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105141224944


분화구까지 똑같이..NASA도 탐내는 한국의 '달 실험실'

류준영 기자 입력 2019.11.05. 14:12 수정 2019.11.05. 14:27 


[르포]세계 최대 규모 건설硏 '지반열 진공챔버' 개발 현장 가보니..NASA "韓서 테스트 하겠다"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 설치된 '지반열 진공챔버'에서 로버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원래는 닫힌 상태로 진행하나 이날 언론사 촬영을 위해 미닫이 철문을 개방한 상태로 시연을 진행했다./사진=류준영 기자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 설치된 '지반열 진공챔버'에서 로버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원래는 닫힌 상태로 진행하나 이날 언론사 촬영을 위해 미닫이 철문을 개방한 상태로 시연을 진행했다./사진=류준영 기자


“엇! 뒷바퀴가 헛돈다.”


25톤(t) 규모의 인공월면토(月面土)가 쌓여 있는 쏘일카트(Soil Cart) 위로 주행 테스트 중인 로버(탐사 로봇)의 우측 뒷바퀴가 공중에 들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자 연구원들이 이렇게 외쳤다.


달 표면과 같은 극한 환경을 똑같이 재현한 거대 장비가 전 세계 처음으로 국내 연구진이 개발, 첫 시험가동에 돌입했다. 이 실험은 로버가 달의 거친 영구음영지역을 다니며 정밀지형도를 제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전도 사고 등의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기술연)이 5일 경기도 일산 본원 미래융합관에서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지반열 진공챔버'를 공개했다. 높이ㆍ폭 각각 4.7m, 전체 무게 100톤(t)인 육중한 원통형의 이 장비는 달에 보낼 관측·계측 장비들의 성능 평가를 미리 해볼 수 있다. 챔버 제작엔 35억원, 전체 사업비로 73억원이 투입됐다.


공기가 전혀 없는 진공의 공간에 미세 월면토로 크레이터(분화구), 둔덕, 흙 및 자갈 지역 등 달 지표면과 유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 또 달처럼 영하 190도~영상 150도의 극한 환경도 구현한다.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 설치된 '지반열 진공챔버'에서 인공 월면토가 가득찬 쏘일카트를 챔버 내부로 이동시키는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 설치된 '지반열 진공챔버'에서 인공 월면토가 가득찬 쏘일카트를 챔버 내부로 이동시키는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한 연구원이 “바스켓(쏘일카트)을 로딩(챔버내 진입)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삐이 삐이~’ 경고음과 함께 5톤에 달하는 미닫이 철문이 열리면서 은빛 내부가 드러났다. 내부엔 특이하게도 직경 1미터(m) 남짓한 공기 입출구 장치가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돼 있었다. 챔버 내부에 공기흐름을 제어하는 장치다.


우주 선진국인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도 이보다 더 큰 진공챔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불순물이 일체 없는 진공상태에서만 구동해야 한다. 챔버 속에 모래, 미세먼지 등이 들어가면 진공을 유지하기 위한 진공펌프와 파이프 속에 먼지가 빨려들어가 오작동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 설치된 '지반열 진공챔버' 내부에 공기 입출구 장치가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돼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에 설치된 '지반열 진공챔버' 내부에 공기 입출구 장치가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돼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달은 진공상태에 토양과 먼지가 공중에 떠다닌다. 이 때문에 우주과학자들은 진공챔버 내에서 달과 같은 환경을 실제로 구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건설기술연은 이 문제를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특수한 기술을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신휴성 건설기술연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은 “이보다 50분의 1정도로 작은 파일럿 진공챔버에서 4년 간 연구를 수행해 공기의 커브(흐름)를 빠르게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반열 진공챔버 내에선 시추 장비 테스트도 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달 지표면에서 2m 아래에 광물 샘플을 캐내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달 현장과 같은 곳에서 시추장비를 사전 테스트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우주과학계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물이 달 남극 지역에 풍부하게 있다고 보고 있다. 달 지표 아래에 얼음이 어느 정도로 분포돼 있는지를 알아내는 게 가장 큰 현안이다.


향후 이 장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이 사용할 예정이다. 당초 NASA는 우선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린 뒤 각종 장비를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발견·개선해 실질적인 2차 본 발사때 과학탐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지반열 진공챔버를 이용할 경우, 이럴 필요가 사라져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건설기술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장비 개발의 시작은 한국의 건설기술 연구 노하우를 인정한 NASA의 역제안으로 이뤄졌다.


한승헌 건설기술연 원장은 “우주탐사 시대를 넘어 이제는 세계 우주 선진국들이 달과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고 사람이 거주할 제2의 삶의 터전을 개척해 나가려 한다”며 “이 장비는 이런 미션의 성공률을 최대한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래융합관은 이날 개관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이곳에선 주로 달 기지 구축 관련 R&D(연구·개발)가 이뤄진다. 인공 토양을 대량 생산하는 ‘인공토양실’, 극한지형을 모사하고 3차원(D) 지형공간정보기술을 평가하는 ‘모의 극한지형 실험실’, 초대형 3D 프린터 장비 및 시공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건설재료3D프린팅실험실’, 극한환경에서 시추 및 건설장비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초저온 장비신뢰성 실험실’, 지반열 진공챔버 제어와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진공챔버수행실’, 극한 환경 구현을 위한 기초실험이 진행되는 ‘파일럿 지반열 진공챔버 실험실’ 등이 설치됐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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