진했던 과거 정부 관련 정치인과 이득을 본 지역 기득권층을 통해 터지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영화 <삽질>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영화 <삽질>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다큐멘터리영화 <삽질>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영화 <삽질>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이러한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삽질>이라는, 유행이 지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완성된 것인지 모른다. 아직 역사의 올바른 서술이 이뤄지지 못했음에도, 대중의 기억이 휘발되는 순간 벌어지는 사실 왜곡에 대한 분노에서 기인한 작업인 것이다.


<삽질>은 아마 가장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었을 '녹조 라떼'를 스크린으로 호출하며 시작된다. 아마 4대강 사업을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시각적 효과일 것이다. '녹색 성장'을 그렇게도 강조하던 과거 정부의 '녹색'이 갖는 본질을 그 어떤 픽션 장치보다 강력하게 증명하는 논픽션의 힘. 오랜 시간 동안 4대강 사업의 과정과 해악을 증명해온 '4대강 독립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강의 운명에 아파하고 힘겨워하며 점점 강과 일체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시작부터 후반부까지 감독은 저널리스트의 입장으로, 초대형 국책사업을 결정하고 지지하던 우리 사회 기득권 엘리트들을 추격한다. 추적 저널리즘의 완벽한 시각화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추격하는 자와 얼굴을 가리며 도주하는 자들의 진풍경은 이 영화 속에서 어떤 액션 영화 못지않은 스펙터클로 다가온다. 


4대강 사업의 전모와 진행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이런 추격 장면은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좀 무례하지 않은가?', '취재윤리에 어긋나지 않는가?' 싶은, 느닷없이 마이크를 들이밀고 대답을 요구하는 장면들. 그러나 툭 던져지는 질문들은 수차례, 길게는 1년여에 걸쳐 취재를 요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어느덧 관객들은 도주자들을 쫓기 시작한다. 도주자들은 사회적 명성과 지위를 누리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백이면 백 피하기 바쁘다. 


지금까지 4대강 의제를 다룬 작품들이 파괴되는 환경과, 이를 안타까워하며 맞서는 선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면, 영화 <삽질>은 그 사달을 낸 이들의 현재를 조명한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라는 발상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그 기원을 추적한다. 그 도중에 숱하게 튀어나오는 기막힌 진상들은 마치 고구마 줄기 엮이듯 우리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 연결고리를 조명해낸다. 


다른 영화들이 개별 공간에 대한 조명 혹은 과거 정부 시절 언론 길들이기 과정에서 제대로 보도되지 못한 '뉴스' 기능에 집중한 것과는 또 다른 시도이다. 기본적으로 본 작품은 13년간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들이 공중파 방송과 주류 언론매체가 다루기를 포기한 거대한 사건을 추적한 결과물의 '총집편'에 근접한다. 


그래서 관련 주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등장하는 영상들이 익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별 영상을 단절적으로 봤을 때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독일 대운하 시찰부터 현재의 보 허물기 반대 운동까지의 시간을 감독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보는 것은 매우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4. 천년을 십 년으로 단축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 : <삽질>과 <기프실>


근래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대사건들은 많은 독립영화인, 특히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 흥미와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는 풍성한 주제를 제공했다. 여기에는 일정한 패턴이 관측된다. 언론매체에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는 '속보'로서의 언론 기능에 충실한 '초반부'와 일정 부분 작가들의 관심사와 경향이 반영되는 '중반부', 사건 종결 전후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초점의 재조명과 평가의 '후반부'다. 


4대강 정비 사업이 종결된 후, 현 정부가 아주 최소한의 조치만 취해도 그 사업에 깊숙이 참여해 이익을 취한 이들의 극렬한 반항이 거듭되었다. 그 가운데 두 편의 영화가 '후반부'의 서막을 알리며 등장했다. 2018년에 나온 <기프실>과 올해의 <삽질>이다.


두 작품을 거칠게 비교하자면, <삽질>은 스트레이트하게 '팩폭'('팩트 폭격'의 줄임말)한다. 외면하고 싶어 했던 4대강의 역사와 진상이 낱낱이 등장한다. 관객은 하나 둘 드러나는 사실을 목격하고 피로감 혹은 분노에 빠질 것이다. 그러한 충격요법으로 새롭게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기와 검증의 부흥회를 목표로 한다. 


<기프실>은 4대강 사업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들을 애도하고 회상한다. 지극히 감성적이지만 감독의 시선은 수시로 예리하게, 단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너머 그에 영합하는 지역사회의 단면을 포착해낸다. 


과거 정부와 우리들 욕망의 유산을 재정비하는 데 필요한 이성과 감성의 마음가짐을 위해서도 두 작품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 자신 있게 추천하는 바이다.


작품정보

제목: <삽질> Rivercide: The Secret Six

감독: 김병기, 한국|다큐멘터리|2018

2019.11.14 (개봉 예정)|94분|12세 관람가

20회 전주국제영화제(2019) 다큐멘터리상

16회 서울환경영화제(2019) 특별상영 초청

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9) 초청(DMZ- POV)


덧붙이는 글글쓴이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입니다. 이 글은 뉴스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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