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64157


"후쿠시마 집집마다 초록색 봉투... 사람 살 곳 못 된다"

[스팟인터뷰]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교수가 일본에서 목격한 것들

19.08.24 11:44 l 최종 업데이트 19.08.24 11:44 l 정대희(kaos80)


'제2의 재건'


일본 정부가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며 내세운 문구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땅에 떨어진 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것이다.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마디로 '부흥 올림픽'을 꾀하고 있다.


이미지 변신도 노린다. '일본=방사능 오염'이란 수식을 지우는 홍보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 하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 지역에서 올림픽 야구 경기를 개최하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의 바람과 달리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과 피폭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이를 반영해 대한체육회는 지난 20일 도쿄에서 열린 도쿄 하계 올림픽 선수단장 회의에 참석해 후쿠시마 인근 지역 경기장의 방사능 안전 문제와 선수 식당 식자재 문제에 대해 질의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방사선 수치도 우려를 키운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최근 후쿠시마 지역 등에서 측정된 방사선 수치는 일본 정부의 시간당 안전 기준치인 0.23마이크로시버트(uSv)를 초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는 1밀리시버트(mSv)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를 10밀리시버트(mSv)로 대폭 상향 수정했다.


'안전한가?'


세계가 일본 정부에 던지는 질문이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김익중 전 동국대학교 의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일본 내 방사능 오염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알려온 전문가다. 국내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그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 지역 내 암 발생률 증가"

  

 김익중 동국대 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핵발전소 공포-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강연을 하고 있다.

▲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 2014년 서울 마포구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 "핵발전소 공포-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 지난 3월 후쿠시마에서 열린 '피폭, 의료, 후쿠시마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당시 방사능 영향에 대한 대규모 역학조사인 '국제원자력노동자연구'(INWORKS)를 소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원자력노동자연구(INWORKS)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개국의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 3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1943년부터 2005년까지 62년간 백혈병 골수증, 림프 종양 등의 발생률을 조사한 연구다. 조사대상은 적어도 1년 이상 원전 관련 시설에서 일한 노동자였다. 국제암연구관(IARC)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원자력노동자연구'를 토대로 공동연구를 한 결과 장기간 저선량(100 밀리시버트 이하)에 노출 돼도 백혈병이 발병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의학 교과서에 기술된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학술적으로 증명한 연구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015년, 영국의 의학 전문지인 <란셋 헤마톨로지>(The Lancet Hematology)에 게재됐다."


- 심포지엄에선 일본인 학자들도 발표했다. 이들이 발제한 내용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발표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사고 이후 후쿠시마 현에서 어린이 갑상샘암이 수십 배 상승했다는 발표였다. 의학 교과서에 어린이 갑상샘암은 보통 매년 100만 명 중 한 명 정도로 발생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8년 동안 어린이 35만 명 중 약 200명이 발생했으니 보통보다 60배 정도 많은 셈이다."  

 

 후퀴마 현립 의과대학 자료

▲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 자료 ⓒ 김익중 전 동국대 의과 대학교수 제공

   

- 어린이 갑상샘암 외에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에게 발견된 건강 이상 징후는?


"일본 정부가 공개한 자료는 어린이 갑상샘암에 관한 것뿐이다. 그러나 방사선에 피폭될 경우 어린이 갑상샘암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현에서는 다른 암과 암 이외의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가 많다. 하지만 정작 조사와 정보공개를 해야 할 일본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어서 정확한 현실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의학 교과서에는 방사선에 피폭되었을 때 여러가지 암이 생기고, 유전병도 발생한다고 되어 있다. 대부분 암이 증가하는데, 방사선과 관계없는 암은 드물다고 되어 있다. 갑상샘암뿐 아니라 다른 암도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진료하는 의사들이 2년 전 대한민국 국회에 와서 핵사고 이후 질병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과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조산 및 저체중 출산 등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능 오염토 집집마다 아직도 보관"


- 귀환 곤란 해제 지역 등 방사능 오염 지역을 살펴본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귀환 곤란 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을 방문했을 때 가정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은 비교적 방사능 농도가 낮게 측정됐다. 하지만 논과 밭 등에선 여전히 높은 방사능 농도가 측정됐다. 도심의 아스팔트에서 비나 눈이 오면 방사성 물질이 씻겨나가지만 논밭은 스며든다. 그래서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각 가정에서 나온 방사능 오염토를 모아 초록색 봉투에 담게 했다. 이번에 갔을 때 각 집 앞에 있는 오염토 봉투를 목격했다. 한 집 건너 하나씩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알기로는 3년간 보관한다고 했다는데 (후쿠시마 핵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나도 그대로 있었다. 집마다 초록색 천막 안에 오염토 봉투를 담아 보관하고 있던 셈이다.


한국에서 가져간 방사선 측정기로 수치를 살펴보니 시간당 3.0uSv 이상이 측정됐다. 한국보다 30배(시간당 0.1uSv) 정도 높은 수치다. 일본의 연간 피폭한도선량은 10mSv이다. 이는 한국의 연간 피폭한도선량 1mSv의 10배가 넘는다. 사람이 살기에는 아직 적합하지 않은 장소에 자국민들을 귀환시킨 일본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쿠시마 지역의 각 가정 집 앞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제염토)이 있다.

▲  후쿠시마 지역의 각 가정 집 앞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흙(제염토)이 있다. ⓒ 김익중 전 동국대 의과 대학교수 제공


- 그린피스가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 100만 톤 이상을 바다에 방류할 예정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에서 자란 물고기 등을 섭취할 경우 어떤 위험이 있는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을 섭취하면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우리 몸 속에 들어온다. 이를 내부 피폭이라고 한다. 내부 피폭은 하루 24시간 꾸준히 방사선에 노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 관계가 있으니 이러한 피폭 역시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 기간에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공급한다고 한다. 국내 원자력학회도 일본산 농산물이 기준치(100㏃/㎏) 이하라며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방사선은 피폭량이 적을수록 안전하다. 후쿠시마는 핵사고로 토양이 오염됐다. 오염된 토양에서 오염된 농산물이 생산되는 것은 자명하다. 기준치는 정부의 의무 한도를 표시하는 숫자이지 의학적 안전기준치가 아니다. 기준치 이하라도 방사선 피폭은 위험을 증가시킨다. 참고로 우리나라 농산물에서는 세슘 등 인공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


-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 등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피폭 가능성이 있는가?

"오염 지역에 있으면 당연히 피폭된다. 방사선이 나오는 토양에서 외부 피폭을 받을 것이고, 음식을 완벽하게 한국산으로 섭취한다고 해도 호흡을 통한 내부 피폭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 거주할수록 피폭량은 늘어난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후쿠시마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그리고 축구 경기를 한다는 계획은 수정해야 한다. 여러 나라에서 온 선수들에게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제공한다는 계획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역시 수정해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요구를 일본에 정식으로 하면 좋겠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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